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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샘스미스 ‘떡잎' 알아본 BBC, 이번엔 24살 예지

  • 박수진
  • 입력 2017.11.29 05:48
  • 수정 2017.11.29 05:53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몽환적인 조명 속에서 한국어로 속삭이는 듯 노래하는 가수가 한국이 아닌 영미권에서 먼저 주목을 받아 화제다. BBC는 27일(현지시간) ‘2018년 기대되는 아티스트’(Sound of 2018) 후보로 24살의 한국인 가수 ‘예지’(Yaeji)를 꼽았다. BBC는 “예지의 노래와 같은 음악은 한 번도 못들어봤을 것”이라며 “딥하우스 장르에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가사가 어우러져 황홀한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BBC의 ‘사운드 오브’ 시리즈는 매년 음악 비평가들과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유망한 신인가수를 뽑는 투표다. 매년 12월 15명 가량의 1차 후보자들이 선정되며 다음해 1월 최종 후보 명단과 우승자를 발표한다. 50센트(2003년), 코린 베일리 래(2006년), 미카(2007년), 아델(2008년), 제시 제이(2011년), 샘 스미스(2014년)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이 투표에서 ‘가장 기대되는 음악가’로 꼽힌 바 있다.

‘케이팝’(K-pop)도, 국악도 아닌 하우스 장르의 노래로 한국인 가수가 주목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예지가 발표한 노래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노래는 ‘내가 마신 음료수’(Drink I'm Sippin On)다. 지난달 2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뮤직비디오는 불과 2달 만에 36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공개한 ‘레인걸’(Raingurl)도 10여일만에 20만 조회수를 넘었다.

각종 음악 비평지도 예지의 노래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음악비평지 ‘피치포크’(Pitchfork)는 그를 ‘가장 흥미로운 신인’이라고 호평했다. ‘피치포크’와의 인터뷰를 보면, 예지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뒤 애틀랜타로 이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랐다. 예지가 처음부터 음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개념 미술’(conceptual art)을 전공한 그는 학교 라디오 활동을 하면서 처음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했고 디제잉과 프로듀싱에 관심을 갖게 됐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배웠다”는 그는 “음악이 정말로 나를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엔 한국어 가사가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지는 “처음에는 내가 어떤 것에 대해 노래를 하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어를 썼다. 그런데 나중엔 (내가) 한국어의 소리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며 “한국어는 딱딱하면서도 풍부한 질감의 소리가 난다. 노래에서 나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다. 나는 한국어의 운율과 리듬, 억양 등에 집중한다”고도 전했다.

‘인터뷰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가사가 너무 명확하거나 직설적일 땐 오히려 그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며 “비밀스러운 부분은 한국어로, 사람들이 이해해도 괜찮은 부분은 영어로 노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보그’(Vogue)지는 ‘내가 마신 음료수’ 뮤직비디오 속 예지의 패션에 주목하기도 했다. ‘보그’지는 지난달 3일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걸친 오버사이즈 자켓을 소개했다. ‘보그’는 “(예지가 입은) 커다란 자켓은 1980년대 한국에 살던 자신의 어머니가 찍힌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라며 “(예지는) 편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예지와 함께 BBC ‘2018년 기대되는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린 음악가는 알마(Alma),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 아이엠디디비(Iamddb), 제이드 버드(Jade Bird), 칼리드(Khalid), 루이스 카팔디(Lewis Capaldi), 니루퍼 얀야(Nilufer Yanya), 노츠(Notes), 페일 웨이브스(Pale Waves), 렉스 오렌지 카운티(Rex Orange County), 샘 펜더(Sam Fender), 시그리드(Sigrid), 수퍼오가니즘(Superorganism), 톰 워커(Tom Walker), 영 베인(Yxng Bane)이다.

BBC 'SOUND OF 2018' 후보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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