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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채용’ 셀프 결제하고, 전화 청탁하고?! 선관위의 기막힌 ‘아빠찬스’ 정황이 드러났고, 수사의뢰가 들어간 건 총 4명이다

‘끼리끼리 선관위’의 특별감사 결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내놓은 사무총장·차장 등 고위직 간부 자녀 경력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냈다.

선관위는 이날 박찬진 사무총장(장관급)과 송봉섭 사무차장(차관급) 등 자녀 경력채용 의혹을 받은 고위직에 대한 2주간의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사무총장의 딸은 광주 남구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전남 선관위 경력채용에 응시했다. 그는 16명이 응시한 경력채용에 서류전형과 면접 등을 거쳐 6명의 최종 합격자 가운데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인사담당 직원과 면접위원들은 박 사무총장 딸이 응시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별감사 결과, 당시 면접위원 전원은 평정표 채점란을 비워둔 채 면접자(10명) 순위만 정해 이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끼리 짬짜미(담합)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박 사무총장은 자신이 당시 채용 전결권자인 사무차장이었음에도 자녀 채용에 대한 승인 업무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결재했다.

송 사무차장은 2018년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딸이 괴산·단양군 선관위에 경력채용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는 딸을 추천하고 소개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사무차장의 딸은 괴산·단양군 선관위의 비다수인(소규모) 경력채용에 지원해 뽑힌 2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당시 송 사무차장은 외부기관에 파견 중이었는데, 면접위원들은 그와 직장·지역 연고가 있었고, 면접위원들은 모두 송 사무차장 딸에게 만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신우용 제주 선관위 상임위원의 아들은 경기 안성시 8급 공무원이던 2021년 서울시 선관위의 경력채용에 합격했다. 이 채용에서는 28명이 응시해 12명이 뽑혔다. 신 상임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서울시 선관위에 자신의 아들이 응시한 사실을 알린 정황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관위는 당시 채용 관련 인사담당자들이 인사기록카드와 가족관계란을 통해 신 상임위원의 아들이 지원한 사실을 알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경력채용 1년 전까지 신 상임위원과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담당 직원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신 상임위원 아들에게 만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의 딸도 경남 의령군 8급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2021년 경남 선관위 경력채용에 합격했다. 당시 김 총무과장은 인사담당자에게 ‘자녀가 채용에 응시해 면접심사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한 동료 과장은 김 총무과장 딸이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아빠 동료’가 포함된 면접위원 4명은 김 총무과장 딸에게 5개 평가항목에 모두 같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긴급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긴급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선관위는 “종합적으로 볼 때 부당한 영향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아빠 찬스’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함께 공정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졌으나 선관위 고위직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보다 기회만 된다면 당장 ‘내 새끼 챙기기’가 우선인 엘리트들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조국 사태 이후에도)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를 문제 삼느냐’는 인식들이 여전하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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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간부 자녀 #경력채용 #특혜의혹 #조국 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