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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만에 ICBM 고각 발사한 북한 : 미사일은 900km 날아 동해에 탄착했고, 정상 각도로 발사되면 사정권 안에 ‘이곳’이 있다

미국 본토 전역을 미사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지난해 11월18일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이뤄진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8일 오후 동해상으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고각 발사해, 최고 고도 5700㎞로 1시간 넘게 비행했다고 한국과 일본이 밝혔다. 한·일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이 크다. 고각 발사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통상 30~45도인 발사 각도를 일부러 90도에 가깝게 높이는 방식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이날 오후 5시2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9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합참이 전했다.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를 기준으로 단거리미사일(SRBM·300~1000㎞), 준중거리미사일(MRBM·1000~3000㎞),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 대륙간탄도탄(ICBM·5500㎞ 이상)로 나뉜다. 이번에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900여㎞여서 언뜻 단거리 미사일 같지만, 고각 발사여서 비행거리 900여km가 의미없다. 비행거리를 줄이려고 정상 발사각보다 높은 고각 발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2~3시간 뒤 비행거리, 속도, 고도 등 분석 결과를 공개해오다 지난해 가을 이후 “정보당국의 분석능력이 노출돼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비행속도, 비행시간, 고도 등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합참은 이날 900km란 비행거리만 공개했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월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월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와 달리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후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오후 5시21분쯤 북한이 서부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 66분간 비행한 뒤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의 최고 고도는 5700㎞, 비행거리는 900㎞로 추정했다.

고각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는 최고 고도의 2~3배라고 한다. 이날 최고 고도가 5700㎞여서 북한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실제 비행거리를 1만5천㎞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을 모두 미사일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실제 이날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오늘 발사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만4000이며, 미 본토가 사정권에 들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일본이 밝힌 북한 미사일의 비행 시간(66분)과 최고 고도(5700㎞), 고각 발사됐다는 합참의 발표 등으로 미뤄, 이날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3·18일 두 차례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다.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지난해 11월 18일 발사한 미사일과 비행 시간, 낙하 지점이 비슷하다. 당시 일본 정부가 밝힌 북한 미사일의 비행시간은 69분, 최고고도는 6천㎞ 비행거리는 1천㎞였다.

이 미사일이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했다.

'2022 국방백서'에 실린 북한 미사일 종류와 능력. ⓒ2022 국방백서
'2022 국방백서'에 실린 북한 미사일 종류와 능력. ⓒ2022 국방백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수준의 대가권 재진입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ICBM급 재진입체 기술은 없다고 분석한다. 지난 16일 나온 <2022 국방백서>도 “북한의 모든 ICBM 시험발사는 고각 발사로만 진행되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 비행능력은 보여주었으나, 정상 각도로 시험발사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ICBM 핵심기술 확보 여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재진입 과정에서 고열에 탄두가 녹아버리거나 탄두 표면이 불균형하게 삭마(깎이고 갈림)될 경우 미사일이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회전하다 폭발하게 된다.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가졌는지를 검증하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12월20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정상 각도 발사를 시사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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