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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발 가짜 뉴스’로 하루아침에 고인이 된 피해자들 : 이러한 허위정보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ft.돈줄?)

눈길도 주지 말자, 유튜브발 가짜 뉴스!

유튜브발 가짜 뉴스 피해를 토로한 배우 박근형(왼), 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오). ⓒ유튜브 채널 ‘구라철’, 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발 가짜 뉴스 피해를 토로한 배우 박근형(왼), 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오). ⓒ유튜브 채널 ‘구라철’, 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유튜브 많이 보시나요?”

“유튜브는 전혀 안 봅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공개된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이 주말 동안 화제를 모았다. 진행자 김구라가 국회에서 열린 영상물 저작권법 관련 공청회 현장에서 원로 배우 박근형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부분이었다.

김구라가 박근형에게 유튜브 시청 여부를 묻자, 박근형은 “전혀 안 본다”며 허위정보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왜 (유튜브를) 안 보느냐면, 가짜뉴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생사람을 죽이는 허위정보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요리 연구가이자 사업가 백종원이 뇌졸중 또는 희소병으로 사망했다는 허위정보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퍼졌다. 이에 백종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 점주들이 모인 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저의 근황에 관해서 너무 걱정해 주시는 점주님들이 많은데, 일단 저는 아주 잘 있고 몸도 건강하다”며 사망설을 부인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배우 서정희가 유튜브발 사망설로 허위정보 피해를 겪었다. 같은 해 유방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던 서정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유튜브 허위정보 영상을 갈무리해 게시하며 “클릭 수로 돈을 벌려고 암을 이겨내고 열심히 사는 저를 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나는 이런 유튜버들의 피해자다. 가족들, 친구들, 교회 식구들 전화가 빗발친다”며 피해 상황을 전했다. 

유튜브발 가짜 뉴스 피해를 토로한 배우 박근형. ⓒ유튜브 채널 ‘구라철’
유튜브발 가짜 뉴스 피해를 토로한 배우 박근형. ⓒ유튜브 채널 ‘구라철’

연예인 사망 허위정보는 제목에 ‘속보’, ‘단독’을 붙이는 등 뉴스 형식을 흉내내기 때문에, 이를 접한 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기 쉽다. 배우의 경우 과거 드라마 촬영을 하며 병원에 입원해 산소호흡기를 쓴 모습을 가져다 쓰거나, 가짜 영정사진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아, 이러한 허위정보의 확산도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낸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를 보면, 우리나라의 유튜브 이용률 자체는 72%로 세계 46개국 평균 유튜브 이용률(68%)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4%로, 세계 46개국 평균 30%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2016년 16%에서 2022년 44%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현재 법제도상 유튜브는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동영상플랫폼을 언론으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도 꾸준히 나온다. 이 때문에 연예인 사망설을 제기한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당사자들이 부인하기 전까지 이들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줄줄이 달린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 갈무리 ⓒ한국언론진흥재단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한국’ 갈무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러한 허위정보에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박근형 허위정보 피해가 알려진 지 이틀가량 흐른 지난달 29일 <한겨레>가 유튜브에서 ‘박근형 심정지’ 열쇳말로 검색해 보니, 여전히 이러한 내용을 담은 허위정보 영상이 검색 결과 상위에 제시됐다. 해당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박근형을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을 둘러싼 허위정보가 넘쳐났다. 자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연예인 위독·사망 허위정보를 주기적으로 게시하는 채널로 보였다. 채널 정보를 보면 지난해 3월27일 개설됐으며 전체 영상 누적 조회수가 538만회에 달했다(지난달 31일 오후 4시 기준).

 

모니터 인력 2만명 있어도…빠른 삭제 쉽지 않아

한 번 공개된 허위정보 콘텐츠는 아무리 명백한 가짜뉴스여도 삭제나 차단이 쉽지 않다. 민주 국가에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중시되기 때문이다. 과거 전기통신기본법에는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을 상대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제47조 1항)이 있었으나,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펴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해당 조항을 활용하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이 헌법소원을 낸 결과였다.

당시 헌재는 “허위사실의 표현이 사회윤리 등에 반한다고 해도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한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개입이 1차적으로 용인되는지 여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통해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10년 전 결정이고, 그 사이 기술의 진보로 피해 범위나 규모가 한층 커지면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가의 법적규제를 늘리는 방안 대신,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규제·투명성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증대하는 등 종합적 해결책 마련을 권장하고 있다. 법적 처벌 규정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현행 법률로도 처벌이 가능해서다.

최근 몇 년 사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들이 사이버 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허위정보 유포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재판부 판단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2021년 손석희 제이티비씨 사장의 불륜설을 퍼트린 유튜버는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민식이법’과 관련해 고 김민식 군의 유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도 같은 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항소심에서 1년 감형받았지만, 실형은 유지됐다.

'한겨레'가 찾은 한 유튜브 채널은 박근형을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 관련 허위정보를 비슷한 포맷으로 생산, 주기적으로 게시하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 페이지 갈무리
'한겨레'가 찾은 한 유튜브 채널은 박근형을 비롯한 수많은 연예인 관련 허위정보를 비슷한 포맷으로 생산, 주기적으로 게시하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 페이지 갈무리

유튜브의 자율규제도 강화 추세다. 유튜브는 2016년 부적절한 콘텐츠를 ‘삭제’하는 주요 정책을 도입한 뒤 수십 차례 정책을 개선해왔다. 2018년 유튜브 정책 위반 콘텐츠 모니터링 인력을 1만명으로 확충했는데, 이러한 모니터 인력은 지난해 한국어 전문가를 포함해 전세계 2만명까지 늘었다. 2017년에는 정책 위반 콘텐츠를 자동으로 감지해 모니터 인력에게 전송하는 머신러닝 기술 사용을 확대했고, 달 착륙에 대한 음모론이나 지구 평면설 등을 담은 콘텐츠의 패턴을 학습시켜 유사 동영상 추천 빈도를 줄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대응 체계 자체가 머신러닝이나 이용자의 ‘신고’에 기반한 사후 처리이다 보니, 허위정보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삭제 처리가 늦어지는 건 아쉬운 일이다. 유튜브 관계자는 <한겨레>에 “유튜브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잘못된 정보 관련 정책을 위반한 12만1000개 이상의 동영상을 삭제했고, 현재 정책 위반 경계선상에 있는 콘텐츠가 유튜브의 추천에 따라 시청되는 비율은 1%보다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빠른 삭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신고가 접수돼 정책 위반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는 노출을 최대한 덜 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의미다. <한겨레>가 유튜브 내 동영상 신고 기능을 활용해 연예인 사망설을 담은 영상과 채널을 신고해 보니, 해당 동영상은 더 이상 열쇳말 검색으로도 노출되지 않았다. 신고 뒤 조치 상황은 ‘신고 상태 확인’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배우 박근형 관련 허위정보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신고한 뒤 유튜브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 ⓒ한겨레 
배우 박근형 관련 허위정보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신고한 뒤 유튜브로부터 받은 메일 일부. ⓒ한겨레 

인터넷 콘텐츠의 내용 심의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민원 접수로는 유튜브 허위정보의 삭제나 차단 조치를 요구할 수 없을까? 방심위는 청소년유해물, 디지털 성착취물 등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해 유튜브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에 삭제·차단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2019년에는 방심위가 구글에 ‘5·18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는 유튜브 영상들에 대한 삭제 조치를 요구해, 구글이 2020년 관련 영상 일부를 삭제한 바 있다.

방심위는 ‘연예인 사망설’ 같은 유튜브 허위정보에 대한 통신 심의가 가능한지를 묻는 <한겨레> 질의에, “현행법상 단순한 유언비어 또는 허위사실 유포를 사유로 시정요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연예인 사망설의 경우 피해당사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신고 시에는 심의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했다.

 

방심위 “당사자 신고시 심의 가능”…‘돈줄 끊어야’ 대안도

플랫폼 사업자들이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는 유튜버들의 ‘돈줄’을 끊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가장 널리 확산된 가짜뉴스들을 추적한 결과, 마케도니아의 10~20대 청년들이 손쉽게 돈을 벌고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한 허위정보를 담은 가짜 정치뉴스 사이트들을 최소 140개 만들어 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뉴스 이용률이 높은 페이스북의 광고수익을 노린 일이었다. 유튜버들이 의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연예인들을 열쇳말 삼아 자극적인 허위정보를 생산, 유포하는 이유도 광고수익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에 낸 연구보고서 <해외 인터넷플랫폼의 유해콘텐츠와 허위정보 대응방안>를 보면, 연구자들은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해 “허위정보 제공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중단하는 정책 방안과 절차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허위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채널 구독자를 늘리고 동영상 조회수를 높이는 계정에 대해서는 광고 수익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를 준수하지 않는 채널에 대해 ‘수익 창출 중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연구진은 정부 또는 독립 기관이 플랫폼 사업자의 조치 이행 결과를 평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고서는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직접 만든) 실천강령의 이행 현황을 감사(audit)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감사 및 평가를 통해 자율규제를 통해 허위정보 규율이 충분히 되고 있는지 가늠하고, 만약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공동규제나 법적규제와 같은 강제력의 정도가 높은 규제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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