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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별 10개 중 6개 사라져’ 도심 속 빛공해가 밤하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연구 결과)

밤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본지도 오래다.

빛공해로 인해 밤하늘의 별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1
빛공해로 인해 밤하늘의 별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1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로 인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오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10개 가운데 6개가 우리 눈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중 밤 하늘이 매년 평균 9.6%씩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시민과학자들이 참여한 육안 별 관측 프로젝트 ‘글로브 엣 나이트’(Globe at Night)에서 확보한 5만1351개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것이다.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열린 '화성-지구 대접근 관측회'에서 어린이들이 별을 관측하는 모습. ⓒ뉴스1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열린 '화성-지구 대접근 관측회'에서 어린이들이 별을 관측하는 모습. ⓒ뉴스1

키바 박사는 “8년마다 밤하늘의 밝기가 두배씩 밝아지는 것과 같다”며 “이런 속도라면 오늘 태어난 아이가 250개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지역에서 18년 후에는 100개 미만의 별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볼 수 있는 별의 60%가 인공조명에 가리워진다는 얘기다.연구진은 밤하늘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밝아지는 것은 백열전구보다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빛을 내는 엘이디 조명기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엘이디 조명기기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1%에서 2019년 47%로 껑충 뛰었다.

 

아름다운 도시의 밤, 실체는 빛공해

지난 2017년 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세계 빛공해가 매년 약 2%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위성은 요즘 널리 보급되고 있는 엘이디 조명기기에서 나오는 500나노미터 미만의 청색광 파장을 감지하지 못한다. 청색광처럼 짧은 파장의 빛은 대기에서 더 쉽게 산란돼 밤하늘을 밝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추정치는 실제보다 매우 과소 계산된 것으로 생각했다.

1월 4일 오전 강원도 화천군 조경철천문대 상공 위로 유성우가 빛을 내며 떨어지고 있는 모습. ⓒ뉴스1
1월 4일 오전 강원도 화천군 조경철천문대 상공 위로 유성우가 빛을 내며 떨어지고 있는 모습. ⓒ뉴스1

키바 연구팀은 이번에 위성 기반 빛공해 지도와 시민과학 프로젝트의 관측 데이터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세계 여러 지역의 실제 빛공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보다 북미의 빛공해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유튜브 'UniverEarth'
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 ⓒ유튜브 'UniverEarth'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의 파비오 팔치와 살바도르 바라 교수는 같은날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평 논문에서 “사람들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밤의 지구 사진과 영상을 보고는,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을 보는 것처럼 도시 조명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며 “이는 물 위에 뜬 휘발유를 보고 그것이 화학오염물질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휘발유가 내는 무지개색깔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따라서 “밤의 인공 조명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실제로는 오염 물질이라는 인식이 크게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 다양성 해치고 건강에도 악영향

빛공해는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잠식하고 천체 관측을 방해하지만 더욱 심각한 건 환경 문제라는 점이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 ⓒ뉴스1
화려한 도시의 야경. ⓒ뉴스1

두 연구자에 따르면 자연광 이상의 인공조명은 포식자와 피식자 동물의 행동 변화를 촉발해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의 멜라토닌 분비량을 줄여 건강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21년엔 가로등이 곤충 개체 수 감소를 부른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또 실외 인공조명을 생산하고 설치, 운영하는 필요한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지구 온난화에도 일조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400테라와트시의 실외 조명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데는 2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논문 정보

DOI: 10.1126/science.abq7781

Citizen scientists report global rapid reductions in the visibility of stars from 2011 to 2022

SCIENCE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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