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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냐?" 양손 다 손가락이 세 개 밖에 없는 여성이 힘든 학창 시절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은 과정 (영상)

DJ로 일하는 캐시디는 '공룡'이라는 뜻의  'DJ 다이노(Dino)'라는 예명을 선택했다.

공룡 손이라는 놀림에 유쾌하게 반응하는 캐시디 ⓒCassidy Laramee 인스타그램

미국의 캐시디 라라미(26)라는 여성은 선천적으로 손가락에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는 오른손에 엄지손가락과 손가락 두 개만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왼손은 기형적인 손가락 두 개를 갖고 태어나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양손 다 각 세 손가락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어린 시절 남과 다른 손으로 주목을 받았고 또래 아이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손이 '공룡 손 같다'라며 학교에서 티라노사우르스에 비유되며 괴롭힘을 당했다. 캐시디는 그런 놀림을 견디고 오히려 유쾌하게 승화시켰다.

낮에는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DJ로 일하는 캐시디는 '공룡'이라는 뜻의 'DJ 다이노(Dino)'라는 예명을 선택했다. 게다가 공룡의 이미지와 함께 자신의 손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틱톡 등의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공유한다. 

DJ Dino로 활동 중인 캐시디 라라미 ⓒCassidy Laramee틱톡 영상 캡처
DJ Dino로 활동 중인 캐시디 라라미 ⓒCassidy Laramee틱톡 영상 캡처

"나는 이렇게 태어났다. 사람들은 항상 내 손이 공룡 손 같다고 놀리곤 했다. 아예 그 장단에 맞추어 살기로 결심했다." 

초등학교 시절 캐시디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는 "3학년 때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전학을 가야 했다. E.T, 닌자 거북이 등 각종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다행히 새로운 학교에서는 모두 내게 친절하게 대했다"고 회상했다. 

"각종 별명으로 불리웠는데 이제는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다."

남과 다른 모양의 손을 가졌기에 오랫동안 남들이 흔히 하는 네일아트에도 도전하기 두려웠다. 하지만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네일아트 샵을 방문했다. 캐시디의 한 엄지손가락의 손톱은 발톱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네일아트를 담당한 직원이 그 부분을 콕 찝어 말하자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처음 네일아트를 받으러 용기 냈지만 어색하고 부끄러운 경험이었다. 그 이후 오랫동안 다시 네일아트를 받으러 가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내 손가락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한다." 이후 캐시디는 다시 샵을 방문했고, 자신의 손을 꾸미는 데서 즐거움을 깨달았다. "손가락이 다섯 개인 다른 사람과 다르기에 네일을 받을 때 보통 40% 할인을 받는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할인받은 만큼 나도 팁을 많이 주려고 한다."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하는 캐시디는 장애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고객과 악수를 나누곤 하는데, 고객들은 그의 손을 신기해한다고. 캐시디는 "많은 사람이 내 손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만져봐도 되는가' 등의 질문을 한다"고 오히려 밝게 반응했다.

캐시디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독특한 손을 본따 실리콘 모델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틱톡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구매 요청을 해왔다." 

물론 남과 다른 손 모양으로 사는 게 힘든 순간도 있다. "캔이나 병, 과자 봉투 등을 열기 정말 힘들다. 심지어 문을 여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 손목도 남들보다 약하고 나이에 비해 조기에 관절염이 발생했다." 

"게다가 결혼을 한다면 어느 손가락에 반지를 낄 지도 고민이다. 하지만 이런 손도 장점은 있다. 인형 뽑기 기계처럼 생긴 손이라서 구석에 끼인 물건 등은 잘 빼낼 수 있다. 소파에 끼인 동전 같은 것 말이다."

캐시디가 틱톡에 올린 영상 중에는 한국의 닭발용 비닐장갑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고 "저런 게 있어? 당장 한국 가는 비행기 티켓 사야겠다"라고 즐겁게 말하기도 한다. 

한결같이 유쾌함을 잃지 않은 캐시디는 "내 손을 사랑하고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겪은 괴롭힘이나 인생의 어려움조차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나는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감 부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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