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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반달가슴곰 사육농장 주인 부부가 탈출한 곰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곰은 모두 사살됐다.

ⓒ게티이미지뱅크/울주군청 제공
ⓒ게티이미지뱅크/울주군청 제공

울산의 반달가슴곰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곰의 공격을 받아 농장 주인부부가 목숨을 잃었다. 탈출한 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엽사들에 의해 사살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8일 밤 9시37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곰 사육농장 주인부부의 딸이 119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이 몇시간째 연락되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출동한 119와 경찰은 사육장 앞에서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로 숨진 60대 농장 주인부부를 발견했다. 또 사육장 문이 열려 있었는데, 사육장 안에 1마리와 밖에 2마리 등 반달가슴곰 3마리도 발견했다. 경찰은 숨진 농장 주인부부의 몸에 난 상처가 반달가슴곰의 공격을 받아서 생긴 것으로 보고, 엽사 2명을 불러서 이날 밤 11시33분께 곰 3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울산 울주군청이 지난 8일 밤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자. ⓒ울주군청 제공
울산 울주군청이 지난 8일 밤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자. ⓒ울주군청 제공

숨진 농장 주인부부는 2018년 7월부터 암컷 2마리와 수컷 2마리 등 반달가슴곰 4마리를 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울산 울주군청은 곰 1마리가 달아난 것으로 보고 이날 밤 11시25분께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농장 주인부부의 아들은 “일주일 전쯤 농장에 갔을 때 곰이 3마리 뿐이었다. ‘두달 전 곰 1마리가 병들어 죽었다’고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농장 주변 지역을 밤 새워 수색해, 달아난 곰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 통보를 받은 울주군청은 9일 아침 6시11분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다시 보냈다.

사고가 난 농장에서는 지난해 5월19일에도 반달가슴곰 1마리가 탈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탈출한 곰을 붙잡아 다시 사육장에 넣음으로써, 피해는 없었다. 게다가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서 사육하려면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 농장은 등록하지 않은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자는 “사고가 난 농장은 미등록 시설이다. 이 때문에 반달가슴곰을 경기도 용인에 있는 원주인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고, 이행실태를 분기별로 점검했다. 2020년 7월과 지난해 10월 등 2차례 고발도 했다. 그러나 관련자들과 관계기관 사이에 소송이 벌어지면서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 9월27일 점검 당시 곰 4마리가 있었는데, 그 이후 곰 1마리가 정말로 병들어 죽었다면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치영 울주경찰서 형사과장은 “검안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 조사 결과, 농장 주인부부는 지난 8일 오후 3시30분께 곰으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아서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농장에 폐회로텔레비전이 없고 목격자도 없어서 사망시각과 사고과정을 정확히 밝히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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