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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초대된 가수에게 특정 노래를 빼라고 요구, 이를 안 받아들이자 연출자와 출연자를 모두 교체했다

출연료 지급도 중단된 상태다.

자신의 곡 '늑대가 나타났다' 부르는 가수 이랑. ⓒ유튜브 채널 '이랑'
자신의 곡 '늑대가 나타났다' 부르는 가수 이랑. ⓒ유튜브 채널 '이랑'

부마항쟁기념식에 행정안전부가 개입하면서 행사에 초대된 가수의 선곡 중 특정 노래를 '빼라고' 요청,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연출자와 출연자가 모두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21일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부마항쟁기념재단이 기획해놓은 기념식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예정됐던 연출자와 가수의 출연, 즉 무대 자체가 무산됐다고.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초대된 가수 이랑은 공연 두 달 전부터 연주자들과 공연 준비를 시작했으며 그 기간 동안 해당 공연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일도 하지 못한 상황.

이랑은 행사 취지와 맞다고 판단한 곡 '늑대가 나타났다'를 선곡했지만, 공연을 20일 앞둔 시점에서 행정안전부가 재단 측에 '늑대가 나타났다'란 노래를 빼라고 요청했다. 이를 거절하자 연출자와 출연자가 모두 교체됐으며 출연료를 정산해 달라는 말에 행안부와 재단 측은 '책임 돌리기'를 시작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JTBC 뉴스
JTBC 뉴스 화면 캡처 ⓒJTBC 뉴스

앞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가수 이랑 측에 "올해 기념식에서 이 곡을 꼭 불러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행안부 측은 "미래 지향적인 밝은 느낌의 기념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 검열은 없었다"며 출연료에 대해서는 "재단에 확인해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돈을 안 주지는 않을 건데"라고 주장했다. 

처음 계약 당시 감독 연출료는 1000만 원, 가수 공연비는 700만 원이 책정되었지만,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사례비 지급을 담당하는 용역회사는 '연출자와 가수 둘 합쳐서 700만 원만 지급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JTBC 뉴스
JTBC 뉴스 화면 캡처 ⓒJTBC 뉴스

이에 연출자와 가수가 행사를 주최하고, 감독과 가수를 섭외한 상급 기관과 직접 얘기하겠다고 하자 출연료 지급 자체가 중단된 상황. 이러한 대화가 반복되면서 가수 이랑 측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을 선임,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행정안전부에서 "검열은 없었다"고 밝힌 곡 '늑대가 나타났다' 가사 중 일부다. 

마녀가 나타났다
부자들이 좋은 빵을 전부 사버린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막대기와
갈퀴를 들고 성문을 두드린다
폭도가 나타났다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
다 먹어 치우고
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일하고 걱정하고 노동하고 슬피 울며
마음 깊이 웃지 못하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이단이 나타났다
도시 성문은 굳게 닫혀 걸렸고 문밖에는 사람이
도시 성문은 굳게 닫혀 걸렸고 문밖에는 사람이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요.

 

황남경 기자: namkyung.hw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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