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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숨지는구나" 이태원 참사 속 절망에 빠진 시민에게 구원의 손길 내민 미군이 직접 현장을 설명했다 (인터뷰)

미군들은 당시 현장에 경찰과 구조 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속에서 압사 위기에 처한 수십 명의 시민을 밤새 구하며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한 외국인 의인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신발과 옷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한겨레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신발과 옷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한겨레

연합뉴스를 통해 당시 현장 상황을 겪은 한 시민은  "이대로 숨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빠져나가는 걸 포기할 즈음 한 흑인 남성이 키 182cm, 몸무게 96kg인 자신의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이 인파 속에서 그를 구조했다는 사실을 제보한 바 있다. 

이 시민은"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 구급 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면서 "은인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30일, AFP에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미군 3명을 인터뷰했는데, 정황상 이 시민의 제보와 일치했다. 

위기에 처한 시민을 끌어올려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하고 사라진 3명의 정체는 주한 미군이었다. 바로 자밀 테일러(40),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드(32)로 경기 동두천시 미군 주둔 캠프 케이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비번을 맞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2.10.31 ⓒ뉴스1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2.10.31 ⓒ뉴스1

이들은 AFP와 인터뷰하며 가파른 그 골목길에서 인파에 휩쓸려 있었다가 간신히 옆에 있던 난간을 통해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데인은 "현장은 확실히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긴장됐다"고 떠올렸다.

이들이 인파 속을 빠져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자밀은 "마치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서로의 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 ⓒ뉴스1

"현장에서 도울 수 있는 인원은 충분하지 않았다. 깔린 사람들은 공황에 빠져 있었고 점점 상황은 악화됐다." 세 명의 미군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인파 속에서 구하고,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이들의 도움으로 많은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었다. 데인은 "밤새 쓰러진 사람들을 끌어내는 걸 도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깔려 숨을 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2.10.31 ⓒ뉴스1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2.10.31 ⓒ뉴스1

제롬은 "피해자 중 여성이 많았다. 대부분의 여성이 남성보다는 체격이 작기에 (많은 이들의 ) 횡격막이 부러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세 명의 미군은 당시 인파가 너무 많았기에 뒤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앞에서 어떤 참사가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을 거라고 추측했다. "뒤 사람들에게 '물러서'라고 소리쳤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제롬의 말이다. 미군들은 현장에는 경찰과 구조 대원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뉴스1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뉴스1

"사방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우리는 체격이 작은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빠져나오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들은 그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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