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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환경운동가들이 '기후 위기' 경고하고자 1600억 모네의 유명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뿌렸다

유럽 환경단체 '명화에 음식물 뿌리는 시위' 벌여.

으깬 감자가 흐르는 '건초더미'. ⓒ'마지막 세대' 트위터
으깬 감자가 흐르는 '건초더미'. ⓒ'마지막 세대' 트위터

모네의 명화 '건초더미'가 으깬 감자 범벅이 됐다. 

지난 23일(영국 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기후환경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 소속 활동가 2명이 같은 날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쏟아부었다. '건초더미'는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마지막 세대'는 이날 찍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영상에서는 형광 주황색 조끼를 입은 활동가 두 명이 그림 앞으로 걸어가 주저 없이 무언가를 뿌렸다. 말릴 틈도 없었다. '건초더미' 위로 노랗고 걸쭉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으깬 감자였다.

두 사람은 현장을 벗어나는 대신 그림 아래 쪼그리고 앉아 카메라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모네의 '건초더미' 앞에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 ⓒ'마지막 세대' 트위터
모네의 '건초더미' 앞에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들. ⓒ'마지막 세대' 트위터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다. 추위에 떨고 있다. 죽고 있다. 우리는 기후 재앙에 직면했다. 작품이 토마토 수프나 으깬 감자 범벅 되는 게 두려운가? 나는 2050년이 되면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이 없어진다는 과학적 징후가 두렵다.

명화에 음식물을 뿌리는 시위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특히 화석 연료를 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대'는 트위터에 영상과 함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깨닫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던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가가 으깬 감자를 투척하기 전 모네의 '건초더미'. ⓒChristie's 유튜브
환경운동가가 으깬 감자를 투척하기 전 모네의 '건초더미'. ⓒChristie's 유튜브

미술관 측은 작품이 유리 액자 안에 있어서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건초더미'는 오는 26일부터 다시 전시된다. '건초더미'는 2019년 경매에서 1억 1100만 달러(약 1596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미술관장은 성명을 통해 "기후 재앙에 직면한 운동가들의 걱정을 이해한다"라면서도 "그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쓴 수단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불과 9일 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4일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영국의 환경단체 활동가 2명이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었다. 이유는 같았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석유의 위기는 삶의 위기다. 수백만 명의 춥고 굶주린 가족을 감당할 석유는 없다. 수프 캔 하나 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토마토 수프'를 뿌린 이유는 바로 그 수프에 대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함이었다.

고흐의 '해바라기' 위에 뿌려진 토마토 수프. ⓒDamien Gayle 트위터
고흐의 '해바라기' 위에 뿌려진 토마토 수프. ⓒDamien Gayle 트위터

잉글랜드 서리에 거주하는 소피 라이트(43)는 처음에는 활동가들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러나 '해바라기'의 원본 역시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뒤 그의 마음은 바뀌었다.

소피는 주요한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경각심과 충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활동가들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한 말이죠." 그가 덧붙였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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