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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사건 관련 수사요청 발표 20시간 전 : 감사원은 ‘공소장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5개 기관 소속 20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사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출처: 공동취재사진

감사원은 13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수사요청 방침을 밝히면서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최종 감사 결과 수준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감사위원들을 거치지 않고 유병호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사무처에서 독자적으로 준비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감사 내용 공개를 의식한 듯 감사원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수사요청서의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고 강조했지만, 무려 A4용지 18쪽에 걸쳐 날짜별·시간대별로 대통령·국가안보실·국방부·국가정보원 등의 대응을 자세히 기재하고 지도까지 넣는 등 검찰 공소장에 버금가는 내용이 ‘보도자료’로 공개된 것을 두고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감사원 안팎에서 나온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6시께 “서해 사건 관련 수사요청을 하기로 했다”며 저녁 7시께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보도 시점(엠바고)은 14일 오후 2시로 예고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비공개가 기본인 수사요청을 무려 20시간 전에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감사원. 출처: 뉴스1
감사원. 출처: 뉴스1

앞서 이날 오전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월북몰이를 했다’는 내용의 ‘서해 사건 감사 결론’을 보도했는데, 감사원은 해당 보도에 대해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감사 결론이 미리 <조선일보>에 ‘유출’된 것이나 전 정권 인사 20명에 대한 수사요청 하루 전 공소장 수준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유병호 사무총장 및 사무처가 이 사건 감사 착수의 위법성을 지적한 감사위원들을 패싱하고 적극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 정권 시절 감사원에서 일한 한 인사는 “중간발표를 예고한 상황에서 감사 결론이 먼저 언론을 통해 새어 나오는 것은 증거에 자신이 없으니 감사를 주도한 사무처에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이날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는 △감사개요 △주요 사건경과 △초동대처 과정(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 미작동, 국방부·통일부·해경 등 위기대응 조치 미이행, 관련 사실 은폐) △월북 여부 및 시신소각 판단 과정 △해경 수사 및 결과 발표 과정 △조치 사항(5개 기관 20명 직무유기·직권남용·허위공무서 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 등 최종 감사 결과 자료 형식으로 구성됐다.

감사원은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 우동호 특별조사국장, 김숙동 특별조사국제1과장, 한윤철 수석감사관에게 문의하면 직접 응답할 예정”이라며 휴대전화 번호도 함께 공지하기도 했다.

고발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감사원은 그동안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의결 절차 없이 수사요청을 해왔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미 검찰이 서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굳이 서둘러 수사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요청하면 오히려 증거인멸 등을 돕는 꼴이 된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 서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이날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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