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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허리케인 '이언' 속 이 아들은 휠체어 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물에 침수된 도로를 수영했다 (사진)

아들과 그의 어머니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따로 살았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이언'은 美 역사상 다섯 번째로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됐으며 100명 이상이 숨졌다.

허리케인 이언으로 피해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자료사진) /출처:게티이미지
허리케인 이언으로 피해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자료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이번 허리케인 속에서 휠체어를 탄 84세 어머니를 구한 아들이 화제다. 조니 라우더는 허리케인이 지나가기 전 어머니 케렌 라우더에게 미리 피하라고 말했지만 케렌은 "내가 집을 떠날 일은 없을 거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조니와 케렌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따로 살고 있었다. 

조니 라우더가 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찍은 셀카 (침수된 도로) 출처:JOHNNY LAUDER
조니 라우더가 어머니 집으로 가는 길에 찍은 셀카 (침수된 도로) 출처:JOHNNY LAUDER

케렌의 생각보다 허리케인은 강력했고,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집이 침수되었다. 케렌의 집 배 위로 물이 높게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다급히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니는 현재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90년대에는 경찰 및 구조 잠수부로 일했다. 

오후 3시쯤 어머니의 전화를 받자마자 조니는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 및 홍수를 뚫고 어머니의 집까지 거의 수영해서 구하러 나섰다. 피플을 통해 그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창문으로 나가야 했다"고 조니는 말하며 침수로 그가 머물던 집도 피해를 받은 사실을 전했다. 그는 침수로 인한 장애물을 건너야 했다. "내 옆으로 차가 둥둥 떠내려가더라. 물살이 장난 아니게 강했다." 조니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가는 동안 여러 장애물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런 걸 다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는 그저 행동해야 했다." 조니의 말이다. 불과 0.8km 떨어진 거리였지만, 허리케인을 뚫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중간중간 아내와 아들에게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힘들지만 셀카를 찍었다. 손이 젖어서 문자는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아이폰으로 겨우 사진을 찍어서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에게 보내는 것 밖에 못했다."

조니의 셀카 속 원래 평범한 도로였던 곳은 마치 강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셀카 속에는 애벌레가 눈에 띈다. 조니는 "가는 길에 애벌레가 보이길래 구해서 모자에 놓아두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런 (애벌레를 구하는) 좋은 일을 했기에 그도 나를 지켜 준 걸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짧은 거리였지만 무려 40분이나 걸려 조니는 어머니 집에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늦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조니의 말이다.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문을 열었을 때, 물은 어머니의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구하러 왔을 당시 상황 (물에 잠긴 집), 출처:JOHNNY LAUDER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구하러 왔을 당시 상황 (물에 잠긴 집), 출처:JOHNNY LAUDER

"20분만 더 늦었어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날 보고 그렇게 기뻐한 건 처음이었다."

조니는 당시 어머니가 강아지 치와와처럼 떨고 있었다고 묘사하며 저체온증이 발병할까 봐 집 위층에서 마른 시트를 찾아 어머니를 감쌌다. 어머니를 안전시키고 따뜻한 곳으로 옮긴 후 3시간 후 다행히 집 안에서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니의 아들 중 한 명이 아버지와 할머니를 구하러 찾아왔다.

어머니를 구하러 온 조니, 출처:JOHNNY LAUDER
어머니를 구하러 온 조니, 출처:JOHNNY LAUDER

급한 마음에 인근 호텔로 갔지만 그곳조차 만석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피해를 덜 입은 조니의 아들 집에 머물러야 했다. 현재 케렌은 병원에서 침수 당시 탁한 물로 발생한 감염 등을 치료받고 있다.

조니는 "어머니의 집과 내 집 모두 복구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집과 소유하던 물품은 잃어버렸지만 가족과 직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전했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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