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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로 아들을 잃고 손자를 대신 키우는 이 할머니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의 법을 바꾸었다

2020년 미국에서만 음주운전 사고로 11,654명이 숨졌다.

미국의 세실리아 윌리엄스라는 여성은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를 낸 운전자 때문에 2021년 4월, 아들 코델 윌리엄스, 아들의 약혼자 레이시 뉴튼, 그리고 그들의 4개월 된 아들(세실리아에게는 손자)을 잃었다. 당시 코델과 윌리엄스는 올해 9월 결혼할 예정이었다. 

세실이아와 부모를 잃은 두 손자 / 출처 : CECILIA WILLIAMS
세실이아와 부모를 잃은 두 손자 / 출처 : CECILIA WILLIAMS

폭스10피닉스닷컴에 따르면 사고를 낸 데이비드 써비는 음주수치 0.192로 법적 허용치를 두 배 이상 넘어선 상태였다.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의 상처는 아직 그대로다. 세실리아의 아들과 그의 약혼자에게는 또 다른 두 아들 벤틀리(6)와 메이슨(4)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부모님과 어린 동생을 잃은 이들은 현재 할머니 세실리아와 할아버지 숀과 함께 살고 있다. 

세실리아는 소식을 듣고 "소리를 지르고 또 질렀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회상하며 다음날이 되어서야 겨우 손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이 너희들의 엄마와 아빠와 어린 동생을 먼저 데려갔다고 전했는데 벤틀리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피플을 통해 세실리아는 "아이들은 잘 견디고 있다. 하지만 문득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모두가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2020년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11,654명이 숨졌는데, 이는 45분마다 한 명꼴로 발생하며 수천 명의 아이들이 부모를 이로 인해 잃어야 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을 추모하는 두 아이들 / 출처 : CECILIA WILLIAMS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을 추모하는 두 아이들 / 출처 : CECILIA WILLIAMS

세실리아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경우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감옥에 가지 않았고 처벌 수준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들을 잃은 엄마이자, 부모를 잃은 손자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 세실리아는 앞으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확실하게 처벌을 받도록 행동에 나섰다.

그는 음주운전 사고로 부모가 사망했을 때 범죄자들이 낸 사고로 홀로 남겨진 미성년자 아이들의 양육비를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벤틀리법'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육비는 성장 환경 등을 고려해 법원이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돈이 전부인 사람이 많다. 그래서 음주운전자들의 재범을 막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실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세실리아의 말이다.

'벤틀리법'을 통과시킨 세실리아와 입법자들 /출처 : CECILIA WILLIAMS
'벤틀리법'을 통과시킨 세실리아와 입법자들 /출처 : CECILIA WILLIAMS

"사고를 낸 범죄자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길 바란다. 남겨진 가족은 평생 고통을 겪어야 한다."

세실리아는 벤틀리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국의 입법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다. "가만히 앉아서 다른 가족들이 이런 아픔을 겪게 둘 수 없었다. 손자들에게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극 속에서도 긍정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아마 하늘에서 코델과 레이시도 내가 한 일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들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이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세실리아의 노력 덕분에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미주리주 외에도 테네시주도 벤틀리법을 모델로한 새 법을 통과시켰다. 또 10개의 다른 주들도 비슷한 법안을 도입했다. 주 상원과 주 하원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될 정도로 지지를 받고 있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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