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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것" 미국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가 자신의 은퇴를 빗댄 '이 단어'는 꽁꽁 언 내 가슴을 완전 해동시켰다

23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넘어서는 윌리엄스의 진정한 업적.

  • Taryn Finley
  • 입력 2022.09.28 10:48
  • 수정 2022.09.28 11:03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세레나 윌리엄스가 프로 테니스 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했을 때 나는 3살이었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적에 그와 그의 자매 비너스 윌리엄스는 흑인 역사에 자신들의 족적을 남겼다. 나는 윌리엄스 자매를 우주비행사 메이 제미슨, 그리고 기업가 마담 워커와 동일선상에 두었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나는 윌리엄스 자매가 깨부순 장벽들로 인해 테니스계뿐만 아니라 이 세계가 더 나은 곳이 됐다고 느낀다.

서브를 넣는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서브를 넣는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내가 8살에 육상 선수가 되고 승부의 세계로 뛰어들은 뒤 나는 스포츠 전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여성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을 사랑했다. 그들이 보여준 날것 그 자체와 투지는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또 비록 내가 테니스를 치지는 않았어도 세레나는 육상 선수인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8살 이후 나는 사회적으로 상냥하게 말하는 법과 '숙녀다움'을 익혀야 했다. 반면 세레나는 거리낌 없었다. 그의 스윙, 그의 회전, 그의 신음 소리는 나에게 (사회가 강요한 것과) 다른 종류의 여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나로 하여금 더 진실한 내가 될 수 있는 동기였다. 

윌리엄스의 딸.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윌리엄스의 딸.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세레나의 전성기를 보며 성인이 됐다. 세상은 그를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선수로만 규정했지만 세레나의 커리어에는 스포츠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23번의 그랜드슬램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이 갖는 의미는 크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이를 알면서도 나는 그가 은퇴를 발표하자 감정적으로 동요했다. 세레나는 자신의 은퇴에 대해 "진화"라는 표현을 대신 썼는데 가정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솔직히 테니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오하이오주 데이튼 출신의 시끄러운 흑인 소녀에게 테니스는 너무 조용하고 지나치게 백인 위주의 스포츠다. 그러나 이를 콤프턴 출신의 어린 소녀가 자신의 자매와(윌리엄스 자매) 함께 격렬히 부숴나가는 과정을 보며 힘을 얻었다.

금시계를 찬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금시계를 찬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세레나는 세상이 인지하기도 전에 동시대 최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도 그걸 알았다. 말도 안 되는 수식어와 흑인 여성에 대한 혐오가 한 바가지 쏟아지고 차가운 비판이 그를 무너뜨리려고 할지라도 그는 알고 있었다. 결국에는 자신이 승리할 것임을.

안티팬들이 세레나에게 '여성적이지도 예쁘지도 않다'고 외칠 때 그는 잡지 표지를 장식했다. 의료 인종 차별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고 테니스계가 그를 소외시킬 때마다 돌아왔으며 이는 오사카 나오미와 코코 가우프가 인지도를 얻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심지어 임신 상태로 알렉시스 올림피아 오하니안 주니어와 맞붙어 호주 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화보를 찍는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화보를 찍는 세레나 윌리엄스. 출처: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보그에 실린 작별 편지에 세레나는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핵심과 그의 커리어를 만든 원동력에 대해 밝혔다. 그는 "최고의 나를 사람들에게 증명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나를 화나게 하고  소외시켰기 때문에 이길 수 있던 경기가 수없이 많아요. 그게 내 원동력이죠. 내 커리어는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에 활로를 틔워주고 이를 긍정적인 무언가로 승화시킴으로써 만들어졌어요. 언니 비너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만약 누군가가 네가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할 수 없기 때문이야'라고요. 하지만 나는 해냈죠. 당신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말했다. 

세레나의 은퇴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의 여정은 스포츠 업적을 넘어섰다. 그의 여정은, 자율권을 가진 흑인 여성이 자신의 가치를 완전히 파악한 채로 그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으로 뛰어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상이 뭐라고 떠들든 간에 말이다.

영감은 당신이 다른 일을 하고 싶어질 때까지 지속되는 힘이다. 또 영감은 우리가 직업 혹은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 우리를 정의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여정의 어느 순간에 위치해 있든, 우리는 무적이다.

 

*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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