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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알아서 선택할 것이며, 남자들은 여자를 지지한다" 히잡 불태우는 여성들의 편에 선 이란 남성들(영상)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유발한 여성 해방 운동.

출처: 트위터 @NiohBerg/ @Shayan86
출처: 트위터 @NiohBerg/ @Shayan86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평범한 시민이었던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당한 후 숨졌다. 경찰은 아미니의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아미니에겐 심장질환이 없었다 반발했고, 유엔 또한 "경찰이 아미니의 머리를 지휘봉으로 가격하고, 차량에 그의 머리를 박았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아미니가 경찰에 폭행당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아미니의 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나왔다. 히잡을 불태우고, "우리 자매를 위해 복수하자" "독재자에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여성을 억압하는 국가권력에 반발했다. SNS에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을 공유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거리는 히잡을 태우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경찰은 최루탄, 산탄총을 사용하며 제압에 나섰다. 

코르데스탄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코르데스탄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행진 중이다. 출처: 트위터 @Shayan86

거리엔 여성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란의 남성들 또한 여자들이 주도한 시위를 지지했다. 어쩌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할 수도 있었던 사건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와 함께 싸웠다. 여성들이 연행되지 않도록 경찰을 가로막거나, 시위대의 가장 앞에 서서 경찰과 대치한 이도 있었다. 

이런 남성들의 사진과 영상은 트위터를 포함한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예루살렘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에밀리 슈레이더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히잡을 벗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이란 남성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여성들은 뒤집힌 차로 추정되는 곳에 서서 벗은 히잡을 높게 들고 있었고, 남성들은 그들을 제압하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시위대의 맨 앞에서 경찰과 대치한 남성의 사진을 올리며 "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알아서 선택할 것이고, 진정한 남자들은 우리 편에서 우리의 존엄성을 지지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역사는 진행 중이다"라는 설명 또한 덧붙였다. 

테헤란 대학교의 남학생들도 아미니를 기리며 권력에 대항했다. 대다수가 남성으로 구성된 인파들은 "내 여자 형제를 숨지게 한 사람은 누구든지 죽일 것이다"라고 외치며 교내 캠퍼스를 행진했다. 

남성들의 모습은 시위 현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히잡을 흔들며 행진하는 여성들에 섞여 행진하며, "정의, 자유, 히잡 의무화 철회"를 함께 외쳤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한 남성 무리가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살수차에 물건을 던지는 영상이 포착되는가 하면, 경찰차를 짓밟고 파괴하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모두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에 벌어진 일이다. 일면식도 없던 이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히잡 의무화 철회와 여성 해방을 위해서. 

현재 이란 당국은 소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차단하고 인터넷 연결을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이 제한되며 시위자들이 외부에 소식을 전하는 주 수단인 트위터 또한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한 시민은 "정권이 인터넷을 차단하고 나서 세계가 이란의 상황을 잊을까 걱정이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이란 밖의 우리가 그들과 연대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시위가 장기화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보는 것. 이란의 한 시위자가 말했듯이, "역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문혜준 기자 hyejoon.moo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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