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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아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미국에서 한 엄마와 경찰이 좀 더 살기 좋고 따뜻한 동네를 만든 기발한 방법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언제든 무서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앨리 해리스의 6살 아들 카이렌은 자폐증을 갖고 있고 말을 할 수 없다.

앨리와 그의 아들 카이렌 / 출처 : Ali Harris
앨리와 그의 아들 카이렌 / 출처 : Ali Harris

카이렌은 차를 좋아한다. 주택에 사는 앨리는 항상 빠른 속도로 동네에서 차를 모는 차들 때문에 걱정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언제든 카이렌이 차를 보고 도로로 뛰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집 주위에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언제든 무서운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앨리가 투데이를 통해 한 말이다.

또 카이렌은 집 주위의 모래나 돌을 주워 마치 모래시계처럼 손안에서 주운 내용물을 흘려보내는 행동을 하며 차분해지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도로에 차가 지나간다면 위험할 수 있는 행동이다. 카이렌은 차가 알람을 울려도 어떤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피하기 어렵다. 

앨리는 아들을 동네에서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교통 표지판처럼 집 근처 구역에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산다는 걸 알릴 수 있는 표지판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은 위험을 모른다. 빠른 차를 보면 피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굴러가는 바퀴를 보고 시각적으로 자극을 받고 차에 달려들 수 있다." 

앨리 해리스의 인터뷰 영상 캡처 / 출처 : 유튜브 KMOV Inside Edition 인터뷰 영상 캡처
앨리 해리스의 인터뷰 영상 캡처 / 출처 : 유튜브 KMOV Inside Edition 인터뷰 영상 캡처

그 표지판을 보고 사람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 것이다. 동네 이웃들은 앨리에게 왜 카렌이 대화를 하지 않고 남과 좀 다른 행동을 하는지 질문을 자주 했다. 그럴 때마다 앨리는 설명해야 했고, 만약 표지판이 있다면 좀 더 쉽게 다른 사람도 이해할 거라고 믿었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표지판을 세워야 할지 몰랐다. 우연히 지역의 경찰서장 밥 콜스가 앨리가 일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앨리는 "말 못 하는 자폐증 아들이 있는데, 아이의 안전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밥 콜스는 앨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밥도 세 아이의 아빠였다. 

페어런트헤럴드에 따르면 밥은 "앨리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말 못 하는 아이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이 아이의 상태를 이해했다면 훨씬 더 사건을 잘 다뤘을 것이다. 이런 표지판은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앨리를 돕고 싶었다." 

자폐증이 있는 카이렌을 위한 표지판 / 출처 : South Roxana Police Chief Bob Coles
자폐증이 있는 카이렌을 위한 표지판 / 출처 : South Roxana Police Chief Bob Coles

며칠 후 카이렌 네 집 앞에는 눈에 확 띄는 노란색 표지판이 설치됐다. 표지판은 "자폐증 아이가 사는 구역이다"라고 쓰여있으며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앨리와 그의 약혼자 딜런은 그 표지판을 보자마자 감격했다. "진짜 표지판이 생겼어!"

앨리의 사례 외에도 미국에서는 여러 주의 부모들이 비슷한 표지판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정부에 하고 있다.

2020년 뉴욕주 교통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3살짜리 아이를 보호해달라는 가족의 요청을 받고 관련 표지판을 승인하고 설치한 사례가 있다. 또 2021년 오하이오주의 한 부모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시각장애 아이가 있는 구역"이라고 명시한 표지판을 승인받았다. 이 부모는 표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오하이오 주와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 

앨리와 그의 아들 카이렌 / 출처 : Ali Harris
앨리와 그의 아들 카이렌 / 출처 : Ali Harris

물론 이런 표지판이 정말 효과적일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미국 지적 및 발달 장애 협회'의 전무이사이자 CEO인 마가렛 니그렌은 말한다. 오히려 이런 표지판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마가렛은 "소규모 동네일수록 사람들이 이웃을 알기 쉽고 서로를 도울 확률이 높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앨리도 물론 표지판이 만능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표지판을 설치한 후 집 주위를 달리는 차들의 속도가 줄어들었다고 말하며 "드디어 이 동네에서 우리 가족도 포함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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