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생해서 자식 다 키웠더니, 손주까지 떠맡게 된 조부모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수치로 보면 맞벌이 가정 열 중 아홉은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고 있다고. 이를 '황혼 육아'라고 부르고, 최근 들어 이 단어가 심심찮게 귀에 들리곤 한다.
"창살 없는 감옥"이라 표현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낀다는 '황혼 육아'에 대한 오은영 박사의 생각은 어떨까.
30일 방송된 KBS1 '오케이? 오케이!'에서는 10년, 5년째 황혼 육아 중이라는 할머니 사연자들이 고민을 털어놨다. 사연자는 "손주를 봐주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아이를 봐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자식 부부가) 맞벌이한다고 해서 도와주게 됐다. 몇 시간만 봐주면 된다더니 지금은 하루가 됐다. 게다가 둘째가 생겨서 황혼 육아가 연장됐다"며 사연을 밝혔다.
황혼 육아를 시작한 뒤 친구들과 만날 기회도 줄어들고, 개인 시간과 자유 시간이 아예 없다고 털어놓은 그는 "육아로 인해 모든 걸 포기했다. 친구들과 소통이 단절되어서 소외감을 느끼는 등 많이 힘들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진 뒤로는 5분 대기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황혼 육아에 대해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가 무쇠인 줄 안다"며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주니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식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에서는 아이다"라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황혼 육아의 원칙 중 중요한 건 '육아의 중심'은 엄마, 아빠라는 점을 강조한 오은영 박사는 "육아에서 한발 물러서면 부모가 나서기 마련이다. 자꾸 쌓이면 자식들이 으레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모의 영역과 조부모의 영역을 구분하시면 좋겠다"고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조언을 건넸다.
황남경 기자: namkyung.hw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