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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1만540m인데.." 마리아나 해구서 디즈니 '겨울왕국' 풍선이 발견됐다(사진+영상)

플라스틱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마리아나 해구에서'겨울왕국' 풍선이 발견됐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마리아나 해구에서'겨울왕국' 풍선이 발견됐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2021년 9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에서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2013년)의 풍선이 발견됐다고 오스트레일리아 언론매체가 보도했다. 그해 3월, 필리핀국립대 미생물해양학자인 데오 플로렌스 온다 박사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지구에서 세번째로 깊은 필리핀 해구 엠덴 해연(수심 1만540m)을 탐사하다 해파리인 줄 알았던 물체가 비닐봉지임을 확인하고 절망했다.

해안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해안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거북이가 비닐 쓰레기 사이를 헤집고 기어간다. 출처: 게티 이미지
거북이가 비닐 쓰레기 사이를 헤집고 기어간다. 출처: 게티 이미지

사람도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 미세플라스틱 섭취

세계자연기금은 지난 2월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생물, 생물다양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어 해양생물종의 88%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링과 폐그물은 물개 목을 옭매어 큰 부상 혹은 사망에 이르게 하고, 건강했던 산호 군락은 플라스틱 비닐로 덮여 백화현상이 진행됐으며, 죽은 고래 배 속에서는 플라스틱 컵과 비닐봉지 등이 잔뜩 쏟아지기도 했다. 

전체 바닷새의 90%, 바다거북의 52%가 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추산되며,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해역이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의한 생태적 위험 한계치에 도달했고, 지중해, 동중국해, 서해, 북극해빙 해역과 같은 ‘핫스폿’은 회복 불가능한 한계치를 초과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바다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고, 지금 그 상처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은 해양생태적 위기를 넘어 인류의 생존 위기와 직결된다. 이에 국제사회와 세계 각국은 국경 없는 해양쓰레기로부터 환경·생태적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연대·협력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2019년 9월 23일 스페인 말라가 지역에서 기후주간을 맞이해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고래. 출처: 게티 이미지
2019년 9월 23일 스페인 말라가 지역에서 기후주간을 맞이해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고래. 출처: 게티 이미지
로봇을 이용해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로봇을 이용해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Newsroom Explains'

플라스틱 사용 줄이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2018년 12월 유럽연합은 2021년 7월부터 어구를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금지한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을 발효했고, 올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 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마련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도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60% 줄이고, 2050년까지 제로화를 달성하기 위한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해 해양쓰레기 전 주기적 관리체계를 마련, 이행하고 있다. 충남도가 추진한 ‘깨끗한 해양환경 만들기 사업’은 지난해 유엔 경제사회처가 주관하는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양쓰레기 원천 종식은 국제사회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사회, 기업, 연구기관 등이 모두 함께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스스로 억제하고, 기업은 플라스틱 생산을 파격적으로 줄이며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기관은 해양 침적·부유 쓰레기 수거 로봇 등 첨단장비 개발과 해양쓰레기 처리 정책·기술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

멕시코 칸쿤 지역 해안의 산호. 출처: 게티 이미지
멕시코 칸쿤 지역 해안의 산호. 출처: 게티 이미지

한국이 해양환경 선진국으로 도약할 차례

올해 9월 부산에서는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가 열린다. 해양폐기물 발생 예방과 관리 모니터링, 연구개발, 민간협업·교육, 정책 등 아이디어와 우수 사례 등을 공유하는 세계 최대 규모 해양폐기물 관련 국제행사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환경계획과 미국 해양대기청 등이 시민 참여 기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반려해변 제도, 폐어구 집하 시설 설치 등을 추진해온 우리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이 콘퍼런스는 우리가 해양쓰레기 문제를 직시할 중요한 기회다. 성공적인 콘퍼런스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가 해양환경 분야의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해양환경 선진국이자 해양강국으로 도약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우리는 바다로부터 얻은 수많은 경제적·환경적·문화적 혜택에 감사하며 상처받은 바다를 어루만지는 치유 과정을 함께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양생태계 훼손, 수질오염 등 많은 난관에 봉착한 바다에서 해양쓰레기 문제만이라도 해결해 미래세대에게 건강한 바다를 물려주는 것은 현세대의 책무일 것이다. 이제는 행동할 때다.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jdkim65@km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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