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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첫사랑'이 가곡이라는 소재로 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시도를 했고, '뮤지컬은 2030 전유물'이라는 공연문화를 바꿀 전망이다

세대 불문 누구나 공감할 '첫사랑'이라는 정서와 한국 가곡을 담았다는 게 포인트.

  • By HuffPost Korea Partner Studio
  • 입력 2022.08.12 17:03
  • 수정 2022.08.12 17:23
SEOUL, SOUTH KOREA - AUGUST 10: PSY performs at K-Pop Super Live to open Seoul Festa 2022 celebrating the return of tourism and events following the COVID-19 pandemic at Jamsil Sports Complex on August 10, 2022 in Seoul, South Korea. (Photo by Justin Shin/Getty Images)
2022 Seoul Festa의 현장. (Photo by Justin Shin/Getty Images)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공연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객석 간 띄어 앉기 등의 지침이 완화되면서 야외 페스티벌, 케이팝 콘서트 등을 막론하고 다채로운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모양새다. 이에 소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억눌렸던 문화생활의 욕구를 ‘보복 소비’로 표출하고 있다. 

Dan Menash (C) performs on stage during the Mamma-Mia! rehearsals  at Theatre Mogador on October 27, 2010 in Paris, France. (Photo by Dominique Charriau/WireImage)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Photo by Dominique Charriau/WireImage)

뮤지컬계 역시 활짝 웃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뮤지컬 장르의 티켓 판매액은 약 1826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뮤지컬의 주 소비층은 단연 2030으로, 많은 뮤지컬 제작사들은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이른바 ‘회전문 관객(한 작품을 여러 회차 관람하는 관객)’ 역시 2030 여성이 주를 이룬다.

 

뮤지컬 내 ‘문화적 다양성’ 확보의 필요성

다만, 많은 제작사들이 뮤지컬의 주 소비층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뮤지컬 작품들이 획일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몇몇의 스타 배우가 이른바 ‘겹치기 출연(한 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뮤지컬 제작사는 ‘회전문 관객’에게 ‘N차 관람(같은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멀티캐스팅(여러 명의 배우를 한 배역에 캐스팅하는 것)’을 활용하는데, 이는 뮤지컬 시장이 배우 중심으로 작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17 September 2020, Berlin: The singer and entertainer Sven Ratzke is on stage at the Renaissance Theater in Knesebeckstraße for the cult rock musical "Hedwig and the Angry Inch" in his role as punk diva Hedwig. Ratzke has already appeared in this role in 2013, 2014 and 2016 in Berlin. The internationally successful play was filmed in 2001. It will celebrate its premiere as a late-night show of the Renaissance Theater on 17.9. and will be shown twice a month. Photo: Jens Kalaene/dpa-Zentralbild/ZB (Photo by Jens Kalaene/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뮤지컬 '헤드윅'의 한 장면. (Photo by Jens Kalaene/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를 이루는 현상 역시 뮤지컬의 획일화에 기여한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보장된 흥행 공식을 따르다 보니, 창작 뮤지컬이라고 하더라도 라이선스 뮤지컬과 유사한 형식을 좇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

뮤지컬의 획일화 현상은 장년층이 자발적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경우가 적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주 소비층을 포기할 수 없는 민간 기획사로서는 색다른 시도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건강한 공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공공의 가치를 고민하는 ‘마포문화재단’이 발 벗고 나섰다. 마포문화재단은 가곡 소재의 뮤지컬 <첫사랑>으로 창립 이래 최초로 뮤지컬 제작에 도전했다. 

뮤지컬 '첫사랑' 포스터 / 마포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첫사랑' 포스터 / 마포문화재단 제공

한국 가곡은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을 서정적인 시어와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하는 독창적인 장르다. 1970-80년대에는 9시 뉴스 전 골든타임에 가곡 뮤직비디오가 방송될 만큼, 한국 가곡은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우리말로 된 시어와 아름다운 선율이 만나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며, 한국 가곡은 대중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해왔다. 

뮤지컬 <첫사랑>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선율이 아름다운 한국 가곡의 특성을 잘 살려, 탄탄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품이다.

 

세대 간의 연결다리, 뮤지컬 <첫사랑>

한국 가곡을 비교적 많이 접해보지 못한 요즘 세대는 가곡을 어렵거나 낯설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가곡을 소재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시도는 파격적이다. 

뮤지컬 '첫사랑' 일러스트 포스터 / 마포문화재단 제공

마포문화재단은 뮤지컬 <첫사랑>을 통해 2030 중심이던 뮤지컬의 파이를 5060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뮤지컬 장르의 2030 관객 의존도에서 벗어나, 2030부터 5060까지 폭넓게 만족할 수 있는 세대 간의 연결 다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뮤지컬 <첫사랑>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국 가곡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로, 가곡에 익숙한 장년층에게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2030이 5060 부모님을 모시고 보러 가기도 하고, 거꾸로 5060이 2030자녀들을 데리고 보러 가도 손색없다.

뮤지컬 <첫사랑>을 총괄 기획한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이사는 “스타 배우 중심의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재단은 탄탄한 스토리와 곡을 중심으로 작품성에 충실한 뮤지컬을 준비했다. 가곡 소재의 대극장 뮤지컬을 제작하는 새로운 시도가 관객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공연 생태계 조성과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라고 전했다.

 

뮤지컬 <첫사랑> 관극 포인트 

1.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만남: 뮤지컬 넘버로 변신한 한국 가곡

순수 예술인 가곡과 가장 대중적인 공연예술 장르인 뮤지컬이 만났다. 뮤지컬 <첫사랑>에서는 한국 가곡의 대중화를 이끈 작곡가 김효근의 명곡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750만의 가슴에 위로를 전한 추모곡 ’내 영혼 바람되어‘, 지금의 아내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든 헌정 곡  ’첫사랑‘, 제1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수상작 ’눈‘, 러시아의 국민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를 직접 번역하고 작곡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이 작품을 관통하는 넘버가 되어 담담하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상견례 현장(아래 왼쪽부터 송제용 프로듀서, 오세혁 작·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김효근 작곡가·예술감독) / 마포문화재단 제공
상견례 현장(아래 왼쪽부터 송제용 프로듀서, 오세혁 작·연출, 이진욱 음악감독, 김효근 작곡가·예술감독) / 마포문화재단 제공

이번 작품의 편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이진욱 감독은 “가곡 본래의 매력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게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그 당시의 음악이 잘 들리게끔 과하게 포장하기보다는 곡마다 가장 어울리는 지점을 찾아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담담하고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특히 이번 뮤지컬이 MZ세대에게는 지금껏 익숙하게 향유해 온 문화와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2. 연기와 가창력을 겸비한 배우 캐스팅

조순창 배우, 윤영석 배우 / 마포문화재단 제공
조순창 배우, 윤영석 배우 / 마포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첫사랑>의 주인공으로 관록 있는 중년 배우가 캐스팅되어 눈길을 끈다. 젊은 배우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뮤지컬 시장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시도다. 

뮤지컬 <첫사랑>에는 <오페라의 유령>의 초대 ‘팬텀’ 윤영석 배우와 <노트르담 드 파리> 국내 1대 ‘콰지모토’이자 최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명연기로 호평을 받은 조순창 배우가 출연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줄 계획이다.

 

3. 성별과 세대 상관없이 공감하는 첫사랑 이야기

 ‘현재의 태경’역을 맡은 김지훈 배우와 ‘선우’역을 맡은 양지원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 마포문화재단 제공
 ‘현재의 태경’역을 맡은 김지훈 배우와 ‘선우’역을 맡은 양지원 배우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 마포문화재단 제공

이 작품은 타이틀에 걸맞게 전 세대가 공감하는 ‘첫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녹여낸다. 뮤지컬 <첫사랑>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50대 남성 태경은 명망 있는 사진작가이자 남 부러울 것 없는 인기 유튜버다. 사건은  ‘현재의 태경’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로 돌아가면서 시작된다. '과거의 태경'은 90년대 명동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당시 그가 사랑하는 상대는 '선우'라는 여성. 짐작하듯 태경의 첫사랑이다. 선우는 세계인이 모이는 이탈리아 국제음악제 무대에 서는 꿈을 가진 당찬 캐릭터다. 그렇게 다시 조우한 '과거의 태경'과 '과거의 선우'는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은 노래 한 곡을 떠올린다. 

오세혁 작·연출은 이번 작품에서 “때로는 신비롭게,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뭉클하게 다가오는,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첫사랑의 감정을 무대 위에 그려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첫사랑>은 2022년 9월 2일부터 4일까지 단 3일간 총 4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마포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마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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