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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없는 우유' 출시: 온실가스 배출량 97%, 물 99%, 에너지 60%의 사용이 절감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올 여름 시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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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게티 이미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축산업에서 온실가스의 태반은 10억마리가 넘는 소에서 나온다.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 업체들이 주로 소고기 대체육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고기 맛에 가깝게 만든 식물육은 이미 틈새시장을 형성했고, 소의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 쇠고기도 머지 않아 시장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소가 공급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백질 식품이 우유다. 전 세계 우유 생산량은 한 해 8억4천만톤이 넘는다. 60억명 이상이 우유나 유제품을 식품으로 섭취한다.

우유에선 일찌감치 두유 같은 대체품이 나와 있다. 하지만 곡물을 갈아 만든 기존 식물성 우유는 실제 우유와는 단백질 성분이나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유청 단백질을 포함하지 않아 버터, 치즈 등의 유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없다.

최근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실제 우유와 같은 단백질을 함유한 대체우유가 개발돼 시판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비건식품 제조업체인 베터랜드(Betterland)가 올 여름 시판을 준비하고 있는 대체우유는 소가 아닌 미생물이 생산한다.

미생물 발효우유 생산 과정
미생물 발효우유 생산 과정 ⓒ한겨레

2차 대전 때 군인들 옷에 구멍냈던 범인

‘소 없는 우유’(cow-free milk)라는 이름이 붙은 이 대체우유는 채식주의자들이 2014년에 설립한 퍼펙트데이(Perfect Day)가 개발했다.

이 대체우유는 우유와 똑같은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우유의 핵심 성분인 유청 단백질(베타-락토글로불린)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합성해 미생물에 주입한 뒤 생물반응기에서 정밀 발효 과정을 통해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미생물은 토양에 사는 곰팡이균의 일종인 다세포 사상균으로, 2차 세계대전 중 남태평양 섬에 주둔하던 군인들의 옷과 장비에 구멍이 난 원인을 찾던 중 발견된 것이다.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이 미생물은 옷감을 분해하는 효소 단백질인 셀룰라제를 분비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잘 활용하면 다른 단백질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베터랜드가 시판할 미생물 발효우유.
베터랜드가 시판할 미생물 발효우유. ⓒ퍼펙트데이

온실가스배출량 97% 감축 가능

퍼펙트데이는 이 미생물에 우유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끼워 넣어 그 잠재력을 현실화했다. 새 유전자를 붙여넣은 미생물에 설탕을 공급하면 미생물이 이를 먹고 우유의 핵심인 유청 단백질을 배출한다. 적절한 영양 성분, 온도 등의 번식 조건을 갖춘 생물반응기에서 이 과정을 실행하면 우유 단백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축산을 대체하는 식품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이다. 퍼펙트데이에 따르면 미생물 발효우유는 소를 키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같은 양의 우유 단백질을 생산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97%, 물을 99%, 에너지를 60% 절약할 수 있다.

베터랜드 우유 한 컵에는 실제 우유와 똑같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그러나 미생물 발효우유의 성분이 진짜 우유와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일반 우유보다 설탕과 지방이 적고,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는 유당도 없다. 다만 아직 가격은 일반 우유보다 비싸다.

퍼펙트데이가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우유 단백질.
퍼펙트데이가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우유 단백질. ⓒ퍼펙트데이

“식물성 우유는 하이브리드, 발효우유는 전기차”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대체육 개발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미생물을 이용한 대체우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매진다이어리(Imagindairy)란 신생기업은 지난해 효모를 사용해 유청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시판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회사 공동설립자인 타미르 툴러 텔아비브대 교수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이론적으로는 젖소에서 추출한 우유와 효모에서 추출한 우유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경제성”이라며 상품화의 고충을 토로했다.

유제품 대기업 다농 등 일부 기업에서도 우유와 더 비슷한 맛을 내는 새로운 식물성 우유를 연구하고 있다. 스웨덴의 덕드링크스(Dug Drinks)란 기업은 감자를 이용한 식물성 우유를 개발하기도 했다. 식물육 제조업체인 임파서블푸드도 2020년 실제 우유와 같은 맛을 내는 식물성 대체우유를 개발해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개발 진행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퍼펙트데이의 대체우유가 전기차라면 식물성 우유는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하다.” 베터랜드푸드 대표인 리잔느 팔세토(Lizanne Falsetto)는 온라인 매체 ‘패스트 컴퍼니’ 인터뷰에서 “식물성 유제품은 중간단계”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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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환경 #라이프 #온실가스 #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