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나 김명신(개명 전 이름)이란 이름의 작가가 전시한 적이 없습니다.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아요.”
1998~2005년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 관장을 맡았던 이홍복(69)씨는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잘라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18년 전 도록에 ‘삼성미술관 기획전시’에 참여했다는 허위 경력을 실은 것을 두고 “삼성플라자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것”이라고 한 해명을 뒤집는 증언이다.
김씨는 작가로 활동하던 지난 2003년 인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딸림 전시 ‘신체적 풍경’에 출품했다. 당시 전시 도록에 삼성미술관 기획전 ‘Portrate’에 참가했다는 허위 경력을 실은 사실이 <한겨레> 취재로 밝혀지자, 김씨는 “2003년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서 전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한겨레> 12월17일치 1면). 김씨는 다른 언론에 “당시 삼성플라자 내부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삼성미술관이라고 불린 적 없다
그러나 이 전 관장은 “개관 때부터 폐쇄될 때까지 작가들과 전시를 다 지켜보고 기록한 책임자가 저인데, 김씨의 전시품은 물론 명단도 본 적이 없어 그의 해명은 허위라고 생각된다. 당시 전시장 공식 명칭은 삼성플라자갤러리였다. 소수 작가들이 삼성플라자미술관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삼성미술관 명칭은 누구도 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관장은 독일 보쿰대에 유학해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뒤 호암미술관에 입사한 큐레이터 출신으로, 지금은 미술계에서 은퇴했다. 1997년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분당 삼성플라자 갤러리 관장으로 임명돼 개관을 준비했고, 2005년 폐관 때까지 줄곧 재직했다. 미술계에서는 당시 갤러리에서 열렸던 전시와 작가들을 다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전문가로 지목돼왔다. 그는 “당시 (김씨가 다니던) 경기대 미대에 강사로 나가 가르치고 있었다. 김씨는 내가 강사이고 삼성플라자 갤러리 관장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아마도 그걸 조합해 얘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