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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교동 63호분 속 무덤방에서 발견된 개들의 유체는 '반려견'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진돗개와 비슷한 체격이었다.

63호분에서 출토된 순장조 개 유체의 일부분.
63호분에서 출토된 순장조 개 유체의 일부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1600여년 전 한반도 남부의 가야 사람들은 무덤에 묻힐 때 ‘반려견’도 같이 데려갔던 것일까.

지난 2019년 11월 가야시대 대형 무덤으로는 드물게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돼 큰 관심을 모았던 경남 창녕군 교동 63호분에서 무덤 주인과 함께 묻힌 ‘순장조’ 추정 개들의 흔적이 드러났다. 특히 개들은 돌을 두른 전용 무덤 방에 온전한 모습으로 겹겹이 놓인 채 매장돼 ‘반려견’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유은식)는 국가사적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의 63호 무덤을 최근 수습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분 주인의 매장 공간 앞에 따로 석곽(돌널) 공간을 만들어 순장한 것으로 보이는 가야시대 개 3마리의 유체 흔적을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순장조 개들이 나온 63호분의 출토 지점을 옆에서 보며 찍은 사진.
순장조 개들이 나온 63호분의 출토 지점을 옆에서 보며 찍은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63호분에서 나온 개 3마리 중 일부 유체의 모습.
63호분에서 나온 개 3마리 중 일부 유체의 모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개들의 유체는 무덤 주인의 주검을 안치한 묘실 공간의 출입구 북서쪽 주변에 길이 1m 내외로 석곽을 둘러 만든 작은 공간 안에 있었다. 3마리가 나란히 포개어진 채 매장됐는데, 크기를 잴 수 있었던 건 1개체에 불과했다. 어깨높이 약 48㎝로 오늘날 진돗개와 비슷한 체격이었다.

연구소 쪽은 묻힌 순장조 추정 개들이 망자가 아꼈던 애견이거나 반려견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람 주검을 넣는 석곽 묘실과 별개로 돌 부재들을 둘러싼 작은 무덤방 성격의 공간을 특별하게 조성하고 개 유체를 안치한 것은 국내 처음 발견된 사례다. 별도의 무덤 공간을 만든 것인 만큼 단순 제물이 아니라 망자가 애지중지하던 개를 사후 같이 묻은 동물 순장 정황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순장조 개들이 나온 63호분의 출토 지점을 옆에서 보며 찍은 사진.
순장조 개들이 나온 63호분의 출토 지점을 옆에서 보며 찍은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에서는 지난 2000년대 이래로 순장 인골들이 상당수 출토됐다. 2006~2008년에는 국립가야연구소가 송현동 고분군에서 수습한 옛 가야 소녀의 인골을 토대로 ‘송현이’라고 이름 붙인 소녀의 얼굴과 몸을 복원해 내보인 적도 있다. 신에게 바치는 공희의 제물로 소나 말 등의 유체가 묻힌 사례들도 더러 나왔다. 교동 7호분의 경우 출입구에 다수의 개 유체를 제물로 매납한 흔적이 발견됐고, 교동 14호분도 개의 뼈를 가지런히 모아 입구 부분 안쪽에 놓아둔 사례가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 수습한 63호분처럼 따로 조성한 무덤 공간에 개 유체들을 나란히 포개어 순장한 사례는 없었다. 63호분 현장을 수습한 김보상 학예사는 “다른 고대 무덤에서도 개 뼈들은 종종 흩어진 채 발견되지만, 이번에 수습된 개 유체들은 매우 드물게 골격이 해체되지 않고 온전한 모양새인데다, 따로 석곽을 둘러 묻을 방까지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묻힌 개들에 대한 무덤 주인의 애착이 유난히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집 지키는 경비견이나 호신견, 반려견 등으로 사육 용도를 다르게 추정할 수 있겠지만, 망자가 아끼던 애견이었을 거란 추정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63호분에서 출토된 순장조 개 유체의 일부분.
63호분에서 출토된 순장조 개 유체의 일부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키우던 개를 제물이 아닌 순장용도로 묻은 전례는 지난 7월 한국문화재재단이 경북 경주 탑동의 5~6세기 목곽묘 유적에서 인골과 함께 발굴한 개 뼈의 사례가 사실상 유일했다. 이 무덤에서 역대 출토된 신라인 인골 중 최장신인 180cm의 키다리 인골이 확인됐는데, 인골의 양쪽 넓적다리뼈 위에 개 뼈가 가로질러 놓인 모습으로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조사단 쪽은 무덤 주인이 애견을 품에 안은 채 묻혔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넓은 의미에서 순장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바 있다.

63호분 수습 조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개 유체들의 출토 위치다. 그동안 교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개 유체들의 매장 자리는 한결같이 무덤 주인의 공간과 바깥을 연결하는 곳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63호 무덤 조사에서 확인된 순장 추정 개들의 유체 또한 무덤의 들머리에 바깥 방향을 향한 모습으로 놓여 있었다. 이런 공통점으로 미뤄 순장견들이 저 유명한 백제 무령왕릉 묘실 들머리 석수(국보·돌로 된 동물상)처럼 무덤을 지키는 수호동물(진묘수) 구실을 했던 것으로 연구소 쪽은 추정하고 있다.

창녕 교동 고분군 39호분과 63호분 발굴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창녕 교동 고분군 39호분과 63호분 발굴 현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앞서 국립가야연구소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송현동·교동 일대의 고분 34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덤 떼의 가장 높은 지점에 조성된 39호분의 봉분에 덮여 드러나지 않았던 63호분을 찾아냈다. 63호분은 가야 무덤으로는 드물게 도굴 피해 없이 내부가 남아있는 상태로 파악돼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소 쪽은 “당시 제례 문화와 매장 관습, 고분 구조 등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연구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순장견들의 유체는 연구소 보존과학팀에서 거두어 보존처리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디엔에이(DNA) 분석을 마친 뒤 관련 기관과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해 당시 가야시대 사육개의 종 복원 등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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