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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이 드디어 시작됐다

시작부터 뜨거운 관람 열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설명회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행사 관계자들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언론 설명회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행사 관계자들이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이제 눈으로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8세기 그림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인왕산 그림과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이 한국전쟁 때 혼신의 의지로 그렸던 황소의 얼굴을.

교과서와 화집으로만 봤던 대한민국 대표 명작 그림들의 실물 잔치가 차려졌다. 고 이건희(1942~2020) 전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사들여 모았다가 그의 사후인 지난 4월 말 유족이 국가기관에 기증한 한국 고미술과 근현대미술 대표작들, 고대 고고학 유물, 고문서와 고서들을 한자리에 공개하는 전시가 21일부터 일제히 시작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 소격동 서울관 1전시실에 차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내년 3월13일까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 본관 상설관 2층 서화실에 차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9월26일까지)이다. 수준 높은 예술품을 국민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자 마련한 전시라고 박물관과 미술관 쪽은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이중섭의 1950년대 수작 <흰 소></div>.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중섭의 1950년대 수작 <흰 소>.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명작’전은 1969년 개관 이후 반세기 만에 이건희 근현대미술품 컬렉션 기증으로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게 됐다는 자축의 의미도 지닌다. 지난 4월28일 유족 결단으로 ‘세기의 기증’이라 할 만한 이건희컬렉션 1488점을 인수한 국립현대미술관은 7월 현재 소장품 1만621점을 헤아리게 됐다. 이중 약 55%가 기증으로 수집됐다.

전시장에는 1920~80년대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주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이 세가지 주제 영역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첫 주제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강점기 서양에서 온 유화 매체와 인물·정물화·풍경화 등의 새 장르도 도입되면서 미술판이 격변한 사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 서두를 수놓는다. 전통 산수화와 서구식 화법의 풍경회화가 결합된 백남순의 1930년대 대작 <낙원>, 전통 회화의 변화를 모색한 이상범의 초창기 희귀작 <무릉도원>(1922)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해 1920~30년대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두번째 주제는 ‘개성의 발현’에선 1945년 해방과 1950~53년 한국전쟁 기간에도 쉼 없이 새로운 조형 세계를 갈고닦으며 한국 미술의 등뼈를 이룬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전후 주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망라한다. 사실상 40년 만에 처음 나와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김환기의 가로 5m를 넘는 거대한 걸작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는 단연 압권이다. 이 대작을 중심으로 근대 고난기 한민족을 상징하는 그림인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투박하지만 편안한 화강암 질감의 화폭을 펼치는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농악>(60년대)의 걸작들이 마주 보거나 이어진다. 마지막 주제는 ‘정착과 모색’으로 전후 시기 각기 독특한 작가적 개성을 구축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일궈낸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상 처음 소장하게 된 김환기의 푸른빛 점화 대작 <산울림19-II-73#307>(1973)을 필두로,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1983), 박생광의 <무녀>(1980) 같은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미술애호가인 배우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를 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들을 수 있고,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컬렉션 명품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의 전시장 모습.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div>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 대표작들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컬렉션 명품전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의 전시장 모습.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 대표작들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전은 들어가면, 앞쪽 진열장에 고려초조본대장경과 <석보상절> 등의 고한글 전적이 펼쳐져 있고 안쪽에선 전시의 대표작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가 내걸린 인상적인 얼개를 보여준다. 유명 작가의 명작 일색인 미술관과 달리 금속제 조각과 공예품, 도기와 토기, 고문서와 전적, 서화, 목가구 등 출품작들의 형식과 성격이 폭넓고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기증품 가운데 최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조선후기 거장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말고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별로 없다. 박물관에 기증한 컬렉션 총량 9797건, 2만1600여점 가운데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기와 분야를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28건을 포함한 명품 45건 77점을 엄선해 의미와 맥락을 쉽게 풀어서 전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전시장에서는 청동기시대·초기철기시대 토기와 청동기, 삼국시대 금동불·토기, 고려시대 전적·사경·불교미술품·청자, 조선시대 전적·회화·도자·목가구 등 다양하고 풍성한 컬렉션 수집품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명품전의 대표적인 고고유물로 꼽히는 청동기시대의 붉은간토기.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명품전의 대표적인 고고유물로 꼽히는 청동기시대의 붉은간토기. ⓒ국립중앙박물관
14세기의 수월관음도.
14세기의 수월관음도. ⓒ국립중앙박물관

고미술 전문가들이 손꼽는 미술사 명품들로 <인왕제색도>(국보)를 필두로 삼국시대 한반도 금동불의 대표작중 하나로 꼽히는 <일광삼존상>(국보),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현존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보물), 거장 단원 김홍도(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보물) 등이 나왔다. 이건희 컬렉션의 전통문화유산들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

<인왕제색도>는 기증 작품 중에서 단연 독보적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1751년 장맛비가 지나간 뒤 갠 하늘 아래 청초하면서도 장중한 자태를 드러낸 인왕산의 전모를 당시 76살의 노대가 정선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필력으로 담은 역작이다. <인왕제색도>에 나온 치마바위, 범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산 세부 명소와 비가 갠 인왕산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곁들여 더욱 입체적으로 이 걸작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해놓았다.

그림 못지않게 주목해볼 만한 것이 고고학 유물들이다.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의 붉은 광택이 독특한 미감을 안겨주는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등이 나왔다.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어울린 18세기 걸작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은 당대 최고의 신소재 기술과 기술혁신, 디자인 미학을 보여주는 명품이라고 박물관 쪽은 소개했다. 대부분 국외에 있어 실물을 볼 수 없었던 고려불화 2점을 볼 수 있는 점도 이 전시의 묘미다.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옷의 정교한 문양의 매무새 등으로 표현된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다. 박물관 쪽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함께 내놓는다. 먹으로 그린 밑그림을 볼 수 있는 적외선 사진을 통해 <천수관음보살도>에서는 보살의 여러 손 모양, 손바닥과 광배에 그려진 눈, 손에 들고 있는 여러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X선 사진으로는 두 불화의 채색 기법과 안료의 실체도 감상이 가능하다. 또,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 권11><월인석보권11·12·17·18>(이상 보물) 등의 귀중한 한글 전적들도 나왔다.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 세종과 세조, 일반 관료들의 설명글의 글자 크기와 위치를 다르게 차등화했던 당대 한글과 한자 서체 편집 디자인 양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환기 작 <산울림19-II-73#307></div>,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 작 <산울림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264x213cm.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두 기관의 이건희 특별전은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관람인원을 제한한다. 미술관은 한 시간 간격으로 30명씩만 입장하며, 박물관은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한다. 전시입장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두 기관의 누리집에서 발권하는 특별전 예약 입장권은 10~29일치 분이 이미 소진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지난 19일 누리집에 예약사이트를 개설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음달 18일치까지의 관람회차분 입장권 예약이 끝났고, 지난 12일부터 예약을 받은 미술관도 이미 다음달 1일치까지의 관람회차분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이에 따라 20일 자정 이후부터는 박물관의 경우 내달 19일치 이후, 미술관은 내달 2일치 이후의 입장권만 예약이 가능하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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