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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동네 슈퍼, 밤에는 무인점포: 국내 첫 '스마트 슈퍼'를 찾아갔다

매출 25% 증가 외에도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다.

15일 새벽 행인들이 국내 스마트슈퍼 1호로 무인운영중인 동작구 사당동 형제슈퍼 앞을 지나고 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4614.html?_fr=mt1#csidx2502446d5babd95966302af16f90858'></div></a>
15일 새벽 행인들이 국내 스마트슈퍼 1호로 무인운영중인 동작구 사당동 형제슈퍼 앞을 지나고 있다.  ⓒ한겨레

“아내랑 둘이 운영할 때는 밤 12시에 문을 닫았는데, 지금은 같은 시간에 퇴근하면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무인점포로 전환시켜놓고 가요. 밤새 평균 20명 안팎의 손님이 다녀갑니다. 아침 출근 때마다 전에 없던 매출을 보너스로 받는 느낌이죠.”

지난 14일 밤 찾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형제슈퍼’.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동네슈퍼는 지난 10월15일 국내 첫 ‘스마트슈퍼’로 문을 연 곳이다. 그간의 운영성과를 설명하는 대표자 최제형(60)씨의 눈가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스마트슈퍼 전환 이후 형제슈퍼의 매출은 심야매출 덕분에 하루 평균 25.4% 늘었다.

9년 전부터 현재 자리에서 18평 규모의 슈퍼를 운영해오던 최씨 부부는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슈퍼 지원사업에 공모해, 리모델링을 거친 뒤 1호 스마트슈퍼를 운영 중이다. 스마트슈퍼란 무인점포 운영에 필요한 보안·결제 시설 등을 갖추고 낮시간대는 사람이 근무하고 심야시간대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혼합형 24시간 무인점포’다. 자정 이후엔 신용카드를 대야 출입문이 열리고, 물건을 고른 뒤 손수계산대에서 바코드를 비춰 신용카드나 제로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으로 결제한다. 무인점포로 전환하면 주류와 담배 진열장은 자동으로 차단돼 미성년자의 이용을 막는다. 나머지 상품은 제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자정을 지나 점포 문이 잠긴 상황에서 직접 문을 열고 상품을 구매한 뒤 손수계산대에서 결제해봤더니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스마트슈퍼 형제슈퍼를 운영하는 최제형씨가 0시 이후 신용카드를 통한 무인 출입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4614.html?_fr=mt1#csidx0ea595a3691dbbb9e244a60b98c0699'></div></a>
스마트슈퍼 형제슈퍼를 운영하는 최제형씨가 0시 이후 신용카드를 통한 무인 출입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최씨는 “지난 두달간 밤새 수백명 넘게 무인점포를 다녀갔지만 한 건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 출입 때 신용카드 인증을 해야 하고 카메라 등의 보안시설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 전환은 최씨의 스마트폰에 깔린 앱을 통해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이날 밤 최씨는 무인점포 전환 전 두부, 라면 등 식료품을 사는 고객에게 “손님이 셀프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해보세요”라고 권하며 고객들이 무인점포와 자율계산에 익숙해지도록 안내를 하기도 했다. 최씨는 “전에는 40대 이상 고객이 많았는데 스마트슈퍼 이후엔 20~30대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고객층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스마트슈퍼는 전국 4만여개 동네슈퍼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리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첨단 시설과 플랫폼을 갖춘 대기업의 24시간 편의점에 밀려나며 장시간 노동과 운영난을 겪고 있는 현실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10월15일 심야시간대 무인운영을 하는 스마트슈퍼로 전환한 형제슈퍼 내부. <a href='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4614.html?_fr=mt1#csidx78638bb3aa457f0b7df3531ff31bedb'></div></a>
지난 10월15일 심야시간대 무인운영을 하는 스마트슈퍼로 전환한 형제슈퍼 내부.  ⓒ한겨레

달라진 일상 

스마트슈퍼가 심야시간대에만 쓸모 있는 건 아니다. 지난달 문을 연 스마트슈퍼 2호는 이창엽(33)씨가 혼자 운영해온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의 나들가게다. 한순간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식사와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던 이씨의 일상은 이제 달라졌다. 이씨는 “스마트슈퍼 전환 뒤 쉬면서 주말 영업을 할 수 있어 무엇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이지만 나들가게의 매출도 스마트슈퍼 전환 이후 18.6% 증가했다.

중기부는 올해말까지 안양, 울산, 춘천 등 전국 세 곳의 시범점포 추가 개설을 지원한 뒤 내년부터 스마트슈퍼 본격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해마다 800곳을 추가해, 2025년까지 4000개의 스마트슈퍼 전환을 이룬다는 게 중기부의 목표다. 중기부는 선정 점포당 스마트슈퍼 전환비용 80% 범위 안에서 1000만원 한도로 지원하고 운영법 교육과 경영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지난 14일 밤 12시 형제슈퍼 대표 최제형씨가 슈퍼를 무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류판매대 차단막을 내리고 있다. <a href='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74614.html?_fr=mt1#csidx2d54342687e12919aab5106d010f9c0'></div></a>
지난 14일 밤 12시 형제슈퍼 대표 최제형씨가 슈퍼를 무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류판매대 차단막을 내리고 있다.  ⓒ한겨레

이외에도 중기부는 동네슈퍼가 적용할 수 있는 비대면·디지털화 기술과 아이디어를 연말까지 공모하고 있다. 배석희 중기부 소상공인경영지원과장은 “공모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기업이 선정돼 시장이 형성되면 동네슈퍼의 디지털화 전환이 쉬워진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가게 주인 입장에선 바라는 점도 적지 않다. 스마트슈퍼 1·2호를 운영하는 최씨와 이씨는 한결같이 “심야에도 술과 담배를 팔 수 있도록 비싸지 않은 성인 인증 기술 보급과 재고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배 과장은 “내년에 80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편의점에 비하면 적은 숫자라 재고관리시스템은 효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에 늘어날 스마트슈퍼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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