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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가 2021년 모든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으로 동시개봉한다

코로나19가 영화 산업의 기존 배급 모델을 뒤흔들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12.04 11:11
  • 수정 2020.12.04 11:15
(자료사진) 워너미디어가 2021년에 미국에서 내놓을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로 동시개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전례 없는 조치다.
(자료사진) 워너미디어가 2021년에 미국에서 내놓을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로 동시개봉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전례 없는 조치다. ⓒPresley Ann via Getty Images

미국 거대 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가 2021년에 미국에서 내놓을 모든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시개봉하기로 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이 공격적이고도 전례 없는 결정이 발표되자 대형 프랜차이즈 극장 운영사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AT&T 계열인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 발표할 영화 17편을 미국 내 극장과 HBO맥스를 통해 동시개봉하기로 했다. HBO맥스는 AT&T 자회사인 워너미디어가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미국 내 HBO맥스 가입자들은 내년 한 해 동안 극장 개봉과 동시에 한 달 동안 집에서 최신 개봉작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고질라 vs 콩‘, ‘수어사이드 스쿼드‘, ‘모탈 컴뱃’, ‘매트릭스4’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되면 90일 가량의 독점 상영 기간이 지난 뒤에야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극장 운영사들은 이 독점 상영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에 완강히 맞서왔다.

(자료사진) 미국 거대 통신사 AT&T 산하의 워너미디어는 지난 5월, '넷플릭스' 등에 대항하기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를 출시했다. 
(자료사진) 미국 거대 통신사 AT&T 산하의 워너미디어는 지난 5월, '넷플릭스' 등에 대항하기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를 출시했다.  ⓒPresley Ann via Getty Images

 

그러나 워너브라더스의 이 조치는 기존 영화 배급 모델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 가입자들의 ‘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배급망과 자체 콘텐츠 제작 및 투자 역량을 갖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기존 배급망을 서서히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너브라더스는 한 달 간의 HBO맥스 동시상영 기간이 종료되면 작품은 기존 배급망을 통해 계속해서 미국 내 극장과 해외에서 상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하이브리드 모델”은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팬데믹의 영향에 대한 전략적 대응” 차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워너미디어 스튜디오&네트워크의 CEO 앤 사노프는 ”우리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전례 없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새 콘텐츠가 극장 상영의 생명선이라는 것을 알지만 2021년 내내 대다수의 미국 극장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인원수 제한 속에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는 또 이 새로운 방식의 개봉 모델이 ”독특한 1년짜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극장 운영사들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극장에 갈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은” 관객들도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HBO맥스는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 애플TV+ 등이 포진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HBO맥스는 넷플릭스와 훌루,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디즈니+, 애플TV+ 등이 포진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그러나 이 소식이 발표되자 세계 최대 극장 운영사인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6%나 폭락했다. 시네마크(Cinemark)의 주가도 22% 폭락했다.

로이터는 워너미디어 CEO 제이슨 킬라가 주도한 이 결정이 할리우드를 충격에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인 훌루(Hulu)의 초대 CEO를 지낸 킬라는 지난 5월 AT&T의 미디어 부문을 총괄하는 이 자리로 옮긴 뒤 HBO맥스를 ‘넷플릭스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사업을 재편해왔다.

AMC의 CEO 애덤 아론은 워너브라더스가 제작사 부문의 극장 개봉수익을 희생해가면서 HBO맥스를 띄우고 있다고 평가하며 ”우리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 못하도록” 모든 힘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우리의 사업을 보존하는 경제적 (협상)조건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워너브라더스는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 새로운 형태의 개봉 방식이 2021년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인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토비 에머리히 워너브라더스 픽처스 회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내년 4분기에 완전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듭된 질문에도 그는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는 말만 했다. ”내년 이후에 대해서는 거의 예측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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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제 #넷플릭스 #HBO 맥스 #워너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