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서는 실질문맹률의 개념이 더욱 중요해진다. 학교라는 제도교육을 마친 이후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 한 결과가 선진국 최악의 실질문맹률로 이어졌다. 디지털 사회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유효기간을 더 단축시키고, 제도교육의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명문대 졸업장보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따라잡고 학습해, 자신에게 필요한 용도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각광받는 미국의 정보기술 창업자들이 중도에 학위를 포기하고 창업에 뛰어든 배경이기도 하다.
타밧은 에스토니아에서 크리스토의 주택할부금을 유로로 대신 내주고 크리스토는 그만큼의 돈을 런던에서 타밧에게 파운드로 주면 송금수수료를 전혀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한국에서는 '환치기'라고 한다.) 이들은 이것을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아이템으로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2011년 트랜스퍼와이즈를 창업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법이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이 은행을 외면하고 모두 이런 환치기 환전소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구글이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모바일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전세계 누리집(홈페이지) 운영자들이 일시에 부산해졌다. 구글은 구글폭탄이나 검색 어뷰징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는데, 그때마다 검색 결과가 요동쳐 구글 댄스로 불려왔다. 인터넷업계는 이번 구글의 알고리즘 변경을 아마겟돈에 빗대 '모바일겟돈'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모든 게 이뤄지는 세상에서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 노출이 갖는 중요성을 말해준다. 사물을 분류하고 서열 매기는 행위는 종교와 왕실의 전유물이었다가 근대 이후 선출된 권력과 지식인의 몫이 됐다. 이제는 검색업체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미래소년 코난>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래에 있음직한 기술들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흥미롭게 보이는 기술은 다이스 선장이 자주 사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물론 이 만화에서 보이는 기계는 완전히 착용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현재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웨어러블 수트와 비슷하게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 수 있고, 보다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도록 설계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리 밝지 않고 음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