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왜 이토록 많을까?' '미술의 사회적 역할' '관객 참여라는 신기루'라는 세 개의 화두는 매회 방문하는 국내외 모든 미술 비엔날레 전시장 안에서 털어낼 수 없었던 의문점들로, 이 낯익은 화두는 예외 없이 반복된다. 올해 비엔날레 전시장들을 지배한 것도 단연 세 화두였다. 이 같은 이유로 광주 부산 서울에서 열린 비엔날레 셋을 둘러보던 중, 비엔날레 리뷰를 올해 처음으로 다루지 말지 고민했다. 반복적으로 만나는 화두이되, 외부의 비판을 피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처럼 굳은 낯익은 화두에 대해 대동소이한 논평을 쓰는 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다.
며칠 전 김영란법의 여파로 세계적인 악단의 내한공연 티켓이 평소보다 현저히 싼 2.5만 원에 대거 풀리며 한바탕 예매대전이 일었다. 가격이 하필 2.5만 원인 것은 그래야 두 장을 선물해도 5만 원을 안 넘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데 이를 두고 잘됐다며 통쾌해하는 목소리가 은근히 들린다. 요약하면 '솔직히 너무 비싸니 이참에 거품 좀 빠져라!', '공짜로 비싼 초대권 팍팍 뿌려대더니 꼴좋다!', '누군 돈 내고 보고 누군 초대권으로 보고!' 등이다. 보통의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되는 불만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알면 약간은 달리 보게 될 수도 있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현대무용이 무대에 오를 날이 정말 며칠 남지 않은 것이다. 두려움에 가득 찬 부끄러운 선생도 힘차게 응원을 보낼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난 또 부끄러워지기를 원한다. 내 생각들이 모두 뻣뻣한 고정관념이었다고 또 한 번 반성하게 되기를 원한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도전들이 있었기에 많은 것이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편한 길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