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을 주장하는 측은 크게 이유 셋을 든다. 첫째 자기 작업이 많이 알려져서 상대가 몰랐을 턱이 없다. 둘째 문제가 된 작품의 외형/재료는 자기가 상대보다 먼저 발표했다. 셋째 상대가 예전엔 다른 작업을 했다. 이 논거 셋은 쉽게 논박될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모를 턱이 없다는 건 누구나 쉽게 빠지는 오만이다. 세상에는 무수한 유명 작가들이 활동하며 그들의 작품 전말은 평론가인 나도 모른다. 표절로 의심된 작품을 검색하면 해외에서 제작된 그와 유사한 작품들이 더 많이 잡힌다. 표절을 주장하는 이가 해외 작품을 표절한 걸까? 아닐 거다.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 필을 두 차례 지휘하면서 받는 돈이 3억 원 가까이 된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단독 타이틀 걸고 기사를 낸 한겨레는 '베를린 필의 사이먼 래틀도 회당 5천만 원(2009년 기준)인데 이 무슨 혈세 낭비냐?'라고 말하는 모양새다. 난 한겨레에 하나만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런 사안을 이야기할 때 기회비용을 싹 걷어내면 논의가 매우 미흡해진다고. 알다시피 클래식 음악의 주요 무대는 유럽과 미국이다. 거기서 활동하는 유명 음악가가 아시아 동쪽 끝에 자리한 한국에서 연주 활동을 하기 위해선 치러야 하는 대가가 아주 크다.
세월호의 침몰 장면, 그것도 마지막에 비현실적 희망으로 에어포켓이라는 개념이 전 국민에게 설명되던 그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넘길 수 없다. 이 이미지 내부에는 수장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작업을 본 관객들이 그들의 죽음과 관계된 수많은 장면들을 병렬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이 이미지는 그저 그 죽음만을 향해 뻗어가는데, 작가의 의도나 다른 조형적 장치들은 '죽음의 이미지' 앞에서 맥없이 매몰된다. 이 작업의 문법이 포르노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러운 잠」은 원본인 「올랭피아」를 조롱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고, 원본이 지닌 의미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단지 「올랭피아」가 잘 알려진 그림이고 누드화라서 선택한 것 같다. 풍자의 대상(박근혜)을 누드로 묘사해 희화화하려 한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이 그림은 '에러'(에로가 아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풍자는 항상 해학이란 단어와 붙어 다닌다. 그림을 딱 본 순간 마음 속에 일말의 통쾌함과 웃음이 번지지 않으면 풍자화로서는 실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