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는 현실과 예술의 분리라는 질서를 뒤흔들고자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러한 기획은 미술관이라는 금 그어진 공간 안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아방가르드가 미술관 바깥을 나가면 그것은 폭동 아니면 혁명이 된다. 최소한 교통위반이라도 걸리게 된다. 반대로 아방가르드가 미술관에 갇히면 그것은 얌전하게 길들여진 짐승이 된다. 그것은 전복의 이빨이 빠진 채 던져주는 먹이를 삼키며 살아가는 동물원 동물 신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제아무리 강력한 언어를 내보이더라도 미술관 미술에서 좀처럼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동물원 동물에게서 야성의 매력을 느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