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물론 지금의 노장 세대가 고생을 한 것은 맞지만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노장 세대는 자신이 벌어들인 소득과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노력의 대가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다. 균형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대사가 나와야 한다. "내는 그래 생각한다. 어수룩한 세월에 태어나가 이 푸짐한 불로소득을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차지한 기 참 미안코 부끄럽다꼬."
문재인의 연설과 유승민의 연설은 같은 달을 가리키는 다른 손가락이다. 하지만 유승민의 손가락이 훨씬 더 곧고, 용기 있게, 그 달을 가리고 있는 구름까지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증세를 피할 수 없다. 적절히 국민의 세 부담을 높히고 그것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문재인은 바로 그 점에서, 국민에게 사실을 사실로 전하고 설득할 용기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부자 뿐 아니라 서민들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래야 복지를 더 할 수 있고, 그 이전에 지금 수준의 복지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다. 유승민은 그 사실을 말했다. 문재인은 진실을 회피하고 있다. 두 연설 전문을 다 읽어본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 매달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면 나는, 또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각자 어떤 욕망과 임무들을 발견하게 될까? 지금 기본소득을 빌려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사고, 질병, 분쟁, 불황 등 만성적인 위기감과 반복되는 절망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력이 요구되는 시대상황 앞에 우리 대부분이 문제를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에 사는 80년대생 이후 청년들은 그렇다. 기본소득을 통해 우리가 허튼 꿈이나마 꿔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로소 당면한 리스크들을 바라 볼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