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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의 시험 문제도 '누구를 위한 학력인가?'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과목인 영어와 수학의 반영 비중이 높아지면 가난한 가정 출신이 불리할 수 있다. 그리고 쉬운 수능에 대해 변별력이 부족하다고 문제제기를 한다면 이는 상위권 학생의 학력을 중요시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쉬운 수능이면서 절대평가를 할 경우 중하위권 학생이나 상위권 아래의 학생들에게는 더 공정하고 장점이 많다. 쉬운 수능의 낮은 변별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보면 한국 사회는 공부 잘하는 상위권 위주의 학력관에 빠져 있다고 생각된다.
철저하게 제가 주목한 것은 '교실에서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학은 난이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일반계고는 어찌 보면 특목고, 과학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차원의 수학을 하는데도 수포자가 60%다. 교사는 교과서 수준에서 조금 더 높거나 낮은 정도로 수업 난이도를 맞출 수밖에 없는데, 어떤 학생에겐 이미 이해하는 내용이라 지적 자극이 안 되고, 60% 이상의 학생은 아무리 쉽게 얘기해도 이해를 못한다. 결국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유익한 수업이 될 수 있는 학생은 몇 명 안 되는 것이다. 이 학생들이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나? 정숙하게 수업분위기를 맞춰줄까? 아니다. 엎드려 자거나, 떠들고 장난치게 된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처리 방식에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 말은 공청회라지만 평일 2시에 어느 교사가 수업도 안 하고 갈 수 있나. 조퇴라도 하고 가서 말하면, 의견을 반영은 해주나? 제일 나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면, 마음껏 말해보라고 해놓고선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다. 그럼 뭐 하러 입 아프게 얘기하라고 하나. 지금 정부가 딱 그렇다. 일반 기업도 대표가 회사를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직원들 반감이 있게 마련인데, 하물며 정부는 말해 무엇 하겠나."
단편적 사실을 암기하고 주입하는 교육을 더 이상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재구조화한 것이 바로 지난 9월 고시한 2015개정 교육과정이다.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국정화된 내용을 진리처럼 주입시키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2015개정 교육과정 정신과 정면 모순된다! 이제 역사 과목을 포함해서 어떤 교과서도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하지 못하도록 이번에 교육과정을 바꾸었다.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는 2018년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본질을 벗어난 입시중심 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은 그대로 두고 문·이과 통합,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란 심하게 말하면 내용과 정체도 불분명한 '구호'를 가지고 시쳇말로 한 건 올리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란 점이다.
한자의 병기가 한글의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해당 한자를 우리말보다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초등학생들에게 매우 큰 학습 부담이다. "그 선수는 국내 경기에서 3연패를 한 후 은퇴했다."란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작업기억에는 <선수, 국내, 경기, 연패, 連覇, 은퇴> 등 6가지 정보가 올려지고 학습자는 이를 종합해서 문자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소화시킬 수 있는 용량은 2~3개인데 6개가 동시에 쏟아져 들어온다면 소화불량으로 탈이 나게 된다. 이를 뇌의 과부하(overload)라고 부른다.
입시제도를 개선하다가 수능을 2일로 늘리는 부담을 지기 싫어 해괴망칙한 발상으로 공통과학과 공통사회라는 괴물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타당성을 크게 결여한 개정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묻고 싶다. 다가올 20-30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역량 등 근본적인 논의와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이런 임기응변적 졸속 개정에 시간, 노력, 자원을 낭비해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