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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9일 11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10일 14시 12분 KST

차기 정부 대학정책, 올바른 첫걸음은?

Shutterstock / hxdbzxy

지난주 창비주간논평에서 윤지관 교수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이 지닌 문제점을 꼬집었다.(「차기 정부 대학정책, 교육부 해체가 능사인가」) 국가(고등)교육위원회 설치안, 서울대 폐지론, 국립대 통합안 등이 지닌 허점과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은 중요한 것이었다. 논의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다음 정권의 교육정책이 내디뎌야 할 첫걸음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촛불시민혁명의 정세를 잠시 되돌아보자. 헌법재판소의 3월 대통령 탄핵 인용은 기정사실이고, 앞당겨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촛불시민들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사회변화로 이어질 전망이 불투명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차기 집권당은 바른정당까지 아우르는 공조 없이는 쟁점 법안 한건도 통과시키기 힘들다. 또 향후 3개월여의 짧은 대선 과정이, 국정농단의 공모자인 수구집단을 뺀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나라의 새로운 틀을 세울 정치적 연대를 탄탄하게 건설하는 기간이 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새 정권은 이처럼 취약한 정치환경을 충분히 계산에 넣고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윤교수도 지적했듯이 적폐청산과 근본적 방향전환이 더 절실한 분야는 초중등교육보다 대학교육이다. 거꾸로 말하면, 초중등교육에서는 교육관료의 힘만 키우는 하향식이 아닌 국가교육위원회 방식의 개혁 추진이 어울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불법적인 정책은 바로 폐기해야 하지만, 교육과정이나 교과내용을 새 시대에 맞게 개선하고 학교문화를 쇄신하는 일은 장기적인 논의와 실천을 바탕으로 해야 옳다. 따라서 초중등교육 개혁은 진보와 보수를 포괄하는 교육위원회 방식을 택하여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부가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 교육청에 적극적으로 넘겨줌으로써 교육부를 축소하고 지방자치를 내실화하는 일도 당연히 병행되어야 한다.

대학정책의 화급한 선결과제

그러나 대학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위원회 방식에 맡길 수 없고 강력한 개혁 주도권이 요구된다. 이제까지 쌓인 적폐가 심각하여 과감한 수술이 필요할뿐더러 학령인구의 급감 탓에 고통스러운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정권은 화급한 선결과제에 집중함으로써 장차 튼튼한 정치적 연대 형성까지 노려야 한다.

첫째, 현재 국회에 상정된 대학 구조조정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 집권당이 별다른 내용 변화도 없이 무려 세번째 상정한 이 법안은 사실상 교육부가 추진한 정부 입법이며, 한국의 대학 생태계를 왜곡, 파괴하고 사학 소유주가 공공의 대학재산을 빼돌리거나 챙겨가는 길만 열어주는 악법이다. 대안의 모색은 이 법안의 폐기에서 시작된다.

둘째, 대학평가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입학정원을 강제로 줄이는 근거인 현행 평가체제는 신입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위주라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대학과 존폐 위기에 몰린 사학의 자구책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평가방식으로 전임교원 확보율, 법인전입금 비율 등을 앞세우되 무리하고 부당한 지표들과 평가방식을 정리하면, 대학의 자체 혁신 노력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며 부실사학이 낙제점을 면해 연명하는 일도 힘들어진다. 또 반드시 도입할 새 지표는 2014년 9월 교육부의 대학평가제도 1차 공청회 시안에도 등장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학교운영의 투명한 공개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주역인 교수가 학생, 직원 등과 더불어 학교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도록 학내 대의기구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큰 비중의 평가항목으로 설정해야 한다.

셋째,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 정책을 뒤엎어야 한다. 정권마다 손바닥 뒤집듯이 해온 대학입시제도 변경은 득보다 실이 많다. 졸속한 입시개혁과는 분명히 선을 긋되, 객관성을 잃은 전형 자료와 지나치게 복잡한 전형 유형으로 선발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며 학부모와 수험생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제도는 버려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김종엽의 지적처럼 주요 이해 당사자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찬성하고 있지만(「학생부의 배신이 지속되는 이유」, 한겨레 2016.8.17.),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에 국한시키는 방향으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로서 '교육 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 이들은 교육부 고급관료만이 아니다. 비리사학의 '소유주'들 외에도 각종 위원회에서 교육부의 충실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거나 장차관 자리를 꿰차는 교수들을 포함하며, 교육부 출신으로 교수, 총장, 이사(장)으로 변신하는 이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실상은 아직 대중에게 충분히 폭로되지 않았다.

총장 외의 주요 비리 관련 교수가 다 구속된 이화여대의 경우, 지원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모두 선정된 일은 '비선실세'와 더불어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자(들)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지만 아직 진상은 숨어 있다. 상지대의 김문기 전 이사장은 교육부의 비호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 법원 판결로 다시 물러났다. 그러나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 이사들이 뽑은 이사장은 김문기의 측근을 주요 직책에 임명해 교육관료와 비리사학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며 또다시 대학 구성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은 극심한 학내 갈등을 겪고도 건재하지만, 그런 힘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무리한 교수 임용이나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딸의 부정입학 의혹과 무관하지 않음을 주류 언론은 외면해왔다. 이들에게는 촛불의 거센 요구가 아직도 남의 나라 일이다. 새 정권이 법과 제도의 개혁에 앞서서 비리와 범죄만 엄정히 다스려도 '교육 마피아'의 주력을 소탕할 수 있다. 그들이 전국의 대학을 쥐락펴락하는 수단이었던 각종 재정지원사업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교수사회가 움직여야

이 과제들은 차기 대통령과 행정부가 뜻만 확고하면 실현할 수 있으며, 국회 선진화법 문턱을 넘을 180석을 위한 정치적 공조나 타협도 필요 없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부터는 가시밭길이다. 가령 대학 구조조정법안의 폐기는 간단하지만 그 대안이 될 법률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으며, 더 나은 입시정책을 위한 대학 서열구조 혁파와 고교 서열화 극복은 난해한 과제이다. 무엇보다도 입학정원 10만명 이상의 대량 감축과 대학 통폐합은 도무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필요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한국의 교수사회가 스스로 내적 혁명을 성취하는 것이 으뜸가는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 물론 앞의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교수집단의 주체적 개혁역량은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수사회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대학을 대학답게 바꾸려는 실천적 의지가 부족하고 그 조직적 단결이 협소한 틀에 갇혀 있는 한, 다음 대통령은 교수들을 돕지 못할 것이고 교수들도 그의 개혁을 도울 길이 없다. 대학개혁은 궁극적으로 정치권력이나 국가기구의 몫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연구실과 실험실,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는 교수와 그 제자들이 주인공이다. 가령, 대학교육의 큰 몫을 차지하는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을 예산편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대학운영에서 이들뿐만 아니라 학생, 직원 등 내부 구성원의 인권을 존중하며 그들의 참여를 받아들여야 한다.

윤지관 교수가 한국 대학의 80퍼센트 이상인 사립대학을 '공영형' 사학으로 바꾸는 개혁이 핵심이라고 한 발언은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교수사회의 변화와 함께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만일 사립대학을 '공영형'으로 바꾸는 과업을 고등교육예산의 증액 문제로 좁게 바라본다면, 실패는 예고된 것이다. 우리는 후퇴와 실패를 다시 경험할 여유가 없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교수의 자기혁신이 관건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