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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3일 12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3일 14시 12분 KST

일단 걷기

'모두가 하루를 똑같이 보내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낼까?' 평범한 잡지사 에디터였던 메이슨 커리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다. '그들이 쓰는 24시간은 도대체 나와 뭐가 다른 걸까?' 소위 필(feel) 받은 그는 바로 그날 오후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주제는 토머스 홉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꼽히는 인물들의 '하루습관'이다. 작업은 7년이나 이어졌고, 몇 해 전 <리추얼(ritual)>이라는 이름의 책으로도 나왔다.

창조적인 인물들에게는 하루를 보내는 특별한 반복패턴이 있었다. 가령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여섯 시간을 쉼 없이 일하고 낮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했고 저녁 9시에 잠이 들었다. 코미디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시시때때로 샤워를 했다. 프랑스의 국민 시인 빅토르 위고는 지극히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입에 올리면 곧바로 공책을 꺼내 방금 말한 것을 적었다. 의식처럼 반복되는 행위가 바로 리추얼이다.

이 중 압도적인 1위에 오른 리추얼은 산책이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세 시간 동안 산책하며 소설의 줄거리를 구상했다.

-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매일 아침 45분간 산책을 했고 점심 식사 후에도 다시 2시간 동안 산책했다.

- <실낙원>을 쓴 존 밀턴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정원을 서너 시간 동안 산책했다.

- 베토벤은, 오후 시간 대부분을 산책에 할애했다.

-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오후의 대부분을 산책하고 나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아침, 점심, 늦은 오후 이렇게 하루 세 번 산책을 나섰다.


이들은 왜 그토록 걸었을까?

"세 시간 동안의 산책에서 돌아온 디킨스는 에너지의 화신처럼 보였습니다." 디킨스 처남의 증언처럼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건져 올렸는데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키에르케고르는 산책 도중에 기막힌 생각이 떠오르면 서둘러 돌아와 모자도 벗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았다. 베토벤은 아예 펜과 오선지를 주머니에 넣고 걸어 다녔다.

걸으면 창의력이 높아진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메커니즘의 핵심은 뇌의 휴식이다. 그래서 창의력을 '여유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 원리를 응용하면 창의력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하다. '더 빠르게, 더 많이'와 같은 구호처럼 시간에 '센' 압박을 가하면 된다.

대학생 176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실험에 응한 사람들 대부분은 걸을 때 창의력이 돋보이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단순한 질문에는 앉아서 답할 때 결과가 좋았다. 연구진은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최소한 실내에서라도 걷는 것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걷다보니 생긴 게 길이다

<습관의 재발견>을 쓴 스티븐 기즈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선 동기부여, 후 실천이다. 일의 예를 든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우선 발견하고 그 다음에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일만큼 논리적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그 '발견'이란 것이 너~무 어렵다.

실제 명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연히 적성을 발견한 경우가 많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당초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고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백화점에서 사진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남성복 구매담당 일을 보조로 거들면서 점차 패션에 매료되었다. 패션왕국의 제왕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처럼 작은 행동이 계획을 이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티븐 기즈는 두 번째 행동 전략, '억지로라도 일단 하기'를 제안한다. 실행을 먼저 하면 동기도 빠르게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자존감의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자신이 뭔가를 실행에 옮기고 '해냈다'는 느낌을 갖는 것만큼 의욕을 유발하는 일은 없다. 과거와 다른 성장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작은 성공경험'의 힘이다.

눈이 즐거워지기 시작하는 봄이다. 하루 15분 정도 '일단' 걸어보면 어떨까. 몸짱이라는 거대한 목표는 제쳐두고 브레인 샤워라는 확실한 경험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