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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7일 10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7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한때 미국 유학이 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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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38. 지배받는 지배자

연초에는 연말에 나온 작년 말 매체에서 소개된 '올해의 책' 위주로 읽는다.

뒤표지에 나온 글로 책소개를 시작해보자.

미국 유학파 엘리트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가

사회학자가 15년간 추적한 미국 유학 현상과 유학파 지식인의 실체

이 연구는 일종의 엘리트 연구인데 그 대상은 한국에서 가장 똑똑한 교육 문화 엘리트들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미국 유학파 지식인에 대한 분석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학벌사회의 피라미드에서 꼭짓점에서 위치한 엘리트 지식인 집단의 탄생에 대한 이해로부터 한국 대학과 학계의 모순을 해체하고 그 체제를 재구성하는 단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 지식 엘리트들의 취약성과 불안전성을 드러냄으로써 지식인 계층의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권력 관계 재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배받는 지배자 뒤표지 / 김종영 지음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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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입부부터 선승의 죽비처럼 나의 뒷통수를 딱! 치고 오더라.

'지배받는 지배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계층 이론에서 '지식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지배층은 자본가 계층과 지식인 계층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경제적 영역을 지배하는 자본가 계층이 문화적 영역을 지배하는 지식인 계층보다 우위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지식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지식인은 지배층에 속하지만 이런 이유로 지배층이면서도 지배를 받는 모순적인 집단이다.

(같은 책 20쪽)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언론이니 검찰이니, 나름 사회 지도층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다 자본의 지배를 받는다. 소설 '댓글부대'를 보면 좌파 사이트 공격 지령이 오는 곳도 돈이다. 지배받는 지배자, 확 와닿는 표현이다.

한국만큼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목숨 거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미국 유학에 대한 영어 논문을 발표하고 나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모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곳에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한국 부모들과 학생들이 많은데 굉장히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내 논문을 읽었으며,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와 미국 학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나 자신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런 이메일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까지도 가는 열성적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같은 책 61쪽)

얼마전 아이와 발리 여행을 갔더니, 어떤 분이 "아이랑 오신 김에 여기 국제 학교도 알아보고 가세요." 라고 하시더라. "발리에도 국제 학교가 있나요?" 했더니 물가도 싸고 동네 분위기가 좋아서 한국에서 많이들 보낸다더라. 정말 놀랐다. 배낭족들의 천국 발리까지 교육 엑소더스를 오는구나. 영어에 한 맺힌 부모들이 애 여럿 국제 난민 만드는구나...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국내 기업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이제는 같은 기업의 CEO가 된 강 대표이사는 영어 실력이 그의 권위와 리더십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외국 바이어들이 종종 회사를 방문할 경우 강 대표이사는 직원들 앞에서 회사 상황과 기술에 대해 영어로 설명한다. 그는 부하직원들이 "존경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조금 직원들한테 경외를 하게 하는 부분이 있죠"라고 말하며 코즈모폴리턴한 CEO의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리자와 임원일수록 영어에 능통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회사에서 리더십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작년 여름, 한강 시민 공원에서 주말연속극 '여왕의 꽃' 야외 촬영을 하는데, 갑자기 운동하던 흑인 두 명이 왔다. 밤에 조명을 켜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으니까 구경 온 거다. 자꾸 이것저것 물어봐서 귀찮으니까 스태프들이 나한테 보내더라. 미군 병사들인데 한국 드라마 촬영이라니까 자신들도 출연하면 안 되냐고. ^^ 당시 촬영 장면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두 남자가 다투는 씬이라 극의 설정상 다른 사람이 나오면 안 된다고 웃으며 돌려보냈다. 그후로 나를 보는 코디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만. '우리 감독님이 동시통역사였다고?' (글만 쓰면 자기 자랑이 나오는 이 몹쓸 버릇! 이런 재미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나요. 호호호)

PD에게 영어는 필요없다. 다만 현장에서 많은 이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권위는 좀 필요하다. 권위를 세우겠다고 현장에서 소리 지르고 욕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짜 권위는 그 사람의 자부심에서 나온다. 누가 영어를 어디서 배우셨냐고 물어보면 나는 혼자 독학했다고 얘기한다. 유학 가서 영어를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독학으로 영어를 잘하면 엄청난 자부심이 생긴다. 리더십이 필요하다면, 유학보다 독학으로 외국어를 공부하시길.

책 끝머리에 나오는 유학의 장점.

미국 대학원 과정은 한국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주체성을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며, 이는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인성과 공명하게 된다.

송 팀장 :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나오고 직장 생활 하면서도 여자로서 얌전해야 되는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잖아요. (중략) MBA는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거 같아요. (후략)

미국 유학을 가기 전에 송 팀장은 회사에서 "그냥 죽은 듯이 업무만 하고, 항상 따라가는 사람으로만 지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길들여진 수동적인 여성적 주체에서 MBA 과정을 통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주체로 바뀐 것이다. 그녀는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반성적이고 비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수동적이고 얌전한 여성보다는 외국인을 만나도 두려움이 없고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여성이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자질이며, 그래서 그녀는 MBA 과정을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 것이다. 지식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기에 그것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조직화하는지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송 팀장 역시 한국 사회에서 길러지는 여성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좀 더 개방적이고 친근하고 다문화적인 서구 여성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같은 책 230~231쪽)

한국 여성의 삶을 바꾸는 또 하나의 계기로 나는 배낭여행을 꼽는다. 유학보다 경제적 비용도 적고, 시간 손실도 적다. 무엇보다 유학보다 훨씬 더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언어로 학업으로, 취업으로, 업무로, 현지인들과 경쟁을 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여행은 누구와 경쟁할 필요없이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즐길 수 있는가, 없는가. MBA보다 싸다. 학위가 없어 취업은 MBA보다 못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MBA도 취업이 예전만 못하다. 들인 만큼 뽑기 쉽지 않다.

여행을 즐기시라. 그것도 삶의 태도를 바꿔주는 경험이다.

사회학자로서 저자는 많은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오랜 세월 관찰한 결과를 데이터화하여 미국 유학생들의 삶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낸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문득 욕심이 생긴다. 언젠가 세계일주를 떠나는 게 나의 꿈인데, 그때 여행일지와 더불어 여행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인터뷰를 모아보고 싶다. 여행이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가, 그 과정을 여행자의 입장에서 기록하는 것, 오홀! 이거 재미있겠다!

인터뷰를 한 어떤 교수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을 선물했다. 내가 미국 유학에서 가장 부러운 건 이런 거다. 뛰어난 스승을 만나 스킨십을 나누는 것. 모리 슈워츠같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면이야! 하지만 유학을 못 가도 이제 상관없다. 어차피 모리 교수도 돌아가셨다. 모리의 마지막 강의는 책을 통해 들으면 된다. 아직 안 보신 분들께는 강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국 유학이 한때 꿈이었다.

만약 그 길로 갔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디테일이 살아있는 책 덕분에 살짝 그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 유학 가서 가장 잘 된 케이스는 아마 미국 대학에 남아서 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도 딜레마가 있더라.

미국 대학에 재직 중인 한국인 교수들은 주로 연구에 강하며 언어 문제로 인해 강의를 부담스러워한다. (중략) 한국인 교수들은 언어 문제 때문에 학생들과 정서적인 커넥션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행정 경험이나 학교의 주요 보직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고 대세를 따른다. 미국 대학의 한국인 교수들의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이들은 개인화된 기능적 이민 지식인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들은 미국 대학에서 생존하기 위해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조롭고 개인적인 생활을 영위한다. 이들은 대학에서 부여한 기능을 최대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학내외 정치에는 무관심하다. 때때로 보이지 않는 인종 질서를 경험하며 대학에서 은근한 무시와 차별을 겪는다.

(같은 책 242쪽)

상당수의 미국 대학 한인 교수들은 한국 대학으로 직장을 옮긴다. 미국 대학에서의 단조롭고 외로운 생활보다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국을 택한다. '믿을 건 나밖에 없는' 미국보다는 '비빌 언덕' 이 있고 가족이 있으며, 외국인이 아닌 주류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한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책 266쪽)

짧은 인생, 모든 걸 경험하고 살 수는 없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고, 가지 못한 길은 늘어만 간다. 책은 다양한 인생의 길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다. 선택의 순간은 늘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다른 삶의 선택지와 그 결과를 보고, 내 삶의 선택을 위한 정보를 모은다. 인생을 다채롭게 경험하게 하는 도구로써 책만한 게 없다.

학벌 인종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교육시민전쟁'에서 미국 유학은 엘리트의 길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필수 통과 지점이다. 계층과 교육의 상호 전환을 목적으로 한국의 엘리트 부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엘리트 계층은 '코즈모폴리턴 양육 방식'을 채택하며 영어 과외, 어학 연수, 유학, 해외 여행 등의 기회를 자녀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양육 방식의 문화적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국을 넘어 다양한 트랜스내셔널 교육 형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이 책의 질적 종단 연구는 미국 유학의 효과를 여실히 증명한다. 멤버십, 실력, 시장의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가 인터뷰한 거의 대부분의 미국 유학 지식인이 한국과 미국에서 엘리트의 신분을 획득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유학 시절 보잘것없던 꿈 많은 젊은이들은 이제 대학의 교수로, 기업의 엘리트 직원으로 한국 또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다음에 그들을 다시 만나서 이 놀라운 결과(또는 당연한 결과)를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근본적인 질문이 터져나왔다. "교육의 힘이 이렇게 강력한 것인가?"

(같은 책 300쪽)

유학을 준비한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유학 가기 전에 미리 영어는 더 공부해두면 좋겠다. 영어를 잘하면 입학하는 학교의 수준이 달라지고, 졸업 후 진로의 레벨도 달라진다.

2005년인가? 미국 와튼 스쿨에서 MBA를 딴 아내가 당시 미국기업에서 취업 제안을 받고 나에게 이민을 제안한 적이 있다. 아내는 그때 내게 '당신도 영어는 좀 하니까 같이 미국 가서 살자'고 했는데,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국에서는 MBC PD라고 나름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을 누리고 사는데, 미국 가서 발음 어설픈 이주노동자로 살기는 싫었다. (가뜩이나 한국에서도 동남아 이주노동자로 오해를 사고 설움을 겪는데 말이다.)

물론 당시 아내에게는 폼 나게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MBC를 사랑한다고. 아무리 좋아도 미국에는 안 간다고. 그 대한민국이 몇 년 후, 방송사 파업 주도한 노조 집행부라고 내게 구속영장을 2번 청구하고, 징역 2년형을 구형할 줄은 몰랐다. 그 회사가 내게 정직 6개월을 비롯해 온갖 징계 종합선물세트로 모욕을 안겨줄 지도 몰랐고.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나는 연애의 고수다. 짝사랑이라고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 혼자 좋아해도 그 마음만 진실하면 되지, 뭐. (갑자기 설움이...ㅠㅠ ^^)

1980년대 후반, 대학생들이 미제 타도를 외칠 때 나는 혼자 영어를 독학했다. 그때 나름의 심리적 알리바이가 있었다. '나는 그들의 정치 경제를 배우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것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 졸업하면 무역회사에 입사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세계 시장에 내다파는 게 꿈이었다. 7군데 무역회사에 지원했다가 다 떨어지고, (그것도 전부 서류 전형 1차에서) 할 수 없이 장기인 영어를 내세워 미국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물론 그것도 결국 그만두고 나왔지만...

내일 모레 은퇴를 앞둔 나이지만, 여전히 내게는 꿈이 있다.

아직도 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해외 시장에 내다 파는 꿈을 꾼다.

그 상품은 바로 '나'다. 유학 한 번 안 가보고, 3개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공대를 나와서 예능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경험을 갖춘 한국의 공중파 피디. 베트남이건, 몽골이건, 어디서든 불러주면 달려가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 제작기법을 전수할 생각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다.

나는, 내 인생의 지배자로 살기를 꿈꾼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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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