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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11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1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내 영어 공부의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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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32. 내 영어 공부의 라이벌

대학 신입생 시절, 영어를 정말 잘하는 복학생 선배 하나가 있었다. 그 선배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카투사(미군 부대에서 복무하는 한국인 군인)로 군대 갔는데, 거기서 영어가 엄청 는 거다. 갔다와서 결혼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보니, 대학에서 영어 전공한 사람보다 자신이 회화를 더 잘 하는데, 학력이 고졸이라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학력고사 (당시의 대입 수능 시험)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서 한양대 공대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꽤 많았는데, 왜 요즘은 애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난리인지 모르겠다. 요즘 교육은 잘못되어도 뭔가 단단히 잘못 되어 있다. 다들 시스템 탓을 하겠지만,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건 하나 하나의 사람이라는 거...)

그 형은 애까지 있어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벌었다. 대학 신입생이던 내 입장에서 보면, 그는 남자 어른이고 나는 애였다. 심지어 카리스마도 강해서 따르는 후배들도 많았다. 그 중에는 내가 혼자 좋아하던 여자애도 있었고. 그 선배를 존경의 눈으로 보는 여자를 볼 때마다 부럽고 샘이 나서 미치겠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저 선배가 나의 라이벌이다. 영어 만큼은 저 선배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내 인생의 목표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미션 임파서블이더라. 일단 실력의 격차가 엄청난데, 심지어 그 선배는 대단한 노력파였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 같은 거지. 거북이가 10미터 앞에서 출발하면, 아킬레스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절대 거북이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 아킬레스가 10미터를 가는 동안 거북이는 다시 1미터를 가고, 아킬레스가 1미터를 가는 동안, 거북이는 다시 10센티미터를 가고, 이런 식으로. 그런데 심지어 그 선배와 나의 경쟁은 아킬레스가 1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느낌? 도저히 경쟁이 안 되는 인간을 라이벌로 삼은 거다.

어떻게 해야 그 선배를 이길 수 있을까? 시간의 변수를 다르게 적용해 봤다. 당시 나는 스무살, 선배는 스물 일곱살. 그 선배가 스물 일곱살에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눈여겨 보고 그걸 기준으로 삼았다. 그 선배가 스물 일곱살에 이룬 영어 공부의 성취를, 내가 스물 다섯살에 이룬다면 내가 이기는 거다. 물론 내가 5년간 노력하는 동안, 그 선배는 다시 서른 두 살이 되겠지? 그럼 서른 두 살의 선배 모습을 봐두었다가 나는 서른살까지 그 경지에 이르면 되는 거다. 이게 따라잡을 수 없는 라이벌을 따라잡는 방법이다.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어린 시절 왕따를 심하게 당한 후, 사람에게 마음의 위안을 찾기보다 책에서 친구를 찾는 게 버릇이라 그렇다. 고교 시절, 나를 왕따하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 그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다. 그렇게 서로 나쁜 영향을 주는 친구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나쁜 친구보다, 좋은 라이벌을 만드는 편이 자기계발에는 도움이 된다. (안다, 외로운 왕따의 쓸쓸한 자기합리화라는 거. ^^)

영어 공부에는 라이벌이 필요하다. 딱히 라이벌이 없다면, 어제의 내가, 나의 라이벌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만 더 잘 하는 게 오늘 나의 목표다.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읽었다. 책은 뭐 그냥 그냥... 그래도 눈길을 끄는 재미난 수식이 있어 소개한다.

'1.01의 365승은 37.8

0.99의 365승은 0.026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여 그것을 1년 365일 지속해 간다. 그리고 그것을 1.01의 365승이라 생각하면 1이 약 38이 된다. 한편, 어찌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전날보다 매일 1퍼센트씩 행동이 절하된 상태로 1년 365일을 이어나가면 0.026 이 된다. 20년, 30년이라는 시간 간격으로 샐러리맨을 보고 있으면, 이 수식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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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어제보다 조금, 아주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 노력이 수십년의 세월로 쌓여 언젠가 내 삶이 더욱 즐거워지는 것, 그게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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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