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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1일 10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21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외국어 공부에서 학원을 활용하려면

한겨레

[공짜 영어 스쿨] 27. 외국어 공부에서 학원을 활용하려면

외국어는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인데, 그런 내게 좌절을 안겨준 언어가 있다. 바로 중국어다. 동양북스에서 나온 '중국어 첫걸음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사서 본문에 나오는 회화 문장을 모두 외웠다. 자신감이 붙어 싱가폴에 여행 가서 중국어로 물어봤다. "쩌거 차이 하오츠마?"(이 요리 맛있나요?) "취 래플스판디엔, 쩐머 쪼우?"(래플스 호텔에 어떻게 가나요?) 그랬더니, 다들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더라. 결국 답답해서 다시 영어로 물어야했다. 작전상 후퇴!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한 중국어는 발음이 완전 꽝이었다. 성조도 제멋대로고... 무엇보다 난 중국어 발음기호 상으로 zh, ch, sh와 z, c, s를 구분하지 못했다. 문장을 말한다고 했지만 그네들이 보기에는 좀 모자란 사람이 떠드는 수준이었겠지. "저그어 요으리어 마스이스어?" 머, 이런 식으로 들렸을게다.

제주도 올레길 걸으러 갔다가 제주 시내에 있는 찜질방에서 잔 적이 있다. 짠돌이답게 나는 국내 여행 가서 호텔 대신 찜질방을 자주 애용한다. 걷기 여행 마지막 날, 한증막에서 땀을 뺀 다음, 수면실에서 푹 자는 게 짠돌이 배낭여행의 비법이다. 그런데 그날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든 바람에 제대로 자기가 힘들었다. '쟤들은 왜 저리 목소리가 크지?' 그런데 중국어를 배워보니 알겠다. 중국어는 성조가 있어 작은 소리로 낮게 말하면 알아듣기 힘들다.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에 따라 뜻이 달라지니까 무조건 또렸하고 크게 말해야 한다. 우리말로는 쯔나 츠에 해당하는 발음도 zh, ch, z, c, j, q 등 무려 여섯개나 되는데 이게 혀를 어느 정도 굴리느냐에 따라 다른 발음이 되니까 무조건 소리가 커야 구분 가능하다.

'공짜 영어 스쿨'의 주인으로 늘 독학을 주장하지만, 중국어의 경우, 발음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고집을 꺾고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중국어 학원에 가서 열심히 떠들었더니 원어민 선생이 웃으며 발음기호와 성조부터 다시 배우라고 했다. 흠... 짠돌이 체면은 구기겠지만, 이번만큼은 돈을 들여야겠군.

새벽반 직장인 수업을 들었다. 영어나 일본어를 공부할 때, 회화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었는데, 다녀보니 재미있더라. 다만 회화 수업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는 깨달은 게 있어 몇 가지 적어볼까 한다. 겨울 방학 동안 학원 수강하실 분들, 참고해주시길.

1. 학원 수업보다 예복습이 더 중요하다.

나와 같이 중국어 학원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밤 늦게 야근하고, 회식하고, 출장 다니는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출근 전 1시간을 내어 중국어를 공부하는 무역회사 직원들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데 1시간 미리 일어나 학원까지 다니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중국어 공부는 학원 출석이 전부였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학원 수업만 들어서는 어학이 늘지 않는다. 예습이나 복습 없이 수업만 듣는 건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그냥 아는 단어는 들리고 모르는 단어는 계속 모른다. 원어민 선생이 라이브로, 인터랙티브 공연을 하는 거다. 학생 본인은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하루 1시간씩 수업을 받는 건 대단한 노력이다. 하지만 들인 공이나 돈에 비해 실력은 늘지 않는다.

학원 수강으로 효과를 보려면, 수업 시작 전에 적어도 1시간은 예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날 배울 표현을 미리 공부하고, 가능하면 본문은 외우고 가야 한다. 완전하게 달달 외우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입안에서 맴도는 정도는 되어야 선생이 질문했을 때 바로 바로 답이 가능하다.

회화 학원에서 프리 토킹이라고 하지만, 진짜 프리 토킹은 아니다. 특히 초급반의 경우, 그냥 말 시키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에 대부분의 회화 선생이 그날 배운 회화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날 교재의 주제가 취미라면, 학생의 취미에 대해, 직업이면 학생이 하는 일에 대해 묻는다.

예습을 하면서 단원에 나오는 관련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우를 대입해 미리 작문을 해본다. 작문이 힘들면 책을 뒤져서 비슷한 용례의 문장을 찾아 적어본다. 직업이 피디면 '드라마를 만든다'라는 표현이 중국어로 뭔지, '방송사'가 중국어로 뭔지 미리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수업시간에 유창한 답이 바로 바로 나온다.

강의실에서 단어를 떠올리고 문법을 조합해서 문장을 말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다른 학생들 눈치 보여서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학원 수업의 능률을 올리려면 예복습이 우선이다.

2. 시간이 부족하다면, 예습만이라도 하자.

학원 수업이 끝나면 가급적 학원내 빈 강의실이나 자습실을 찾아가 그날 배운 내용을 한번 정리하고 나오는 게 좋다. 선생이 수업 시간에 예를 든 표현이나, 교재에 나오지 않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단어장에 적어둔다. 그리고 그 표현을 외워뒀다가 다음에 비슷한 주제가 나오면 바로 써먹는거다. 그러면 선생이 무척 흐뭇해하고 뿌듯해한다. '아, 교재에 없는 표현을 가르쳐주니 저렇게 유용하게 쓰는 학생이 있구나. 그래, 나 참 잘 가르치는 선생이야.' 이렇게.

수업 효과를 배로 늘려주는 게 복습이지만, 만약 복습할 시간이 없다면, 예습이라도 반드시 하자. 외국어는 모국어가 아니다. 그냥 쿡 찌르면 바로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머리 속에서 미리 기름칠을 하고 발동을 걸어두어야 술술 흘러나온다. 이렇게 시동을 거는 과정이 매일매일의 예습이다. 시동을 걸지 않고 수업에 들어가면, 선생이 말을 시킬 때마다, '어? 어? 어?' 하다가 시간 다 간다. 막상 발동이 걸려 입을 열려고 하면 수업 땡! 종 친다. 그래서 예습이 중요하다. 미리 발동을 걸어두는 시간.

예습을 할 경우, 시간의 1/3은 전날 수업의 복습에 할애하고, 2/3는 그날 수업을 준비하자. 시간이 2,30분 밖에 없다면, 복습은 생략하고 예습에 집중하자. 정말 바쁘다면, 적어도 수업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서 그날의 수업 내용 본문이라도 몇번씩 읽자. 그래야 자신감이 붙어 수업이 원활하다.

3. 회화 수업은 민주적 절차가 아니다.

회화 수업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지분을 가지고 똑같은 시간을 배분받아 말을 하는 과정이 아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열의만큼 지분을 배분받는게 옳다. 수업 준비 전혀 해오지 않고, 질문을 하면 꿀먹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앉아서 눈만 껌벅이며 대화의 맥을 끊고, 선생 맥 빠지게 하는 학생을 굳이 배려할 필요는 없다. 선생은 분명 어제 가르쳐준 본문에 나오는 문장으로 답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반응이 없으면 기운이 빠진다. 이럴 때는 치고 나가서 대답을 해야한다. 예복습하면서 줄줄 외운 그 문장을 유창하게 쏟아내어 선생의 기운을 북돋을 줄 알아야 좋은 학생이다.

말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루 몇시간씩 혼자 떠들려면 선생이 얼마나 힘들겠나. 선생이 질문을 하면 단답형이나 한 문장으로 짧게 끝내지 말고, 가능하면 혼자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아 선생님의 지친 성대에 꿀 같은 휴식을 줄 수 있어야 좋은 학생이다. 외운 문장을 총동원해서 답을 이어가자.

수업료 낸 다른 학생에게 미안하지 않냐고? 그런 게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면 그냥 1대1 개인 교습을 들으시라. 그런데 비용면이나 효율면에서는 학원 수업이 더 낫다. 원어민과 1대1로 붙어 기죽는 것보다 여럿 학생 중에서 가장 잘하는 한 사람이 되는 게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된다. 프리 토킹할 때는 남 눈치 보지 말고 마구 들이대시라. 미녀는 용기있는 자가 차지하는 게 맞고, 회화 선생님도 용기있는 자가 차지하는 게 맞다. 용기 있는 자가 나서지 않아, 미녀를 독거노인 만드는 게 남자의 도리가 아니듯이, 회화 선생을 혼잣말만 계속 하는 외로운 왕따를 만드는 것도 학생의 도리가 아니다.

끝으로, 만약 예복습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면, 그냥 독학으로 공부하시라. 무리하게 학원을 끊지 말고, 혼자 책을 외우면서 독학하는 게 더 능률적이다. 매일 한 시간씩 문장을 외우면 한 달이면 꽤 많은 표현을 숙지하게 되는데, 학원 수업에 나가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늘지는 않는다.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문장을 외우는 노력 없이는 늘지 않는다. 매일 한시간씩 학원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그냥 마음의 위안만 좀 되겠지. '아, 그래도 난 방학 동안 학원 열심히 다녔잖아?'

비싼 돈 들여서 허무한 마음의 위안을 얻지 마시고, 독학으로 외국어를 공부하여, 자부심과 통장 잔고를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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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