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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0일 09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0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영어 시험, 어떻게 준비할까요?

[공짜 영어 스쿨] 24. 영어 시험, 어떻게 준비할까요?

영어 시험 잘 보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 시험 잘 보는 방법은 따로 없고, 그냥 영어 사용 능력이 좋아지면 점수도 절로 좋아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시험 공부란 하기 싫은 공부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다보면 쉬운 대목은 자꾸 보고, 힘든 부분에 이르러 포기하게 된다. 토익의 경우, 문법이나 어휘는 자신 있는데, 리스닝이 어려워 점수가 안 나온다거나 반대의 경우가 있다. 언어를 공부하지 않고 시험 보는 요령을 공부해서 그렇다. 언어라는 것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언어를 잘 하면 다 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시험 잘 보는 요령을 공부하는 이는 하나하나를 시험 과목이라 생각해서 따로 따로 공부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잘 하는 부분만 자꾸 하고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게 된다.

문제 설계가 잘 된 시험이라면 조금씩 난이도가 어려워져서 고난도의 문제가 몇 개쯤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리스닝이든 독해든 고난도는 놓칠 수 있다. 중요한 건 모든 과목에서 쉬운 문제는 다 맞혀야 한다는 거다. 어느 한 부분이 약해서 쉬운 문제까지 틀리면 절대 고득점이 나올 수 없다. 어느 한 부분이 약하다는 건 언어를 전체를 공부한 게 아니라 문제 푸는 요령만 익혔다는 거니까.

영어 시험을 잘 보는 요령은 간단하다. 영어 문장을 많이 접하는 것이다. 지문을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이 눈에 띈다. 입에 붙지 않는 예문들이 있다. 그게 틀린 문장이다.

예전에 영어 시험을 준비할 때는 단권화 작업을 했다. 고시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배운 방법이다. 영어를 고시공부 하듯이 한다고 했더니 누가 그러더라. '그럼 너도 단권화 작업 하니?'

단권화 작업이란 딱 한 권의 책을 골라 그 책만 집중적으로 판다는 뜻이다. 사법고시생들의 경우, 형법이든 민법이든 한 권을 선택하고, 그 책을 여러번에 걸쳐 반복해서 공부한단다. 심지어 다른 참고서나 강의에서 배운 지식까지 그 한 책의 관련 페이지 여백에 기록한단다. 그 한 권만 들여다보면 시험에 대한 체계가 딱 잡히도록.

영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가 안 될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환경을 탓하거나, 선생을 탓하거나, 교재를 탓한다. 책만 바꾸면 금세 늘 것 같다. 이렇게 자꾸 바꾸다보면 쉬운 앞부분만 반복해서 보고, 정작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늘 모르는 상태로 남는다. 책장에 토익이나 토플 책 권수는 늘어가는데 머리 속 실력은 늘지 않는다. 나는 고시생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여러 권을 읽기보다 한 권을 여러번 읽었다. 페이지를 펼쳐 첫 글귀를 읽으면 그 장의 내용이 스스륵 기억에 떠오를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다.

책 표지 뒷장에다는 언제 공부를 시작해 언제 끝냈는지 적어뒀다. 그렇게 한 권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갈수록 공부하는 기간이 짧아진다. 처음에는 몇 달에 걸쳐 보았는데 열번째에 이르면 눈으로 훓어도 다 아는 내용이기에 소설 읽듯이 술술 넘어간다. 이 경지에 이르면 진짜 뿌듯하다. 중요한 건 반복이다. 영어시험용 교재는 반복해서 여러번 봐야 체계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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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 다른 색깔의 펜으로 첨언을 해둔 게 보인다. 처음 공부할 때는 모르는 단어를 해설하느라 빨간 색으로 주석을 달았고, 두번째 공부할 때는 중요한 표현에 줄을 치며 공부했고, 세번째 공부할 때는 관련 상용구를 적느라 파란 글씨로 첨언을 했다.

단권화 작업을 한 건 대학 시절인데 그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졸업 후였다. 92년에 졸업한 나는 이후에도 몇 차례 영어 시험을 치렀다. 첫 번째가 94년에 통역대학원 시험 볼 때고, 두 번째가 95년에 MBC 입사 시험 볼 때였다. 몇 년 만에 영어 문법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니 긴장 되더라. 그때마다 단권화 작업을 해둔 책을 펼쳐들었다. 마지막에 MBC 영어 필기 시험을 앞두고 책을 펼쳤을 때는 하루 만에 다 봤다. 예전에 공부한 내용이 다시 머리 속에 다 떠오르면서 자신감이 팍 붙더라. 세상 모든 일은 마인드게임이다. 자신감이 승부를 좌우한다.

영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자니 약장수 같다. 한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탈모가 심하다. 그래서 탈모약을 뒤져봤는데 정말 처방이 다양하더라. 온갖 비누, 샴푸, 마사지, 별의 별개 다 있는데, 책에서 본 의사 양반 말씀. "약이 많다는 건 즉효약이 아직 안 나왔다는 뜻입니다. 확실하게 치료되는 약이 하나가 나오면 나머지는 다 사라지는 게 정상이거든요."

영어 공부에도 별의별 처방이 다 있다. 내가 보기에 즉효약은 이 악물고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는데, 사람들에게 그 약은 별로 인기가 없다. 그래서 다들 달고 맛있는 약을 찾아 헤매고 그래서 다양한 학원이나 영어 교재가 팔리는 거다.

영어 단권화 작업,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권하고 싶다. 어떤 지식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숱한 반복밖에 없다. 쉽게 공부하는 법을 광고하는 책이나 학원이 많은데 속지 마시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렵게 공들여 공부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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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레티로 버스 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표를 끊고, 라 플라타라는 도시의 성당을 찾아갔어요. 책에서 읽은 자연사박물관도 찾아가고. 낯선 도시에 내려 혼자 길을 물어 다녔지요. 나는 길 찾기를 참 잘 합니다. ^^

신혼여행 가서는 마님에게 칭찬도 받았어요. 뉴욕에서 길 찾아다니는 솜씨를 보더니, 결혼 참 잘 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마 제 얼굴 보고는 매일 후회를 했겠지만요. ^^ 제가 길을 잘 찾는 이유는 잘 헤매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처음 온 나라, 낯선 도시에서 길을 한번에 찾진 못합니다. 무조건 한블록씩 헤매야합니다. 왼쪽으로 가면 3번가에서 4번가가 나오는구나. 위로 가면 콜트 가에서 브라운 가로 바뀌는구나. 그러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요.

그냥 자리에 가만히 서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교차로 가운데 정확히 서 있지 않은 이상 말이죠. 마님에게 칭찬을 받은 비결은, 제가 항상 집사람보다 조금 더 앞에서 걷기 때문입니다. 가다가 방향이 틀리면 냉큼 돌아옵니다. 같이 다니면서 헤매면 두 사람이 다 힘들지만 제가 한발 앞에 가서 헤매면 나만 힘들고 말거든요. 가다가 아니면 돌아오면 되고, 맞으면 기다리면 됩니다.

공부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라고 하는 건 많이 헤맸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독학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3개 외국어를 공부했습니다. 그중 영어는 통역대학원에 들어갈 실력이었고요. 얼마나 많이 헤맸겠어요.

헤매는 걸 싫어하면 배낭여행을 즐길 수 없습니다. 헤매다가 결국 목적지를 찾아냈을 때 그때의 쾌감을 즐기는 겁니다. 헤맬 때 힘들었던 건 다 있고, 사진에 남은 멋진 풍광만 기억할 겁니다. 헤매는 게 싫으면 그냥 패키지투어로 가이드 꽁무니만 쫓아다녀야지요. 하지만 여행 좋은 게 뭔가요. 평소 회사나 집에서는 상사나 마누라 시키는 대로 하고 살아도 휴가 만큼은 내 맘대로 한번 살아보는 거 거든요. 그래서 여행의 참맛은 배낭여행에 있어요. 좀 헤매도 이게 재밌어요.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한번에 정답을 맞히기보다 틀리면서, 헤매면서, 가 보시길 권합니다. 좀 헤매어도 괜찮아요. 그 속에 나만의 길이 있는 거니까요.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걸어보시길.

(오늘은 쓰다 보니 글이 1부, 2부로 나뉘는 느낌이군요. ^^)

다음 시간에는 대학 시절 제가 영어를 가지고 어떻게 놀았는지 말씀드릴게요.

이름하여, 셀프 영어 몰입 캠프!

올 겨울 방학 어떻게 보낼지 아이디어 제공 시간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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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