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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3일 06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3일 14시 12분 KST

[공짜 영어 스쿨] 영어 공부할 시간,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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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19. 영어 공부할 시간, 어떻게 만들까?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막상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공부의 승부는 돈보다 시간에서 난다. 누가 얼마나, 꾸준히, 규칙적이고 알찬 시간을 영어에 투자할 수 있는가, 그게 관건이다. 시간이 없다면, 시간을 만드는 법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다.

'리미트리스'라는 영화가 있다. 약을 먹어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는 이야기인데, 어린 시절부터 초능력을 갖는 게 꿈이었던 내게 엄청 흥미로운 주제였다. 인간의 뇌를 100% 활용한다면 초능력자 수준으로 능력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 정말 솔깃하다. 나도 초능력자가 될 수 있을까?

스무살 때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을 읽었다. 시간의 대차대조표를 만든 러시아 과학자 류비셰프의 이야기다. 시간의 대차대조표는 이런 거다. 매일 하루 24시간이 입금된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기록한다. 7시 기상, 등교 준비 30분. 밥 먹는 시간 20분. 등교 20분. 수업 2시간. 점심 1시간. 독서 1시간. 이렇게 기록한 시간을 자기 전에 정산한다. 하루 24시간 중 생산적인 일에 쓴 시간, 즉 저축은 총 몇 시간이고, 쓸데없이 낭비한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그렇게 계산해보니 나도 모르게 버려지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뇌의 능력을 100% 다 활용하기보다, 나의 시간을 100% 다 활용할 수만 있어도 인생은 바뀔 텐데!

그 다음부터 쓸데없이 버려지는 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시간의 대차대조표에서 지출로 표시되는 항목을 수입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테면 밥 먹는 시간에 AFKN 뉴스를 시청했다. 그러면 식사 시간 20분이 영어 청취 훈련으로 바뀐다. 학교에 가는 길에 영어 문장을 암송하며 길을 걸었다. 그러면 등교 시간 20분이 기초 회화 훈련으로 바뀐다. 이런 식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공상 망상 즐기는 게 취미였다. 아이맥스니, 홈시어터니 하지만 최고의 영화는 내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이다. 대학 시절, 전공 수업이 너무나 괴로웠던 탓에 강의 시간에 멍하니 칠판을 보며, 세계 일주를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사랑을 나누는 망상을 하며 시간을 죽였다. 틈만 나면 멍하니 공상을 즐기는 버릇 때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습관은 세 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있다. 시작 신호, 반복 행동, 보상 효과. 공상을 즐기는 어린 시절 나의 버릇을 분석하자면, 1. 강의가 지루하고 재미없다. (시작 신호) 2. 그럴 때면 공상에 빠져든다. (반복 행동) 3.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재밌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보상 효과)

나쁜 버릇을 고치려면 이 세가지 패턴을 분석한 후, 가운데 반복 행동을 바꾸어준다. 시작 신호와 보상 효과는 같아야 한다. 저자의 경우, 사무실에서 일하다 오후 3시만 되면 1층 카페로 내려가 초코칩 쿠키를 사 먹는 버릇이 있었단다. 자신의 버릇을 분석해보니, 1. 3시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휴식을 갈망한다. (시작 신호) 2. 카페에 내려가 동료와 초코칩 쿠키를 먹으며 수다를 떤다. (반복 행동) 3. 즐거운 기분으로 전환되어 새롭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보상 효과)

일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잠시 쉬는 건 좋은데 초코칩 쿠키에 중독되다 보니 몸무게가 자꾸 늘었다. 그래서 저자는 두번째 반복 행동을 다른 패턴으로 바꾸어봤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업무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휴식이라면 3시에 카페로 내려가는 대신 사무실 내 동료에게 다가가 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걸로 바꾼 것이다. 그랬더니 보상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는 새로운 습관을 길들일 수 있게 되었다.

대학교 때 일상이 지루했던 나는 어떻게 생활을 바꾸었을까? 영문 페이퍼백 소설을 들고 다녔다. 그래서 잠시 짬이 나면 멍하니 공상에 빠지는 대신,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강의 시간에도 뒷자리에 앉아 영문 소설을 읽었다. 나의 버릇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 강의가 지루하다. (시작 신호) 2. 그럴 때면 소설을 펼쳐 읽는다. (반복 행동) 3.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재밌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보상 효과)

공상을 즐기는 것과 소설을 읽는 것 사이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틈만 나면 영어 원서를 펼쳐드는 습관을 길들인 덕에 내 인생은 바뀌었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고, 통역대학원에 가고, SF 소설 번역가가 되고, MBC PD가 되고... 이 모든 변화는 영문 소설을 읽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었으니까.

나쁜 버릇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나쁜 버릇을 없애려면 좋은 버릇을 새로 길들이면 된다. 습관은 습관으로 고쳐야 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오래전부터 나만의 책을 쓰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PD로 일하면서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책을 내려면 적어도 하루에 2시간 이상 6개월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20대에 했듯이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기로. 술 담배 커피 골프, 다 끊었다. 밤 늦게 애들 재우고 미드를 보던 취미도 버렸다. 저녁에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왔고, 밤 9시가 되면 아이 옆에 누워 영어 동화를 읽어주다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 밤 10시 이전에 자면 새벽 5시에는 절로 일어나게 된다. 그때부터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한 편씩 썼다. 그렇게 1년 이상 꾸준히 글을 올리자 그게 모여 나의 첫 책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나왔다.

책 한 권이 나오자 인생이 달라졌다. 세상에 피디는 많다. 하지만 책을 쓰는 피디는 많지 않다. 책을 낸 피디라니까 여기저기서 집필 의뢰가 왔다. 월간지에 칼럼도 기고하고, 몇 권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월간지에 칼럼 한 편을 쓰면 원고료가 15만원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1년이면 200만원이다. 그 돈으로 매년 항공권을 끊는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책 인세로만 1000만원 정도 들어왔다. 그 돈이 내 배낭여행의 밑천이다. 글 쓰는 습관이 매년 배낭여행 다니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좋은 습관은 이렇게 선순환된다.

영어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첫째, 버리는 자투리 시간을 잘 계산해서 그 시간을 영어 공부하는 시간으로 바꿔보시라. 출근하는 시간, 점심 먹고 커피 마시는 시간 등등. 둘째, 저녁에 일찍 잠드는 습관을 길들이라. 자동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나는 새벽 시간에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이고, 휴대폰이 울리기 전이다. 세상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을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한 귀한 시간으로 선물한다.

영어 공부를 마음 먹고 하려면 자투리 시간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집중적으로 영어만 공부하는 Quality time도 필요하다. 아침에 1시간, 영어 공부에 써보시라. 습관이 바뀌면, 분명 인생이 바뀐다.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태도가 바뀔 때 인생이 바뀐다고 했는데, 태도란 몸에 익은 습관이 절로 드러나는 것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면 태도가 달라지고 인생이 변한다.


오늘의 넋두리. ^^

한동안 블로그에 뜸하다가, 언젠가부터 다시 글을 매일 올리고 있다. 그게 회사에서 인사발령이 난 후다. 나의 삶을 바꾸는 건, 외부 조건이 아니다. 나의 내적인 습성, 삶을 바라보는 태도다. 인사발령으로 해서 세상을 원망하고 우울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드라마 만드는 동안에는 바빠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이제 피디가 아니니까,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글을 써서 무엇을 할 것 인가. 그런 건 따지지 않는다. 쓸모가 없어진 듯한 내 인생을, 조금이나마 건설적으로 활용해보려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미친듯이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결국, 나의 습관이니까.

요즘 나의 집필 공간은 파타고니아의 산장이랍니다.^^ 글쓰는 습관이 내게 선물해준 배낭여행, 알차게 즐기고 있어요~

숙소 안터넷 사정이 안좋아 오늘 사진 업로드는 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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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