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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9일 05시 4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1일 14시 12분 KST

'자유와 저항의 나라'에서 들려온 비보

이슬람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 정치, 문화 관련 인물과 사건을 풍자하는 시사 만화와 비평으로 잘 알려진 <샤를리 엡도>. 그 주인공으로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 북한의 김정은, 마이클 잭슨도 등장했다.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촌철살인의 풍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프랑스 친구들의 분위기였다. 만약 우스꽝스러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두 그 내용에 폭력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AP / 연합뉴스

나는 언론인이다. 말쟁이이자 글쟁이이다. 어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 프랑스 파리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을 살았다. 그곳은 내게 여러 가지 의미로 '자유의 참맛'을 알게 해준 나라였다.

특히 <샤를리 엡도>를 보면서 한 컷의 만화가 천 마디 말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슬람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 정치, 문화 관련 인물과 사건을 풍자하는 시사 만화와 비평으로 잘 알려진 <샤를리 엡도>. 그 주인공으로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 북한의 김정은, 마이클 잭슨도 등장했다. 그 전신이라 볼 수 있는 <하라 키리>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크고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촌철살인의 풍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프랑스 친구들의 분위기였다. 만약 우스꽝스러운 그림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두 그 내용에 폭력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온 비보를 들으니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언론인은 수많은 이들의 입과 귀를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와 권리가 있는 자유주의 국가에서, 더구나 프랑스에서 이렇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오다니. 누군가 내 입과 귀를 틀어막고 손발을 잘라낸 느낌이다.

또 한편으로, 이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가 된 이들의 개인적인 삶을 생각하니 더욱 슬프다. 그들 모두는 언론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자 소중한 친구가 아닌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하는 '생명'을 잃었고 그들을 아끼는 사람들에겐 깊은 상처가 남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어떤 이유에서도 살상을 하는 테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특히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테러는 전 세계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씻기지 않을 폭력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는 결국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에디터들의 이름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을 사랑하고 추모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