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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0일 06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10일 14시 12분 KST

좌시해선 안될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

잊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한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 뿐. 주한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반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산 미군기지에서 어떤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왜 주한미군은 사건이 신고된 지 5일이 지나서야 조치를 취한 것인지 등등, 오히려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잊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한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 뿐. 주한미군의 탄저균 반입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반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산 미군기지에서 어떤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왜 주한미군은 사건이 신고된 지 5일이 지나서야 조치를 취한 것인지 등등, 오히려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유타 주에 위치한 미 육군 생화학무기연구소인 더그웨이 연구소가 '실수로' 살아 있는 탄저균 1ml를 민간 운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배송했다. 5월 21일 22명의 인원이 주피터(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 위협 인식, JUPITR)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신규 유전자증폭(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분석 장비 시연회를 위해 해당 탄저균 샘플을 해동하고 실험 전 처리를 실시했다. 이후 5월 27일에 이르러서야 주한미군은 탄저균을 폐기했지만 일반인에게는 어떤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이 정말 처음일까?

주한미군은 "이러한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미 육군 관련 책임자들은 주피터 프로그램이 2013년에 시작됐으며 2014년에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주피터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피터 이매뉴얼(Peter Emanuel) 박사는 2014년 12월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은 지난 18개월간 반복적으로 실험한 끝에 주둔지역에 적합한 생물식별장비와 실험실을 갖췄으며, 야외실험에 대해서도 씨뮬레이션 데이터 분석만 남겨뒀다고 했다. 또한 올해 3월 26일 미 육군 에지우드 화학생물학센터(U.S. Army Edgewood Chemical Biological Center)는 주피터 프로그램 최종 단계의 작동시연(Operational Demonstration)을 위해 오산으로 2톤에 달하는 장비를 배송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PCR 장비 시연을 위해서 처음으로 탄저균을 들여왔다고 했지만 정황상 이를 믿기 어렵다. 게다가 PCR은 약대생이나 의대생이라면 이미 학생 시절 해봤음직한 흔한 미생물검사 방법이다. 신규 장비라고는 하지만 이것을 시연하기 위해 굳이 탄저균까지 활용했어야 하는가 의문이다.

미 국방부의 조사 결과 살아 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시기는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배송지 역시 7월 3일자 기준 미국 내 21개 지역과 한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 5개국에 걸친 총 84개소에 달한다. 조사가 계속될수록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과연 한국에 탄저균이 배송된 곳은 오산기지 한군데뿐이며,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살아있는 탄저균이 잘못 배달된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자체 조사나 판단은 필요 없는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태도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금껏 한국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처음이라니까 봐주자'가 다이다.

주한미군이 국내법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탄저균의 사균을 국내에 반입하려 했다'는 주한미군 측의 해명을 소개하며 "대한민국 국내법 위반이 아님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국내법 위반 여부의 판단을 미국에 넘긴 채 '주한미군이 위반이 아니라니까 아니다'는 식의 태도다.

그러나 국내법 생화학무기금지법,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어디에도 '살아 있는' 탄저균만 신고해야 한다는 언급은 없다. 고위험병원체와 생물작용제의 종류로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이라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동 처벌규정은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신고 없는 탄저균 반입은 처벌해야 할 명백한 국내법 위반이다. 이렇게 명백한 불법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기는커녕 '원래는 사균을 반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한국정부의 판단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지금껏 한국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5월 28일 질병관리본부가 현장조사라는 명목으로 주한미군의 설명을 듣고 온 것과 6월 10일 유관부처 합동회의를 한 차례 진행한 것뿐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건 발생 한달여 만인 6월 넷째주(6/22~26)에서야 한미 합동조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어떤 조사단 활동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엄정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로 의혹 해소해야

한미 당국의 태도는 초지일관 '배달사고일 뿐 위법은 아니다'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탄저균 반입은 단순한 배달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탄저균이 활성화되었든 아니든 탄저균을 활용한 실험 자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군은 "북한의 생물위협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반도에서의 생물방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지만 한국을 시험장 삼아 대량살상무기를 활용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기 어렵다. 방어용 실험에 사용되는 탄저균은 언제든 공격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모두 가입하고 비준한 생물무기금지협약에서 탄저균의 개발·보유·운송·사용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6월 22일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국민고발단' 8704명 시민의 이름으로 생화학무기금지법과 감염예방법 등 국내법을 위반한 주한미군 책임자들을 고발했다. 국내법과 국제법 위반 여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분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판결이 있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여 만에 꾸려지는 한미 합동조사단의 조사 역시 그 과정과 결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이 앞으로 어떤 위험물질을 들여온다 해도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알 수가 없을 것이고 결국 우리는 또다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