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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8일 06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18일 14시 12분 KST

내 방이 있던 자리

김미경

인왕산에 오를 때마다 늘 사직공원쪽으로 내려왔었다. 지난해 어느 날. 사직공원쪽을 버리고 청운공원 방향을 택했다. 고불고불 한참 내려오다 보니 청운공원 팻말이 보인다. 이상하게 아주 낯익다. 청운공원?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내가 미국 있을 동안 생겼나? 처음 와보는 공원인데, 오래된 담벼락도, 멀리 보이는 서울전경도 아주 낯익다. 서울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청운 공원 한자락에 앉고서야 생각났다. 아! 청운아파트구나!

30여년 전인 대학시절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청운아파트에서 선배와 자취하며 살았다. 복도 중간쯤에 공동화장실이 있고,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하던 11평 서민 아파트였다. 저녁 무렵 지금의 윤동주문학관 건너편에서 버스를 내려 언덕길을 걸어 집에 돌아왔었다. 그땐 내가 인왕산 자락에 붙어 사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국문학과를 다니고, 윤동주의 시를 좋아했지만, 그 일대가 윤동주가 산책하던 길이란 것도 몰랐다. 내 작은 방 나무창문 밖으로 서울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특히 밤이면 반짝반짝 빛나던 서울시내 불빛이 무척 아름다웠다. 바람이 몹시 불어 창문이 덜컹이던 날. 창문 밖 불빛을 바라보며 '결단의 순간에 용감해지자' 머 이런 식의 비장한 다짐을 했던 그런 기억도 난다.

청운공원에 앉아 그렸다. 청운아파트 내 방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담벼락은 그때 그 모습대로 있었다. 그 너머 서울 시내 전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 완성하진 못했지만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