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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12일 11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12일 14시 12분 KST

딱 좋은 나이

그 스님은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이를 캐묻는단다. 그리고는 몇 살인지에 전혀 상관없이 "햐~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네~ 딱 좋은 나이야~"하면서 출가를 부추긴단다. 생각해 보면 누구든, 언제든 딱 출가하기 좋은 나이고, 딱 연애하기 좋은 나이고, 딱 신진작가되기 좋은 나이다. 딱 누구든, 언제든. 딱 마음 먹으면 말이다.

"처자는 나이가 몇 살이라고?"

"서른다섯인데요."

"딱 좋은 나이네~."

"네? 무슨....?"

"딱 좋은 나이라고...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후배가 깔깔거리며 들려준 어떤 비구니 스님과의 대화 내용이다. 그 스님은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이를 캐묻는단다. 그리고는 몇 살인지에 전혀 상관없이 "햐~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네~ 딱 좋은 나이야~"하면서 출가를 부추긴단다. 출가하기 딱 좋은 나이~! 하하.

연애하기 딱 좋은 나이,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 딱 좋은 나이라는 개념과 그 실제 숫자는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는 듯하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80년대 초반만 해도 여자가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는 23살~25살이었다. 26살만 되면 노처녀 딱지가 붙었었다. 하지만 최근 여성 초혼평균연령이 33.4세라는 통계를 보면서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게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 실감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 관련 잡지들에 등장하는 '신예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등의 광고에 눈길이 갔다. "... ○○미술관과 월간 ○○세계가 ... 내일의 한국미술을 이끌어 나갈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찾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밝혀나갈 작가에게 창작지원과 창작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군침을 삼키며 찬찬히 읽어 내려가 본다. 그런데 대상은 늘 '1980년 이후 출생자', '미술대학(대학원 포함) 졸업자이며 만 40세 이하의 신진작가', '만 28세~45세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활발하게 미술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다. 미술대학 출신이 아닌 1960년생인 나는 머쓱하다. 물론 지금 당장 내가 그 대상이 되겠다고 우기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40세 이상은 신진작가가 되기 힘들다는 판단은 이제 재고해야 할 시대가 된 건 아닐까? 소설 신춘문예에는 나이 제한이 없고, 스님으로 출가하는 것도 조계종이 50살일 뿐(조계종은 또 모야?ㅎ) 다른 종파에서는 나이 제한이 없단다.

생각해 보면 누구든, 언제든 딱 출가하기 좋은 나이고, 딱 연애하기 좋은 나이고, 딱 신진작가되기 좋은 나이다. 딱 누구든, 언제든. 딱 마음 먹으면 말이다.

삼청동 선재아트센터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 앉아 그렸다. 커피숍 창문에 놓아둔 바둑이 인형이 꼭 나 자신인 양. 세상을 향해 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