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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2일 10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1일 14시 12분 KST

입춘대길의 인연

지난 2월 말. 한겨울 추위가 여전할 때였다. 화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기로 최종 결정을 한 무렵.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추위 속에 나 자신에게 시위라도 하듯 스케치북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어느 한옥 골목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대문 앞에 '입춘대길'이라고 크게 써놓은 글씨가 마음을 끌었다. 낚시 의자를 꺼내 앉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그렸을까? 한 남자가 골목 쪽으로 걸어오더니 왼쪽 대문으로 쑥 들어간다. '음~저 집에 사나보군~'. 조금 있으니 그 남자가 쟁반에 뭔가를 얌전하게 담아 나온다. '어? 뭐지?' 한과 서너 개와 따뜻한 보리차였다. "추운데 드시면서 그리세요~." 햐~.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는데 한참 후에 돌고돌아 페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