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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0일 10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20일 14시 12분 KST

나는 옥상화가

친구들이 하나둘 나를 옥상화가라 불러주니 정말 옥상화가가 다 된 듯한 기분이다. 얼마 전 동네 아파트 옥상에서 허락도 없이 그리다 수위 아저씨에게 쫓겨난 후 우리 집 옥상에서 계속 그렸다. 우리 집 옥상도 좋긴 좋다. 하지만 사방이 다 보이진 않는다. 어디 좋은 옥상 없나? ㅎㅎㅎ

동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혹시 옥상 뷰가 어때요?" 하고 묻고 다녔다. 있다는 말이 떨어지면 금방 "좋아요?" "올라가서 그림 그려도 돼요?" 하고 물어 제친다. 좋다고 해서 가 봐도 느낌이 아니어서 그냥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며칠 전 동네 친구들과 번개를 하다 "혹시 옥상 뷰 좋은 데 없어요?" 하고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명의 친구가 동시에 한 친구의 집을 말하는 게 아닌가? 당장 답사에 나섰다. 인왕산쪽으로 더 가까운 2층집 옥상. 환상이었다. 그곳을 들락날락하며 그린 그림이다. 앞쪽에 기와집들이 와르르 몰려있어 뒷 현대식 건물들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재미도 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아직 서울의 옥상은 너무 휑하다. 뉴욕에 살 때 옥상 정원 뿐 아니라 여름철 옥상 전시회, 옥상 음악회, 옥상 댄스공연, 옥상 파티의 매력을 듬뿍 느껴봤던 터라 우리 동네의 삭막한 옥상 풍경이 너무 아쉽다. 특히 청와대가 가까워 제한이 더 심한 게 안타깝다. 인왕산과 바로 맞장도 뜰 수 있고, 내가, 우리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시원하게 positioning(시장에서 자사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전략 ㅎ)해볼 수 있는 옥상. 서울의 옥상이 좀 더 황홀해졌으면 좋겠다. 일단 나는 우리 동네 옥상이란 옥상은 죄다 올라가 그리는 옥상화가부터 돼 볼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