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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8일 14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8일 14시 12분 KST

왼손으로 그린 그림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른팔이 욱신하니 아프다. "하하하. 그동안 나 쫌 열심히 그렸나?" 하고 으쓱대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진짜 팔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오른손을 못 쓰게 되면 그림을 어떻게 그리지?' 온갖 걱정을 해 대다 "하하하. 그럼 왼손으로 그리면 되지~" 하고 맘을 편히 먹었다.

어릴 때 난 왼손잡이였다. 왼손잡이들이 대부분 그랬듯 나도 왼손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현장을 엄마 아빠에게 들켜 된통 혼이 난 적이 꽤 있었다. 가위쓰기, 칼쓰기, 글씨쓰기, 그림그리기를 모두 왼손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번 혼나면서 글씨쓰기, 그림그리기는 일찌감치 오른손으로 바꿨다. 가위쓰기와 칼쓰기는 바꾸지 않아 요즘도 여전히 칼과 가위는 왼손잡이다.

'내가 원래 왼손잡이였으니 왼손으로 그림도 잘 그리는 거 아닐까?' 비상시를 대비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ㅎㅎㅎ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몇 주 전 그림 그리는 친구들끼리 함께 술집에 간 날. 술상 위에 놓인 주전자 속 해바라기가 너무 멋져 숙제로 각자 그려 보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다. 오른손으로 한 장 그렸었는데 똑같은 장면을 왼손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어렵다. 선이 똑바로 그어지질 않는다. 삐뚤빼뚤 울퉁불퉁. 섬세한 터치를 하기는 영 힘들다. 그래도 제법 꼴은 갖춰진다. 거친 선이 오히려 정겹기도 하다. 훈련되지 않은 내 속 야성이 쑥쑥 고개를 내민 현장 같기도 하고 말이다. 왼손으로 자주자주 그려봐야겠다. 길들여지지 않은 내 왼손의 야성이 그려낼 그림이 엄청 기대까지 된다.

오른손

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