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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8일 05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8일 14시 12분 KST

"그림만 그리지 마"

며칠 전 미국 사는 딸이 너무 좋은 글이라면서 읽어보라고 링크를 잡아 보내줬다. 눌러보니 영어로 11장짜리. 에구구. 읽으려다 포기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긴 영어로 쓰인 글을 읽긴 너무 짜증 난다. '다음에 프린트해서 읽어야지~' 하고 넘겼다. 다음날 "엄마! 그 글 다 읽었어?" 하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어~지금 읽으려고 해. 내일 읽을게." 다음날 또 득달같이 메시지가 왔다. "다 읽었어? 왜 안 읽어?" 요 다음부터는 딸과의 대화 내용이다.

: "있잖아. 엄마가 요새 그림을 너무 열심히 그리다 보니까 말이야.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쓰고, 텔레비전도 안 보고. 그림 그리는 거 외에 딴 거 하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지?"(살짝 엉겨붙으면서 안 읽고 넘어가려는 수작 수준으로)

: 그건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이야.

: 어어어... 알았어.

: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다른 것도 많이 해야지.

: 그런데 자꾸 그림만 그리고 싶어.

: 그러면 그림이 좋을 수 없지. 자꾸 다른 것을 많이 해야 그림이 좋아지지. 아트는 아트만 하면서 배우는 게 아니잖아.

: (속으로 허걱! 하다가 반전의 기회를 찾은 듯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맞아. 아트는 아트만 하면서 배우는 게 아니야. 엄마가 그리는 그림이나 선은 엄마 인생이야.

: 뭐라고?

: 엄마가 살아온 것들이 다 녹아들어 엄마 그림이 됐다고~. 갑자기 뚝딱 그림 기술 배워 그리는 게 아니란 말이지.

: 그건 당연하지. 근데 엄마! 엄마가 지금까지 산 걸로 다 되는 게 아니야. 앞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고 그게 합쳐져야 진짜 그림이 되는 거지.

: 허걱! (완전 졌다.KO패!)

: 알았지? 그림만 그리지 마!!!

: 알았어. 고마워. (깨갱)

결국 그 11장짜리 글을 프린트해 다 읽고 그 글의 내용과 관련해서 딸과 1시간 동안 지메일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참고로 그 글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이 링크로 들어가면 된다.

또 딸을 만나러 가보고 싶은 맘에 어느 여행길 비행기 안에서 그렸던 그림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