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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3일 09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02일 14시 12분 KST

이성애자 사회에서 무성애자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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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규범성(Heteronormativity)이라는 말이 있다. 그건 이성애만이 정상이며 그 개념에서의 탈선은 그게 동성애이든 무성애이든 무시되는 소수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애규범적인 정체가 아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문화 속에 존재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무성애자-'에이스(ace)'라고도 한다-의 말을 믿어보라. 이성애가 정상인, 또 섹스를 선호하는 문화에 순응하지 않는 삶은 매우 외롭다. 어딜 가든 섹스가 기본이다. TV 드라마, 영화, 가판대에 있는 '코스모폴리탄' 잡지 표지에 쓰여있는 '남자를 흥분케 하는 101가지 방법' 같은 기사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의 '가장 섹시한 수영복 모델'같은 기사가 그 예다.

미디어 문화만 사람을 소원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가족도 한몫한다. 내 게이 친구 중에도 이성애에 대한 비판은커녕 맨날 페이스북에 친구나 친척의 약혼, 결혼, 아기 탄생, 데이트 등의 내용을 공유하는 이가 많다. 또 친구들과 어디 놀러 나가면 그중에 꼭 한 명은 잘 생겼느니 못생겼느니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평가한다. 나같은 무성애자는 정상이 아니며 이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정상인 축에 끼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물론 그들도 이성애자가 아닌 친구들을 인지하지만, 자기가 누리는 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타격을 주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일반인에게는 비 이성애자가 예외이고, 그러므로 자기의 삶은 정상이며, 자신들의 삶이야말로 올바른 인생 그 자체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예를 들겠다. 월드컵이건 슈퍼볼이건 마스터스 시합이건 자기에게는 관심이 없는 스포츠 행사를 떠올려보라. 이런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대규모 광고 캠패인을 상상해보라. 어디를 가던 운동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팔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 조차도 '필수품'이라는 명목으로 여기 관련된 제품을 판다. TV를 켜면 5분이 안 되어 스포츠 관련 과자 선전 또는 행사 자체에 대한 캠페인이 나온다. 거의 모든 주요 식품 회사와 음식점 체인은 이런 홍보 활동에 참여한다. 신발에서 도넛까지 스폰서 없는 행사가 없다. 어딜 가든 운동선수의 모형이 길을 막는다. 백화점에 가도 온통 스포츠 이야기다.

또 사무실에 가보면 각자가 지지하는 팀이나 선수를 대상으로 내기가 걸리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 장난감 같은 것을 책상에 올려놓는 어린애 같은 행동으로 남을 짜증 나게 한다. 또 동네마다 단체로 경기를 관람하는 파티가 열리고, 소셜미디어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또 싫어하는 팀에 대한 내용이 수백만 개 올라온다.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선수들은 표지를 장식하고 이들에 관한 TV 다큐멘터리도 제작된다. 토크쇼를 보면 운동선수가 아닌 게스트는 다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덩치 큰 인간들만 TV에 출연한다.

아마 그림이 대충 그려졌을 것이다. 즉 월드컵이나 슈퍼볼이나 마스터스 시합이 거의 다가왔을 때, 스포츠에 관심없는 당신이 그 스포츠 때문에 얼마나 짜증이 났던가. 그런 행사에 대해 인간들이 제발 좀 그만 이야기했으면 싶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런 모든 것을 피하고자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즉 주류 문화에서 배제된 느낌이란 바로 이런 느낌이다. 무성애들은 이런 경우를 일 년에 한 번 겪는 것이 아니라 매일 겪는다.

나도 생물학과 이성애규범성의 원리를 이해한다. 보존과 번식을 위해 종족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같은 무성애자들에게는 그런 사회에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탈출도 회피도 가능치 않다. 그렇다고 무슨 히피처럼 자본주의, 과열된 욕심, 가공식품을 경멸하여 공동체를 찾아 나설 수도 없다.

인권 운동에 열심인 LGBT 커뮤니티를 우린 지지하지만, 우리 무성애자들 또는 에이스들에게는 그 투쟁이 약간 다르게 느껴진다. 우린 우리에 해당한 인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자의 바다에 둘려싸인 채 사는 우리 존재를 인지하고 수용해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이성애규범적 가치는 모든 사회에서 모든 이에게 강요된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무성애자는 지속해서 이런 행위에 맞서고 있다. 사회가 안 바뀔지 모르지만 우리도 안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특성을 위해 싸우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와 상관없는 문화를 멀리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내가 보통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투쟁은 너무 힘들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 잘해봤자 '다른', 그리고 못하면 '옳지 않은' 내가 괴롭다. 때로는 이성애자였으면 하는 날도 있다. 이성애자 같은 말을 할 때도 있다. 싸우는 데 지쳤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일원으로서 이런 일에 내 두뇌를 더 이상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런 적응을 그만두고 다시 무성애자로서의 투쟁으로 돌아온다. 이런 사회에 순응하는 나를 용납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 글은 20대 여성들의 개인적이고 도발적이며 재밌는 이슈를 다루는 온라인 잡지 Literally, Darling에 처음 올려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