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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8일 10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8일 14시 12분 KST

광복 70주년, '종군위안부' 그리고 IS

gettyimageskorea

광복 70주년. 분명 기뻐하고 축하할 일인데도 마음 한 켠이 씁씁한 것은, 아직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들에게 여태 많이 사죄했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언제까지 계속 사죄해야 하느냐고, 후세들마저 계속 사죄하게 하지 말자고 한다.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제, 소위 '위안부'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약 10만명의 조선 소녀들이 성노예로 끌려가 하루에 10명 내지 30명의 일본 군인들에 의해 강간을 당했는데도 말이다.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은 분노를 토로했다. 70년을 기다려도 가해자가 사과는커녕 잘못도 시인하지 않으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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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3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및 제 119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분쟁과 성폭력

분쟁 중 일어나는 성폭력에 희생된 것은 비단 조선의 소녀들만이 아니었다. 19세기 미국 내전 당시 북부군은 남부군의 전의를 저하시키기 위해 남부의 민간인 여성들을 강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을 점령한 소련은 전쟁 중 독일에 의해 입은 피해에 대한 보복으로 최소 10만명 이상 많게는 200만명의 독일 여성들을 강간했다. 또한,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중에는 세르비아계 남성들이 약 2만명의 무슬림계 보스니아 여성들을, 르완다 내전중에는 후투족이 50만명에 달하는 투치족 여성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강간을 자행했다. 보다 최근에는, 2003년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 수용소에서 미국 군인들이 아랍 남성들에게 여성 속옷을 착용하거나 나체인 상태로 사진을 찍히게 하고, 동성의 다른 수감자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성고문을 가한 바 있다.


IS의 '섹스 지하드' 및 성노예제

성폭력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분쟁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희생자는 이라크와 시리아 여성들이다. 이라크 전쟁 및 시리아 내전에 따른 혼란속에서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 무장세력 'IS(Islamic State: 이슬람 국가 - 무슬림들은 이 집단이 스스로를 이슬람 국가로 선포한 것을 부정하는 의미에서 IS 대신 이 집단의 아랍어 약자를 따 Daesh로 호칭하고 있다)'는 현재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 지역의 광범위한 영토를 지배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IS가 현지 여성들로 하여금 IS 대원들에게 성을 상납하는 방법으로 '섹스 지하드(sexual jihad)'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난 8월 초에는 이라크 모술에서 이를 거부한 여성 19명이 처형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희생자들이 IS와 같은 종교 계열인 순니 무슬림계 여성들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비무슬림계 여성의 상황은 더 끔찍하다. 이라크 북부 출신의 비무슬림계 소수민족 야지디(Yazidis)인 여성들은 IS에 의해 납치되어 성노예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다. 최근 유엔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납치된 야지디 소녀와 여성들은 발가벗겨진 채로 성노예 마켓에 '전시'되고 있으며 연령대별로 '가격이 책정'되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성노예 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구매자는 IS 정부의 법정에서 공증한 계약서를 발급받으며, 구매된 성노예는 타인에게 재판매되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 시리아에서 개최된 이슬람 성전(꾸란) 암송대회가 우승자에 대 포상으로 성노예를 내걸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가장 믿기 힘든 점은 IS가 배포한 '가격표'에 1-9세의 어린 소녀들의 몸 값이 가장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청소년 뿐 아니라 아동들까지도 성노예로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IS 위안부'에게도 관심을!

IS의 반인륜적인 행위는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IS의 성폭력을 종식시키고 또한 향후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성폭력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논의가 시급히 촉구되는 상황이다. 70년전 비슷한 경험을 겪어야 했던 우리도 이러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중동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우리와는 크게 상관 없는 지역이라며 관심을 돌리지 말자. IS가 저지르고 있는 성범죄는 우리와 상관 없는 문제가 아니다. 불운한 시대와 장소에 태어나 꽃다운 나이에 성노예로 끌려간 소녀들이 조선에도 10만명이나 있었다. 그 소녀들이 그랬듯,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소녀들도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의 사기를 제고하기 위한 '위안부'로서 이용당하고 있으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제도화된 성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다.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고마운 이들이 다른 나라에도 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분노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힘과 위안이 된다. 우리도 다른 곳에서 성폭력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들의 고난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자. 그래서 조선의 소녀들이 겪은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그 소녀들의 희생이 조금이나마 덜 억울하지 않을까.

분쟁 지역 성폭력 근절 문제에 우리 국민과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에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우리 정부는 다른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일제 성노예제 문제 해결한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고 일본에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재차 호소해 왔다. 만일 우리 정부가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분쟁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앞장선다면, 그 과정에서 일제의 성노예제 문제를 자연스럽게 부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도 더 정당성을 얻을 것이다. 다른 이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우리의 아픔만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는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서 '위안부'로 희생당하고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