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4년 10월 13일 14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13일 14시 12분 KST

박근혜 정부의 '유신 흉내내기'가 지속가능할까

박근혜정부의 행태를 "유신의 부활"은 아니고 "유신 흉내내기"로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흉내가 점점 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산케이 신문기자의 검찰기소에서 보듯이 유신시대의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했고, 카톡의 검열에서 보듯이 국민감시체제가 강화되었고, 유신시대 망명의 '사이버 판'으로 사이버망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베를린에 있으니 저희 학교 소식은 잘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교육부가 저희 학교 총장 임명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며칠 후에 총장후보 1순위로 뽑힌 교수가 전체교직원에게 메일을 돌렸습니다.

그 메일에 따르면 그 교수만이 아니라 2순위로 같이 추천된 교수마저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답니다. 게다가 무슨 사유로 부적합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교육부의 이런 행태는 저희 학교만이 아니라 최근 공주교육대학과 한국체육대학에 대해서도 똑같이 저질러졌습니다. 그리해 공주교육대학의 총장후보자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최근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만,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하겠다고 합니다.

제가 이전에 박근혜정부의 행태를 "유신의 부활"은 아니고 "유신 흉내내기"(低强度 유신)로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흉내가 점점 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산케이 신문기자의 검찰기소에서 보듯이 유신시대의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했고, 카톡의 검열에서 보듯이 국민감시체제가 강화되었고, 유신시대 망명의 '사이버 판'으로 사이버망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유신독재와 복지사회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신독재에서는 국가의 상대적 양(量)은 작았습니다. 재정지출이나 공무원숫자가 그걸 나타냅니다. 반면에 국가의 질적(質的) 권력은 막강해서 아무데나 국가가 자의적으로 개입했습니다. 머리칼 단속까지 했지요.

복지사회는 이와 달리 국가의 질적 권력은 약하지만 상대적 양은 큽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복지사회인데, 박근혜정권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사회 공약은 내팽개쳤습니다. 대신에 유신독재 흉내를 내어서 국가가 국민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옛 소련·동구 체제 하의 국가는 양적으로도 크고 질적으로도 강했습니다.)

저희 학교 총장임명 거부도 그런 "유신 흉내내기"의 연장선에 서 있습니다. 유신시대에 일부 독일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실상 망명자 신세가 되었듯이, 현 정권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괜한 걱정도 듭니다. 허허허.

이런 유신 흉내내기가 '지속가능'할까요. 박정희의 유신도 지속가능하지 않았듯이, 그 딸의 유신 흉내내기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민심이 그걸 용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로 조선일보가 최근에 최보식 칼럼(<官이 아무리 힘세도 이래도 되나>)으로 저희학교 사태를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박근혜정부의 행태가 너무도 어이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OECD국가의 정권이라고 하면서 이런 막가파가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지배세력의 붕괴계기는 지배세력 내부의 균열이 발생할 때입니다. 그런데 지배세력 중심축의 하나인 조선일보가 박정권을 매섭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군기무사령관, 국정원기조실장의 인사와 관련해 다른 보수언론도 박정권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박근혜 정권은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박정권이 이성을 찾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