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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2일 06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02일 14시 12분 KST

배트맨에게 투표하세요 | 소통으로 보답하는 히어로 만화의 세계



배트맨에게 투표하세요

─ 소통으로 보답하는 히어로 만화의 세계



2015년 3월 12일 DC코믹스는 아주 특별한 발표를 한다. DC의 창립 80돌인 2015년을 맞아, 4월 18일에 전 세계 15개 도시에서 하루 동안 DC코믹스 팬들이 DC 슈퍼히어로 코스튬을 입고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히어로 복장을 입고 모인 사람 수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 미국, 영국, 프랑스, 멕시코, 이탈리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대만 등에서 동시에 펼쳐진 이 행사에는 수많은 팬이 참가하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펼쳐진 'DC Comics Super Hero World Record Event 2015' 현장.

(https://www.youtube.com/watch?v=kvLNjH-1LVw)


이렇게 전통적으로 팬과의 소통을 중요시해 온 슈퍼히어로 만화의 세계는 팬들에게 앞으로의 이야기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이벤트를 종종 열면서 만화를 보는 잔재미를 더해 왔다. 팬들의 투표가 운명을 결정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1. 전화 투표로 로빈을 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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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을 충실하게 도와 온 1대, 3대, 5대 로빈. NEW52에서 만나다. (사진 제공: 세미콜론)


세 명의 소년과 함께 서 있는 배트맨. 최근 출판된 『배트맨: 올빼미 법정』에 나오는 장면이다. 딕 그레이슨과 팀 드레이크와 데미안 웨인, 셋 다 배트맨의 조수 로빈으로 활동한 소년들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없는 한 명의 로빈이 있다. 그 이름은 제이슨 토드. 딕 그레이슨의 뒤를 이은 2대째의 로빈이다. 제이슨 토드의 파란만장한 일생 이야기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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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의 죽음은 브루스 웨인에게 다크 나이트의 삶을 포기하게 할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사진 제공: 세미콜론)


1986년은 오늘날 배트맨 만화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탄생한 해다. 은퇴한 노년의 브루스 웨인이 위험에 빠진 고담을 구하기 위하여 13살의 소녀(!) 로빈을 데리고 배트맨 활동을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 촛불을 켜고 평생을 범죄와의 싸움에 투신하겠다고 맹세했던 그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10년이 넘도록 배트맨 활동을 접었던 것일까? 밀러는 배트 케이브 한 쪽에 걸린 로빈의 의상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자신의 사이드킥이자 다이내믹 듀오의 한 축인 로빈의 죽음. 그에게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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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걸이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한 크로스오버 이벤트, 《무한 지구의 위기》이슈 7 표지.

(사진 출처: http://dc.wikia.com/wiki/Crisis_on_Infinite_Earths_Vol_1_7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이 무렵 DC에서 히어로의 죽음이란 유행과도 같았다. 같은 시기 출판된 앨런 무어의 『왓치맨』은 한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이라는 이름의 히어로의 죽음으로 첫 장을 시작했으며, 그보다 1년 전인 1985년 DC에서 만화들의 두서없는 세계관을 새롭게 정리할 목적으로 단행한 거대 크로스오버 이벤트였던 《무한 지구의 위기》에서는 슈퍼맨의 사촌인 슈퍼걸이 충격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심지어 이때 세계관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배트맨 패밀리의 정리도 단행되었다. 지구-2의 배트맨과 로빈(딕 그레이슨), 헌트리스가 역사에서 지워진 것이다. 이후의 통합 과정이 매끄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지구-1의 딕 그레이슨은 이 무렵 이미 나이트윙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해 틴 타이탄즈라는 십 대 히어로 팀을 이끌고 있었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틴 타이탄즈》는 《무한 지구의 위기》를 탄생시킨 조지 페레즈와 마브 울프먼 두 작가에 의해 DC 최고의 만화 시리즈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 사이 DC는 배트맨에게 제이슨 토드라는 소년을 새로이 로빈으로 붙여 주었다.


만약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3년만 일찍 나왔다면, 배트 케이브에 걸린 의상의 주인공은 딕 그레이슨이었을지도 모른다. 밀러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죽은 로빈이 누구냐가 아니라 배트맨이 로빈을 잃고 마음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무한 지구의 위기》와 『다크 나이트 리턴즈』라는 대작 틈에 끼는 바람에, 제이슨 토드는 어쩔 수 없이 딕 그레이슨과 비교 대상이 되었다. 또한 밀러가 심어 놓은 죽은 로빈의 이미지 때문에, 제이슨은 새롭게 정리될 세계관을 이끌 주인공 대신 세계관 정리의 유력 후보로 올라 버린다. 물론 그런 상황적 요건 외에도 이전과는 다르게 그려진 2대째 로빈의 모습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제이슨은 딕과 달리 배트맨의 규칙을 준수하기보다는 범죄를 죽음으로 응징하며 자기식 정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가뜩이나 뒤숭숭한 상황에서 팬들의 미움을 받아 곧바로 정리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DC는 제이슨의 미래를 팬이 결정하게 하고 이런 광고를 내었다. '로빈은 곧 조커에게 죽음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전화 통화로 이를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조커에게 심각한 폭행을 당한 끝에 마지막 장면에서 죽는 것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숨이 붙어 있는 것으로 끝나느냐의 차이를 놓고 팬들의 선택이 이루어졌다. 1만 통이 넘는 전화 투표를 집계한 결과, 수십 표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로빈을 죽이는 것으로 판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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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제이슨 토드의 시신을 떠안고 있는 『패밀리의 죽음』 표지.

그의 모습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과 닮아 있다. (사진 제공: 세미콜론)


이 이야기가 바로 1989년 『패밀리의 죽음』이며, 역사상 가장 잔혹한 조커가 그려진 만화로 유명하다. 재미있게도 이 스토리의 작가인 짐 스탈린은 최근 대 히트를 친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쿠키 영상에 등장한 빌런 타노스를 창조하고, 타노스 관련 명작 중의 하나인 『인피니티 건틀렛』을 쓴 인물이기도 하다. 조커가 DC 최고의 사이코패스라면, 타노스는 마블 최고의 우주급 사이코패스로 통하는 인물이니 기막힌 인연인 셈이다.



2. 최고의 팬 서비스! DC 와 마블 왕중왕전!


팬들에게 결정권을 맡긴다는 발상, 그리고 DC와 마블 히어로를 잇는 묘한 관계는 수 년 뒤 다시 한 번 제대로 빛을 발한다. 역시 프랭크 밀러의 예언이랄까. 우연의 일치랄까.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 배트맨의 활동 재개를 이끌어 냈던 적들인 뮤턴트가 DC의 강력한 적으로 등장한 1996년작 『DC vs 마블』이다. 이 4이슈 미니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DC와 마블 최강의 히어로들이 한데 모여서 승자를 가린다는 발상에서 기획된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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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와 마블 최강의 히어로들이 자웅을 겨루다. 『DC vs 마블』이슈 1 표지.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DC_Versus_Marvel_1.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진행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먼저 비슷한 성격의 히어로들을 양사 각각 6명씩 깔아둔다. 승패는 이미 3:3동점이 되기로 정해져 있는 상황. 대전은 각각 '바다의 왕' 컨셉인 DC의 아쿠아맨 대 마블의 네이머, DC 최고의 스피드스터 플래시 대 마블 최고의 스피드스터 퀵실버 식으로 가는 것이다. 아마 2015년의 히어로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다면 플래시 대 퀵실버의 대결은 2군에서 1군의 대결로 격상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는 그랬다. 심지어 아이언맨은 당시 마블의 베스트 11에 끼지도 못하던 시대다.


여섯 차례 동점 승부가 끝나면 다섯 차례의 본 대결을 통해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데, 여기서도 승패는 투표를 통해 결정되었다. 처음에는 DC가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DC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로스터로 보인다. DC의 5인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빅3에 우주 최강으로 손꼽히는 '로보', 그리고 슈퍼맨으로도 모자라다는 듯 슈퍼보이까지 갖다 붙였다. 반면 여기에 맞서는 마블은 헐크,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울버린, 스톰이었다. 재미있게도 마블에서 내어놓은 베스트 11 캐릭터 중에 울버린과 스톰을 포함해 네이머, 퀵실버, 쥬빌리까지 다섯 명이 엑스맨 팀의 뮤턴트다.(네이머는 훗날 최초의 뮤턴트로 확인되었다.) 어벤저스 멤버는 캡틴 아메리카, 토르, 퀵실버 정도가 전부다. 1990년대가 워낙에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이 큰 인기를 얻던 시기인 까닭이기도 했다.


이 승부는 놀랍게도 DC의 석패로 돌아갔다. 최후의 결전에서 슈퍼맨이 헐크를, 배트맨이 캡틴 아메리카를 꺾으며 체면을 유지했지만 원더우먼이 엑스맨의 스톰에게, 로보는 울버린에게, 슈퍼보이는 스파이더맨에게 패하면서 한 점 차로 DC가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후 마블은 자기들 만화에 '마블이 이겼다'라며 승리를 자축하는 광고를 크게 실어 댔다.(애초에 이기는 쪽이 그렇게 광고하기로 약속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스토리는 둘째 치고 누가 이기든 미국 코믹스의 양대 산맥이 연합한 최고의 팬서비스였다. 그로부터 딱 20년 뒤가 되는 2016년 극장가에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맞불을 예정인데, 20년 전 캡틴을 꺾었던 배트맨은 과연 영화를 통한 승부에서도 캡틴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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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적으로 말하자! 『배트맨 대 슈퍼맨』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Batman_v_Superman_logo.jpg, http://en.wikipedia.org/wiki/Captain_America:_Civil_War#/media/File:Captain_America_Civil_War_logo.jpg)



3. 슈퍼맨과 배트맨을 역이용해 홍보전을 벌인 마블.


1990년대 말, 마블 코믹스는 만화책 시장의 침체로 도산 위기에 몰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원 투수로 영입된 인물은 빌 제마스로, 한국에서도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NBA 카드를 히트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다.

2000년, 마블이 캐릭터 판권을 대여해 만들어진 영화 『엑스맨』이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당시는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관련 캐릭터 상품들이 장난감, 티셔츠, 아이스크림 할 것 없이 사방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2015년의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영화는 분명히 성공인데, 마블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책도, 캐릭터 상품도 매상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십 대 이상이 엑스맨 영화를 관람하고 팔아 주면, 십 대들이 장난감과 만화책을 사 주어야 정상인데, 만화책 스토리와 상품의 콘셉트가 60년대부터 이어진 기존 만화에 맞춰져 있으니 이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제마스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 기회를 다 날리고 있었으니 안타까울 따름. 그래서 그는 마블 코믹스에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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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제마스와 조 퀘사다의 신세대 만화, 《얼티밋 유니버스》 라인 중 《얼티미츠》 이슈 1 표지.

(사진 출처: http://marvel.wikia.com/Ultimates_Vol_1_1?file=Ultimates_Vol_1_1.jpg)


그는 일단 마블의 새 편집장으로 조 퀘사다를 뽑아서 함께 마블의 미래를 설계했다. 두 사람은 《얼티밋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만화 라인을 만들어 십 대 입맛에 맞는 스토리를 만듦과 동시에, 영화적인 성공을 겨냥해서 영화 같은 만화를 만들어 내는 계획을 추진했다. 물론 완전히 갈아엎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기존 스토리와 캐릭터를 놔둔 채로 신규 독자를 위한 새 라인을 만든 것이다. 나중에 이 《얼티밋 유니버스》는 마블 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영화계에서 『원티드』, 『킥애스』, 『킹스맨』 등으로 가장 핫한 만화 원작자로 손꼽히는 마크 밀러 같은 이들이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


이야기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자면, 당시에 손봐야 할 만화 중 대표적인 타이틀은 《캡틴 마블》이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캡틴 마블》은 출간되던 마블 만화 중에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도 독자 편지의 양은 항상 1위였다. 바로 마블 골수팬을 겨냥해서 연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레터가 많은 것은 기분이 좋지만, 판매량이 저조하니 제마스와 퀘사다의 눈에는 골칫덩이였을 수밖에. 그런데 만화가 피터 데이비드는 판매량 저조의 이유를 홍보 부족으로 돌리며 오히려 퀘사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계속 연재할 것인가 독자들의 지갑에 대놓고 묻자는 내기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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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팬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캡틴 마블》의 새로운 시작.

(사진 출처: http://marvel.wikia.com/Captain_Marvel_Vol_4_0?file=Captain_Marvel_Vol_4_0.jpg / TM & Copyright © DC Comics, Inc. ALL RIGHTS RESERVED.)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피터 데이비드는 《캡틴 마블》을 1호부터 새롭게 연재한다. 대신 판매량이 늘 정도로 신규 독자에게도 접근성이 있는 스토리를 써야 한다. 2) 빌 제마스와 조 퀘사다는 각각 자신들의 만화로 피터 데이비드와 경쟁한다. 만일 베테랑 작가인 피터 데이비드가 쓰는 만화가 경영자와 편집자가 쓰는 만화의 판매량에 뒤진다면 시리즈 취소 결정에 더는 토를 달지 말 것. 여기에 빌 제마스는 패할 경우, 만화 박람회장에서 물탱크에 빠지는 이벤트를 할 것이고, 조 퀘사다는 패할 경우 얼굴에 파이를 맞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러다보니 팬들 입장에서도 꽤나 흥미진진한 장기 이벤트가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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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경영자와 편집자, 만화 작가와 만화로 대결하다?

위: 『마빌』 이슈 1 표지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Marville1.jpg)

아래: 『얼티밋 어드벤처』 이슈 1 표지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UltimateAdventures_01_cover.jpg)


빌 제마스는 슈퍼맨을 비롯해서 당시 인기를 얻고 있었던 DC의 드라마 『스몰빌』을 패러디해 『마빌』이라는 이름의 만화를 들고 나왔고, 조 퀘사다는 배트맨을 마블 버전으로 패러디한 『얼티밋 어드벤처』를 들고 나왔다. 겉보기에는 마블의 경영인, 편집자, 작가가 내분을 일으키는 모양새였지만, 실상은 슈퍼맨과 배트맨을 누르고(!) 캡틴 마블이 승리한다는 속마음 같은 것도 느껴지는 홍보 아닌 홍보 이벤트였다.


결과는 피터 데이비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덕분에 《캡틴 마블》은 25이슈까지 연재될 수 있었으며, 제마스와 퀘사다가 도전한 패러디 만화들은 '최악의 작품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욕을 먹었다. 하지만 판매 저조 타이틀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고 신규 독자 유입에도 성공했으니 주인공 3인방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고 하는데, DC 입장에선 슈퍼맨과 배트맨이 자신을 패러디 요소로 희생해 마블을 살린 것이니 실리는 마블에게 주더라도 명예는 DC가 가진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연재는 세미콜론과 공동으로 기획한 것입니다.